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카톡방에 매일 오빠의 그리스와 터키 여행기가 올라 온다.
메테오라,갈리폴리,에페소,파북칼레...
봄에는 동유럽 다녀오더니,가을에 또 갔었던 모양이다.
여행 다는 걸 좋아해서 일년에 두번씩 외국으로 나가는 오빠와 남동생을 보니,
장거리 비행기 타는 게 싫어서 외국여행 안가겠다고 선언한 남편과 비교된다.
일년에 몇번씩,30년을 유럽으로 미국으로 출장을 다니는동안,
회의가 없는 날은 이곳저곳 다녔다면서,
더 가보고싶은 곳이 없는데 왜 또 가냐고 한다.
내 인생에 가장 좋았던 여행 기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겠다는 말도 덧붙여서.
가장 좋았던 여행이라는 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남부를 큰아들과 함께 다녔던 여행이다.
싱가포르에서 런던으로 스카웃되어 간 아들이
부활절휴가에 부모님과 여행을 하고싶다면서,어디가 좋겠는지 전화를 했었다.
그렇게 결정된 여행이었다.
아들은 런던에서 출발해서 바르셀로나로 가고,
우리는 서울에서 파리로 가서 이틀 놀다가 바르셀로나에서 만나기로 했다.
2008년 3월 16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했고,3월 26일 귀국했으니 10일간의 일정중에서
아들과 함께 있었던 날은 6일이었나보다.
파리에서 이틀을 보내고,저녁에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탔다.
바르셀로나에서 아들을 만나 호텔을 찾아가니,
아들이 예약한 방이 맘에 안든다고,
아버지가 호텔측에 스위트룸으로 옮겨 달라고 했었다.
아래는,2008년 여행을 다녀와서 썼던 글이다.
아들이 예약한 방보다 더 좋은 응접실이 딸린 방으로 옮겨서 짐을 풀고나서(하루에 50만원 정도),
이미 밤 1시가 되었건만 방에있는 미니바의 위스키와 맥주로 가족상봉 축하를 하고...
그렇게 가족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앞은
관광객들로 복작복작~
호텔방에서 본 광장.
다음날 아침.
제대로 갖춰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식당을 찾아 내려가다가 발견한 시장.
(하얀색 자켓을 입은 사람이 아들인데,저 자켓이 아버지 맘에 안들어서 백화점에 가서 새로 사입혔다.)
각종 말린과일과 너트를 사고,
햄과 베이컨도 사고,
생과일도 사고.
간밤에 늦게까지 먹어서,
아침겸 점심을 먹을 참이었기에 약간 늦은게 탈이었을까?
적당히 배고픔이 느껴져서 봉지봉지 사 들고, 레스토랑에서는 또 풀코스로 시키고...
우리는 테이블에서 먹었는데
차마 사진은 못찍었지만 빠에야를 메인으로
스프와 셀러드까지 곁들여서 와인까지 80유로가까이에 팁 15유로 포함해서 95유로를 지불했다.
이후에도 호텔방에 팁을 두고 나오는걸로 아들과 아버지의 의견차이가 있었는데,
명훈이는 2유로면 충분하다고 하고,
아버지는 5유로를 두라고 하고...
아버지의 설명이 "너같은 젊은이는 1유로,2유로면 충분하다 그러나 아버지는 다르다."
"나는 가난한 나라에서 일하러온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차원에서 넉넉하게 주려는거다,
그리고 친절한 한국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는게 다음에 오는 한국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곳곳에서 아까울 정도로 넉넉한 팁을 주는 남편의 인심에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치만 봤다.
(그당시 남편은 현역 사장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해변에서 바라다본 요트 계류장.
요트를 끔찍이도 좋아해서 몇년전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한척 살려고도 했지만
내가 결사반대를 했었고,
유지비용이 워낙 대단해서 꿈으로 끝났었다.
요즘도 요트만 보면 그냥 못지나가는 열렬 팬이다.
결국,
계류장을 가까이서 보려고 해변과 연결된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 갔다.
마침 우리가 건너고난후
통행금지를 시키더니
다리의 중간부분이 움직여서
그 사이로 요트가 지나가고...
다리는 원위치로 돌아오고,
다시
사람들이 건너가고...
요트계류장과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도있다.
차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중.
(10년 전의 명훈이를 보니 엄마 눈에는 귀여운청년이구나 )
다음에는 가우치 건축물을 보러 갔다.
여러곳의 사진중에서 대표로 한장만 뽑았다.
가우치 건축물을 본 후,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큰 백화점으로 가서,아들의 옷을 샀다.
아버지가 보기에,
입고 온 아들의 차림이 영~ 맘에 안들어서,
쉐터도 사고 청바지도 몸에 착 붙는 것으로 새로 사고,
고가의 윗옷을 사려했으나 맘에 드는 게 없어서 본인이 원하는 가죽잠바도 사고.
나도 사달라고 해서 고급 구두를 하나 샀다.
