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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 유라 윤지 유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어른.

by 그레이스 ~ 2021. 2. 16.

토요일 일요일 연거푸 갔으면서

월요일 하루 쉬고 오늘 또 가는 이유는

윤지와 친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윤호 때문이다.

 

뜻밖에 눈을 깜박거리는 버릇이 생겼는데, 일종의 틱장애 증세라고 한다.

심한 정도는 아니라서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관찰을 해보니,

자기가 원하는 일이 거절 당했을 때,

하고싶은 것을 동생에게 양보하거나 내색을 안 할 때,

말하자면 욕구를 표현 못할 때,

더 심해지고,

할아버지와 게임에 집중하거나

윤호가 흥미를 가지는 분야의 이야기를 할 때와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 때는 깜박이는 횟수가 줄었다.

 

남편과 둘이서 긴 이야기를 나눈 결과, 스트레스가 틱장애를 만들었다는 결론이다

윤호는 성격상 떼쓰고 성질 부리는 타입이 아니다.

더구나 동생이 둘이고 또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도

첫째의 책임감도 잘 알고 있다.

 

또 한가지 더,

작년 9월부터 다니는 외국인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하는 게 부담이 되었을 거다.

한국말을 해도 되지만 다른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를 하니

될 수 있는 한 적응하려고 노력 할 거고,

하고싶은 말을 마음 껏 표현 못하는 불편함이 스트레스가 되었을 거다.

 

큰아들이 영국에 가서 여섯살에 초등학교 예비반에 입학했는데,

사전 공부를 하나도 안해서 예스와 노 자기 이름만 대답하는 정도였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한마디도 못하는...

집에 와서 펑펑 울면서

선생님이 어느 게 더 크냐고 너무나 쉬운 걸 묻는데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며,

내가 바보가 된 것 같다고... 울면서 하소연을 했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

그 스트레스로 입술을 깨무는 버릇이 생겼었다.

 

어제 아침 식탁에서

윤지가 아니라 윤호를 위해서 더 자주 가고,

더 많이 시간을 같이 보내야 겠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나도 동의를 했다.

(아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서 휴일도 없이 출근하고,

며느리는 출산일이 보름 남았으니 더욱 할아버지의 관심이 필요하다)

 

윤호가 할아버지와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해서,

사계절과 바람에 대해서,

사막에 대해서... 그런 내용을 유튜브로 찾아보거나 이야기 하면

유라와 윤지는 흥미가 없어서

할아버지는 온전히 윤호 차지가 된다.

자기가 흥미를 가지는 것에 설명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이 무척 즐거운 거다.

만 5세 아이에게 좀 빠른 내용이기는 하지만.ㅎㅎ

 

큰아들이 다섯살 때,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멈춰서 앞으로 넘어질 뻔 했던 순간을,

관성의 법칙으로 설명했던 아버지이니까

손자의 질문이 빠른 것도 아니다.

 

  • 산세베리아2021.02.16 11:42 신고

    와 역시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십니다..

    동생들에게 다 양보해야 하는 맏이의 부담감~~~~
    있을것 같아요&&
    그 마음을 읽어주시는 할아버지가 계신 윤호는 축복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답글
    • 그레이스2021.02.16 12:23

      어느 집에서나 첫 아이가 겪는 어려움인데
      윤호는 학교생활과 겹쳐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쌍둥이라서 유라도 윤호와 똑같은 상황인데
      유라는 섭섭할 때 투정을 부리거나 감정표현을 잘 합니다
      윤호는 내색을 안하는 편이고요.

      예전에 하윤이도
      또 동생이 생기니 소외감을 느끼고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엄마가 하윤이 만나서 단둘이 데이트를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윤이 이야기 들어주고,
      가게에 들어가서 둘이서 마주보고 간식도 사먹고...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고는 불안증세가 없어졌어요.

  • 키미2021.02.16 13:54 신고

    저도 윤호가 좀 조용한 것 같아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셔서 참 좋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02.16 14:57

      아직 큰애들 하교 전이어서
      윤지와 소꼽놀이하고 있어요
      며느리는 병원에 정기검진 갔다 하고요
      전자렌지 안에 음식을 넣고
      소리가 나게 윙~ 돌리는 거

  • 이카루스2021.02.16 15:34 신고

    안녕하세요 ~늦었지만 새해에 건강하시고 늘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두분의 자식과손주들 사랑과교육방식등 삶에지혜에 늘 배우게됩니다
    저는 어제 큰아이를 진주에있는 공군부대에 입소시키고 왔어요..
    코르나로인해 한번 안아볼틈도없이 아이만 차에서 내려주고 돌아서 오는데 어찌나 맘이 허전하든지요 ..
    더더 사랑표현 못해준게 맘에 걸리네요.4년터울 여동생을 보면서 아이에게 어른대접만했던게 떠오르네요.
    윤호는 세심하고자상한 조부모님이 계시니 곧 좋아질거라 생각되요
    저도 윤호가 더욱더 건강한아이로 자라길 기도합니다 ~

    답글
    • 그레이스2021.02.16 22:38

      아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허전했을지... 눈물이 났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잘못했던 일만 계속 생각나고요
      엄마들은
      첫째아이에게 과중한 짐을 지우고 형노릇 오빠노릇을 요구하고... 누구나 다 그랬던 것 같아요.
      네살 다섯살 겨우 아기를 벗어난 아이에게 말이예요.
      나도 옛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어요.

      윤호가 부담감으로 스트레스 받을까봐
      할아버지 할머니는 느슨하게 풀어줍니다
      유라의 어리광도 받아주고요
      아이들이 그 시기에 엄지손가락을 빠는 경우가 많은데
      윤호는 눈을 깜박입디다
      할아버지도 나도 엄마도
      눈을 깜박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척하기로 했어요
      어른들이 의식 안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요

  • 하지희2021.02.17 12:46 신고

    윤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 뭉클하네요~
    큰 아드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윤호도 잘 헤쳐나가겠지요 :)

    인사가 늦었습니다.
    2021년 신축년 새해
    늘 건강과 기쁨 속에 그레이스님께서 바라시는 모든 일 성취하시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답글
    • 그레이스2021.02.17 14:39

      고맙습니다~ 지희님~^^
      오늘 판교에 사는 남동생네와 통화중에,
      저희 ㅇㅇ 이도 그랬어요 합디다.
      책임감 강하고 어른들에게 주목 받는 첫째 아이가 겪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남동생네 큰딸도 셋째가 태어난 후에는
      언니노릇 누나노릇 하느라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겪고 지나가는 과정이니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도록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려고 합니다

  • 여름하늘2021.02.17 21:26 신고

    아빠는 바쁘시고 엄마는 출산 준비로 바쁘고
    이럴때 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헤아려 주시는
    자상한 조부모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사를 정말 잘 하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1.02.18 08:20

      남편과 이사 잘 왔다는 말을 여러번 했어요.
      꼭 필요한 시기에 맞춰서 잘 왔다고요.
      평일에는 학교에서 오후 3시 30분에 집에 오니까
      4시간 정도만 여유시간이 있지만 토요일 일요일에는 하루종일이니까
      앞으로는 어떤 놀이를 할지도 연구해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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