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는 문갑 속에 쌓여 있던 수첩과
깊은 설합에 들어 있던 은행통장,
그리고 받은 편지와 카드 사진들, 일기장들을 꺼내서 정리했다.
수첩은 제일 오래 된 것이 85년도이니
84년 12월에 귀국해서 그다음 해부터 차곡차곡 모아졌다.
몇 년 전부터는 수첩에 적는 게 아니라 휴대폰 메모 기능을 이용하니
이제는 수첩을 안 쓴다.
내용을 읽어보니,
언제 누구를 만나 어디에서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써비스가 어땠는지도 기록되어 있다.
큰아들이 외국에서 다니러 올 때마다
선 볼 아가씨들 명단과 프로필을 나열해놓고 채근했던 내용을 다시 보며,
그 당시를 떠올려 보기도...
가장 빼곡하게 채워진 해는
94년 큰아들 고 3이었던 해와 96년 작은아들 고 3이었던 해 수첩이다
본고사 시험을 치러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서울대학 부근 2박 3일 숙박했던 여관의 명함도 들어 있다
그 여관은 상당히 큰 편이어서 전라도 쪽 다른 도시에서 교사 인솔로 올라 온 팀도 있었다.
그때의 기억도 생생하고
세훈이 고 3 때는 학원 공부방 감독을 했던... 두 달 동안의 날짜와 학부모들 명단도 있다
학생들 이름을 보여주면 세훈이는 몇 명이나 기억하려나?
부산으로 온 이후 20년 간 사용한 통장이 이렇게나 많은 이유는,
입출금 통장 적금통장 말고도
남편이 사장으로 있었던 10 년동안 외환통장, 투자통장이 있어서 많아졌다
새 통장을 발급 받으면 다 쓴 통장은 없애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뒀었네.
개인 정보가 찍힌 부분을 가위로 다 잘라서 폐기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당황스럽고도 기막히는 사건은
2000년 3월 17일 조흥은행에서 발행한 오십만 원권 수표가 20년 전 일기장 속에서 나왔다
비상금으로 넣어 놓고는 몇 달이 지나고...
1 년이 지난 후에는 아예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그당시에 오십만 원이면... 통장에 넣어 뒀으면 지금은 얼마가 되었겠냐?
그나저나 2006년에 신한은행에 흡수된
조흥은행에서 2000년 발행이라서 희망을 가져 볼 여지도 없다.
-
제 생각엔 한 번 알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답글
신한은행에서 합병했으니...
그 때 50만원이면 지금 5백만원은 될 것 같습니다. 아깝네요. -
-
와~~~짝짝짝
답글
축하드립니다.
저희 남편이 조흥은행 다니다가 신한은행으로 합병되어
많은 마음고생을 하고 신한은행 지점장 하다가 퇴직했거든요 ㅎㅎㅎ
잠자는 돈 찾아 가라더니 그런거 였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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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2021.01.16 14:34 신고
안녕하세요. 저도 그레이스님과 비슷한 상황이라 여쭤봅니다. 농협에서 발행된 1993년 수표이며 백만원권 2장입니다. 사용하지 않던 지갑에서 발견후 지금도 운영중인 발행지점에 방문하니 30년이 다되어서 전산조회가 되지않아서 지급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발행은행에서 기록 보관이 없어서 지급이 안된다니 속상할뿐입니다. 지금 금감위에 질의를 해놓은 상태이기도 하지만 그레이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어서 쪽지 남겨봅니다.
답글-
그레이스2021.01.16 17:34
저는 아무것도 몰라서... 못찾을 거라고 포기했었는데,
은행에 다니는 후배가
전산기록이 있으면 아무리 오래된 통장이나 수표라도 찾을 수 있다고 합디다.
그 말을 듣고 용기를 얻어 찾아 가 봤어요.
첫째는 전산기록이 있어야 가능한 모양입니다만,
금감위에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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