바르셀로나 호텔에서 이틀 자고,
오전에 중앙역에서 프랑스 페르피낭역으로 가는 특급기차를 탔다
명훈이는 새로 산 쉐터와 청바지를 입었다.
아버지와 피레네산맥과 스페인역사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중.
아래 지도를 펼쳐놓고 기차가 지나가는 지역의 지명을 확인해가면서.
페르피낭역에 도착해서 기념사진을 찍고.(바람이 너무 불어서 머리카락이 전부 뒤로 넘어갔다.)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하고는,
기차를 타고오면서 피레네산맥에 대해서 열심히 얘기하더니,
안도라공화국을 보고싶다고 한 번 가보자고 하셨다.
그리하여,
갑자기 일정을 바꿔 버스를 타고 피레네산 깊숙히 들어 갔는데,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얼마나 꼬불꼬불하던지...
두 남자는 견딜만했으나, 나는 멀미가 극심해서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되어
목적지까지 못가고 몽루이에서 내렸다.
2급 정도의 호텔에 들어가 하룻밤을 자고, 다시 페르피낭으로...
멀미에 몸살까지 겹쳐 아픈 엄마를, 아들은 다리도 주무르고 괜찮겠냐고 걱정하는데
남편은 자기 고집으로 오게 되었다는 민망함을 감출려고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피레네산 속에 와보겠냐고 너스레를 떨더라.
아래는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으로 본 전경이다.
다시 페르피낭으로 돌아와서,
님므에 호텔을 정해놓고,님므와 아를 그리고 악상프로방스를 구경했다.
세잔의 작업실과 흔적이 있는 악상 프로방스.
세잔느가 자주 갔었다는 카페에 갔더니,벽에 세잔이 그린 카페그림이 걸려있었다.
음식을 먹었는데 뭘 먹었는지는 오래 되어 기억이 안나네.
세잔의 아뜰리에가 있는 집.
건물내부 아뜰리에도 구경하고,
정원 산책도 하고...
명훈이는 나를 닮은 체격이어서,앞에서 보면 몸집이 커 보이는데,
옆모습으로 보면 상당히 날씬하다
왼손에 들고있는 건 노트북.(노트북을 호텔에 둘수 없다며 가지고 다녔다)
다음날은 남편이 가장 가보고싶어했던 고흐의 흔적을 찾아서 아를(르)로 갔다.
고흐의 작업실에도 가보고,
그림에 있는 장소에 가보고,
헌책방에서 남편의 출생연도인 1946년도에 출판된 책을 한권 샀다.
다른 가게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았는데,
유독 여기는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숙소에 돌아와서 잠시 쉬고는 저녁에는 별이 빛나는 강가에 가서 산책을 했다.
다음에는,마르세이(내가 마르세이유라고 발음하니, 유는 묵음이라서 소리가 안난다며
마르세이가 맞는 발음이란다)로 가서 항구를 구경하고,
그곳의 특산물로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다음날 새벽 마르세이 공항에서 아들은 런던으로,우리는 파리를 거쳐 서울로 왔다.
바르셀로나 2박,
몽루이 1박,
님므 2박
마르세이 1박
아들과 단둘이,밤늦도록 이어지는 이야기 이야기들...
아버지는 6일동안 잠자는 시간만 빼고,
가는 곳곳마다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역사와 지리적인 이야기,
화가들,음악가들,귀족 후원자들에 대해서도 서로 토론하고,
그리고 어떻게 살고,무슨 일을 겪었는지...살아 온 이야기,
가치관 인생관,
앞으로 바라는 것들.
아들에게 들려주고싶은, 모든 이야기를 다 했던 것 같다
-
저도 다시 읽지만 다시 봐도 참 좋네요
답글
부럽고 재미있고...
잠깐씩 나가보는 세상은 꽃천지가 되어 참으로 아름다운데
맘은 답답합니다
몇주일동안 딸아이가 아파 코로나인줄 알고 초긴장상태에서 어찌나 맘이 상하던지.. 병원서는 인플렌자검사도 나라에서 하지못하게 했다고 안해주고...
비상사태가 되니 나라의 정체가 드러나네요
그레이스님도 항상 조심조심하세요 -
바르셀로나 보니 저도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답글
혼자서 취리히에서 밤 기차를 타고 갔는데, 대도시라 좀 놀랐습니다.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생각하다가 말입니다.
미로의 그림이 전시된 미술관에 갔다가 시장에서 사과를 산 기억이 납니다.
바닷가에서 좀 외로웠고, 기차 타고 파리로 갔습니다.
정말 오래 되었고....그런데 일 주일 전처럼 선명하군요.
그레이스님, 저 때, 머리 뒤로 넘어가도 멋있으세요.
사진도 함께 넣으면 좋겠네요.
설명이 섬세하셔서 읽기가 좋습니다.-
그레이스2020.04.04 06:54
키미님 조언대로
육아와 교육으로 방향을 잡아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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