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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형제자매들.

아버지 기일에,

by 그레이스 ~ 2020. 12. 13.

몇 년 전부터 조부모님 부모님 기일에 오빠 집에서 지내지 않고

산소에서 모여 기제를 지낸다. (그렇게 결정한 연유를 예전에 밝힌 적이 있다.)

 

며칠 전에 카톡방에

13일이 기일이라고 나는 12시 도착예정이라는 글을 오빠가 올렸고,

진주 막내남동생의 답글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참석합니다 라는 댓글이 있었다.

엄마 기일에도

할머니 기일에도

가고 싶었으나 걷는 게 부담되어 참석하는 걸 포기하고 인사글만 썼었다.

이번에는...

다음 달에 이사하면, 한 번 내려오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나도 참석하겠다고 했다.

 

충남 홍성의 여동생 부부도,

판교의 남동생 부부도 참석한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가을마다 1박 2일로 모이던 형제모임도 생략해서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

판교 올케는 딸이 결혼 9년 만에 임신했다고

입덧하는 딸 돌보러 1월에 호주 갔다가, 그대로 코로나에 발이 묶여

출산 뒷바라지와 백일잔치까지 치루고 왔으니

형제들과는 거의 일년만에 만나는 거다.

 

12시에 도착하려면

집에서는 10시 반에 출발해야 겠다.

걸음이 불편할까 봐 등산용 스틱을 지팡이로 쓰려고 준비해놨다.

........................

위의 글을,

아침 여섯 시에 임시 저장해놓고

10시 40분에 출발해서 창원 갔다가  다녀와서...

이어 쓰기를 한다.

............................

 

산소로 올라가는 길 끝의 빈터에 차례로 주차를 해놓고

판교에서 오는 남동생을 잠시 기다렸다.

12시 10분 즈음 마지막으로 도착한 서울 남동생 부부와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산으로 올라갔다

 

아버지~ 잠시 서울로 이사 갑니다

내년에는 아버지 뵈러 못 올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다.

 

큰 남동생이 말하기를,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사람은, 지방으로 갈 때 지켜야 할 수칙이

누구를 만나 든 한순간도 마스크를 벗어서는 안 되고,

음식을 먹어서도 안된단다.

 

먼 서울에서 창원까지 와서

차 앞에 서서 인사하고 산소에 갔다가 내려와서 빈터에서 작별 인사하고 갔다.

마스크를 한 번도 안 벗고.

 

우리는 면역이 약한 사람이니 그냥 가겠다고 인사하고 출발했고,

경주에서 온 오빠 부부, 홍성에서 온 여동생 부부, 진주의 막내 부부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헤어지겠다고 했다.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었으나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헤어지면서 내년에 만나자고 했다

 

돌아와서 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과식을 한 듯 기운이 빠져서... 소파에 누워있는데,

또 집 보러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설거지도 안 했는데,

15분 후에 가도 되겠냐고 묻네.

 

  • 키미2020.12.13 18:41 신고

    오늘 13일, 제 친정아부지 기일입니다. 양력으로 해요.
    여기는 폭설이 왔습니다.
    수도권에 확진자가 폭발입니다.
    모쪼록 조심하시길.
    집을 심심찮게 보러오네요....
    좀...귀찮으실 것 같아요.

    답글
    • 그레이스2020.12.13 19:16

      우리는 음력입니다.
      윗쪽지방에는 아침에도 눈이 많이 왔다는데,
      눈오는 길을 달려서 창원까지 왔다가
      물 한모금 안마시고 선 걸음 그대로 올라 간 남동생 부부가 맘에 걸리네요.
      작년에는 식당에서 다같이 밥먹고 술도 한 잔하고
      집집마다 여자가 운전해서 갔거던요

      집 보러 와도 이제는 시큰둥합니다.

  • 하늘2020.12.14 09:26 신고

    제 친정아버지 시어머니도 12월에 기일이 있어요
    어르신들이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돌아가시더라구요
    오늘도
    친척 한분이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네요

    멀리서 와서 차도 한잔 못마시고 갔다니 맘이 애잔합니다
    형제가 모두 한국에 살면 그렇게 얼굴이라도 볼텐데
    전 몇년동안 동생들 얼굴도 못보고 사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0.12.14 10:23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환절기에 호흡기 질환으로 시작해서 폐렴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습디다.
      친정아버지도 봄에 후두암 수술을 하셨지만
      독감에 걸리셔서 입원하셨고, 사인은 폐렴이었어요.

      기제에 참석하려고
      먼길을 운전해서 와 준 남동생 부부와 여동생 부부가 특별히 더 고마웠어요.
      생각해보면,
      우리 형제들은 예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크다는 걸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실감합니다.
      지난 3월에
      당숙(아버지의 사촌동생)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나만 빼고 다들 장례에 참석했거던요.
      전통,격식,예절...
      그런 것들을 지키면서 형제간의 우애도 더 돈독해 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이사를 가기 전에 건강체크를 해보려고
      11시에 안과에 갑니다
      작년에 백내장이 시작 된다면서 6개월후에 다시 체크해보자고 하셨는데
      올 봄에 못 갔거던요.
      다른 이상은 없는지 전반적인 체크를 해보려고요

  • 데이지2020.12.14 11:39 신고

    서로 안부만 묻고 얼굴도 못보거나 얼굴만 보고 차 한 잔도 못하고 헤어지는 마음이 다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리 되겠지요.
    집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 보면 자연스레 거래도 될 거예요. ~~^^

    답글
    • 그레이스2020.12.14 13:50

      안과 다녀와서
      점심 먹고 안과에서 진료 받은 내용을 쓸 예정이었는데,
      지금 또 집 보러 온다고 해서
      음식 냄새 때문에 환기 시키고 대기중입니다.
      여기는 왜 30분 전에 연락을 할까요?

  • 여름하늘2020.12.14 21:25 신고

    오랜만에 형제분들 만났는데
    그렇게 헤어져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0.12.15 07:52

      여섯시간을 운전해서 산소에 왔다가 그냥 가는...
      남동생의 성의를 아버지를 향한 존경심이라고 해석합니다.

  • 앤드류 엄마2020.12.15 04:53 신고

    먼길 오신분도 있고, 형제자매가 오랫만에 만났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렇게 헤어지셔서
    많이 허전 하셨을듯.
    제사가 한겨울에 있었슴 산소에서 만나기가 좀 뭣한데,
    한겨울이 아니라 다행이군요.
    저도 코로나가 아니었슴 지금 한국에 도착해 있었을텐데,
    코로나로 인해 내년말에 가야 될것 같습니다.
    다음에 코로나 종식되고, 그레이스님 건강좋아지시면
    형제자매분들과 좋은 시간 함께 하시길.

    답글
    • 그레이스2020.12.15 07:46

      한편으로 생각하면
      제사가 뭐라고 그렇게라도 꼭 참석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여섯시간 운전해서 참석하고 가는 남동생 부부와 여동생 부부의 성의가 참으로 대단하다 싶어요.

      서울 올케는
      우리가 이사 갈 집에 청소하는 날 먼저 가서 살펴 보겠다고 해서,
      큰 도움을 받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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