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방명록에 비밀글로 상담을 원하는 글이 있었다
시댁에 가면
연세 많으신 시어머니께서 깨끗하지 않은 젖은 행주로 꼭 밥그릇을 닦고 음식을 담아 주시는데
그 게 너무나 거슬려서 배가 고픈데도 밥을 먹을 수가 없다는...
처음에는 참을 수 있었으나 갈 때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점점 거부반응이 심해진다며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지 질문이다.
다른 내용도 있지만 생략하고...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은 고부간이라서 혹시나 그 관계가 나빠질까 봐 내색을 할 수가 없단다.
시댁에 갈 때 새 행주를 10 장 삶아 빨아서 가져가라고 했다.
밥을 퍼거나 음식을 담을 때,
제가 할게요~ 하고 행주를 꺼내 쓰면 시어머니께서 눈치를 채시고 달라질 거다.
너그러우시고 정이 많으셔서 막내 며느리를 많이 이뻐하시니
서운하게 받아 들이지는 않을 거다
자주 새 행주 새 타월을 사서 가져가고,
부엌 씽크대를 고쳐 드리는 것도 생각해봐라.
80세가 넘으면 거의 다 청결에 둔해진다.
첫째는 눈이 어두워서 더러운 게 잘 안 보이고
둘째는 대충하는 버릇이 생겨서 자주 삶아 햇볕에 말리는 걸 잊어버린다.
그러니 나이탓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했었다.
며칠 후에,
남편과 의논해서 시댁의 부엌을 고쳐 드리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했다는 소식과
행주도 10 장 사다 드렸다고 했다.
예전 사택에 살던 때 친한 이웃이 친정에 가면
70대 엄마가 쓰는 그릇과 부엌살림에
구석구석 때 끼인 게 눈에 거슬려서 대청소를 하고 온다고 했었다
그때는 예사로 들었는데
요즘 대청소를 할 때마다 지영이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다른 집에 비해 나는 행주를 많이 쌓아놓고 쓴다
88 올림픽 즈음 서울의 어느 댁에 모임이 있어서 갔는데,
10 명의 손님 식사준비를 하면서 부엌에 행주가 3 개뿐이더라
서랍에도 여분의 행주가 더 없다는 게 쇼크였다
급한 데로 하얀 타월을 내어 달라고 해서 그릇을 씻어 엎어 물끼를 빼고 설거지를 도왔다.
그 후로
나는 최소한 20 개의 행주를 쟁여놓고 쓴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필요 없으나
손님이 오거나 아들 가족이 오면 끼니때마다 많은 양을 쓰게 되고
한 번 사용한 것은 베란다 통에 담아서 한꺼번에 삶아 쓰니까
넉넉하게 준비해 둔다
서랍의 앞줄은 행주와 싱크대 상판과 식탁을 닦는 수건이고
뒤쪽은 부엌에 걸어 두는 손 닦는 타월이다.
구석 쟁이에 있는 건 물끼를 짤 때 쓰는 삼베 천이다.
행주는 도톰한 정사각형과 얇은 직사각형 작은 사이즈이고
식탁과 상판을 닦는 수건은 반으로 접어서,
직사각형 행주 반으로 접은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식탁과 상판을 닦는 수건은 삶아 빨아도 오래 쓰면 색이 누렇게 변한다
이층 홈바 싱크대 서랍에는 무늬가 있는 행주가 들어 있다.
새 것 3 장은 김 언니가 일본 갔다 오면서 기념으로 사 온
두꺼운 거즈 타입의 타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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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20.12.23 13:09
자주 삶는 거니까 한번 후루룩 끓으면 불 끄고 빨아서 널어요.
가루비누를 쓰지않고 사각형 고체 빨래비누를 씁니다 (표백제가 들어있어서 하얗게 빨아져요)
가격으로 따져보면 얼마 아닌데...
주부들이 의외로 행주에 인색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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