오늘 좋은데 가셔서 즐겁게 보내세요.
아들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출근을 했건만,
(아들은 18일간의 여름휴가를 끝내고 출근했다고 씌여 있으니 우리가 런던 도착하기 전에
다른 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었나 보다)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보다 아들을 위해 시간을 쓰고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아는지라...
대학을 졸업하고 2003 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후 단 한번도 찾아간적이 없는 남편이다.
대학원 졸업때도.
MBA 졸업때도 항상 나만 참석했다.
그후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워싱턴,
파리,
싱가포르,
어디에도, 단 한번도!!
6 년만에 처음 아들이 사는 곳으로 찾아온 아버지.
열심히 사느라 졸업식에도 참석을 못했었는데...어찌 애틋한 마음이 없으랴!
그 마음을 알기에... 기꺼이 둘만의 나들이를 포기했었다.
조립식 선반,옷걸이,신발장,
큰거리에 있는 상가에서 물어보고 택시를 타고 멀리까지 가서 (택시비가 얼마냐?)
조립식 가구를 사와서는 열심히 작업을 하는 남편을 보니,
아들을 위하는 그 마음이 눈에 읽힌다.
마무리를 해놓고 흐뭇하게 한잔을 하고있는 남편옆에서
나도 와인 한잔에 취해버렸네.
아들이 퇴근하고 온 시간은 7시.
그전에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었다.- 어디 계시냐고?(우리가 밖에 나가 있는줄 알고)
집에 있으니 들어와서 같이 저녁먹으러 나가자고 답하는 - 아버지 말씀.
(나는 저녁밥을 해뒀지만 내색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슨음식이 좋겠냐는 아들의 물음에 뭐든지 다 좋다고 해서,
고급식당가와 고급옷집이 즐비한 압구정,청담동 느낌의 첼시로 나갔다.
막상 이태리 식당을 아들이 택하니까
이태리 코스요리는 일인분이 세사람 먹을 양이라며 난색을 표하신다.
다시 택시를 타고 그린파크 쪽으로...아들이 안내한 곳은 일식집.
참 이상한 남편일세!
나랑은 김치하고 밥이면 된다 해놓고,
아들에겐 구색을 다~ 갖춰 정식 코스요리를 먹일려는 저 고집.
디저트까지 마치고는 오늘 계산은 아들이 하더라구.
펄쩍뛰는 남편에게 내가 한소리를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아들이 사주는 것도 먹어보자고...
적당히 취한 세사람~
아쉬운 하루가 또 지나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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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이태리 식당앞.
택시를 타고 올때까지는 아무말 안하시더니만 막상 다 와서는 부담스럽다고 하셔서...
그린파크 인근의 일식당 미야마.
차를 타고가면서 전화로 주문을 했다.(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
깔끔하고 초밥도 요리도 다 좋았다.
외국인 가족들도 있었고,일본에서 출장 온듯한 남자손님들도 옆테이블에 있었다.
남의 시선 의식해서 음식사진을 못찍은 나
겨우 종이 한장 집에 가져와서 찍은 소심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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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20.04.18 22:09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남편이 아들과 같이 지냈던 일주일이 선명하게 생각납디다.
내가 끼일 자리가 없을 정도로 아들에게 유난스러웠어요.
소중한 추억 덕분에
답답한 요즘 한결 즐겁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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