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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부엌 행주

by 그레이스 ~ 2020. 12. 23.

얼마 전에 방명록에 비밀글로 상담을 원하는 글이 있었다

시댁에 가면

연세 많으신 시어머니께서 깨끗하지 않은 젖은 행주로 꼭 밥그릇을 닦고 음식을 담아 주시는데

그 게 너무나 거슬려서 배가 고픈데도 밥을 먹을 수가 없다는...

처음에는 참을 수 있었으나 갈 때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점점 거부반응이 심해진다며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지 질문이다.

다른 내용도 있지만 생략하고...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은 고부간이라서 혹시나 그 관계가 나빠질까 봐 내색을 할 수가 없단다.

 

시댁에 갈 때 새 행주를 10 장 삶아 빨아서 가져가라고 했다.

밥을 퍼거나 음식을 담을 때,

제가 할게요~ 하고 행주를 꺼내 쓰면 시어머니께서 눈치를 채시고 달라질 거다.

너그러우시고 정이 많으셔서 막내 며느리를 많이 이뻐하시니

서운하게 받아 들이지는 않을 거다

자주 새 행주 새 타월을 사서 가져가고,

부엌 씽크대를 고쳐 드리는 것도 생각해봐라.

80세가 넘으면 거의 다 청결에 둔해진다.

첫째는 눈이 어두워서 더러운 게 잘 안 보이고

둘째는 대충하는 버릇이 생겨서 자주 삶아 햇볕에 말리는 걸 잊어버린다.

그러니 나이탓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했었다.

며칠 후에,

남편과 의논해서 시댁의 부엌을 고쳐 드리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했다는 소식과

행주도 10 장 사다 드렸다고 했다.

 

예전 사택에 살던 때 친한 이웃이 친정에 가면

70대 엄마가 쓰는 그릇과 부엌살림에

구석구석 때 끼인 게 눈에 거슬려서 대청소를 하고 온다고 했었다

그때는 예사로 들었는데

요즘 대청소를 할 때마다 지영이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다른 집에 비해 나는 행주를 많이 쌓아놓고 쓴다

88 올림픽 즈음 서울의 어느 댁에 모임이 있어서 갔는데,

10 명의 손님 식사준비를 하면서 부엌에 행주가 3 개뿐이더라

서랍에도 여분의 행주가 더 없다는 게 쇼크였다

급한 데로 하얀 타월을 내어 달라고 해서 그릇을 씻어 엎어 물끼를 빼고 설거지를 도왔다.

 

그 후로

나는 최소한 20 개의 행주를 쟁여놓고 쓴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필요 없으나

손님이 오거나 아들 가족이 오면 끼니때마다 많은 양을 쓰게 되고

한 번 사용한 것은 베란다 통에 담아서 한꺼번에 삶아 쓰니까

넉넉하게 준비해 둔다

 

서랍의 앞줄은 행주와 싱크대 상판과 식탁을 닦는 수건이고

뒤쪽은 부엌에 걸어 두는 손 닦는 타월이다.

구석 쟁이에 있는 건 물끼를 짤 때 쓰는 삼베 천이다.

 

 

행주는 도톰한 정사각형과 얇은 직사각형 작은 사이즈이고

 

식탁과 상판을 닦는 수건은 반으로 접어서, 

직사각형 행주 반으로 접은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식탁과 상판을 닦는 수건은 삶아 빨아도 오래 쓰면 색이 누렇게 변한다

 

이층 홈바 싱크대 서랍에는 무늬가 있는 행주가 들어 있다.

새 것 3 장은 김 언니가 일본 갔다 오면서 기념으로 사 온

두꺼운 거즈 타입의 타월이다  

 

너른 바다2020.12.23 12:53 신고

저도 깔끔하게 한다고 하는 편인데
그레이스님의 오늘 글과 사진을 보니 또 배웁니다.
행주 더 준비하고 깨끗하게 삶아야겠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12.23 13:09

    자주 삶는 거니까 한번 후루룩 끓으면 불 끄고 빨아서 널어요.
    가루비누를 쓰지않고 사각형 고체 빨래비누를 씁니다 (표백제가 들어있어서 하얗게 빨아져요)
    가격으로 따져보면 얼마 아닌데...
    주부들이 의외로 행주에 인색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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