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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 유라 윤지 유준

세배를 했을까?

by 그레이스 ~ 2021. 2. 14.

9시 20분 즈음 출발했는데 종로까지 한번의 정체도 없이 달릴 수 있어서

50분만에 (정확하게는 47분만에) 큰아들네 아파트에 도착했다.

 

현관에 조르르 나와 있던 아이들의 환영인사를 받고 들어가서 보니

셋 다 거실 유리창에 붙어 서서 크레용으로 그림 그리는 중이었다.

 

 

그림 그리기는 얼른 마무리하고

엄마가 준비해 둔 한복을 입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하자고 했더니

 

윤지 옷보다 유라의 치마의 색이 더 곱다고

자기가 유라 옷을 입겠다고 난리가 났다.

달래봐도 소용이 없어서 일단 입혀보고 달래서 벗겨 줄게 하고

유라에게는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윤지는 벗을 맘이 전혀 없고,

유라는 속치마 위에 저고리를 입었다.

결국 나중에 세배하자고 미루고 옷을 벗고 놀았다.

언니 오빠는 거실에서 할아버지와 게임을 하고

윤지는 놀이방에서 할머니와 인형놀이를 하고.

큰 캥거루로 소꼽놀이를 하던 중에 인형들 밑에서 아기 캥거루를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중이다

갑자기 놀이가 바뀌어서 캥거루가 엄마와 윤지라네

새끼가 있는 동물은 무조건 엄마와 윤지라고 한다.

처음에는 캥거루의 아기주머니에 넣고 엄마가 안아주는 모습이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등에 업고 띠로 묶어 달라고 해서 시키는데로 해줬는데,

잠시후에는 다른 인형에게 치마로 입혀 달란다.

 

점심을 먹은 후

날이 풀려서 포근하다고

밖에 나가서 킥보드 타자고 했더니

언니 오빠에게 밖에 나가자고 하는 할아버지 말에

윤지가 먼저 방에서 우주복을 꺼내 들고 왔다.

아줌마가 보더니, 아이구 그건 너무 두껍다고 다른 거 입자고 했으나

그 설득이 윤지에게 통 할 턱이 있나  

내가 할꼬야~

어른은 손도 못 닿게 하고 혼자서 입고 지퍼를 올렸다.

그와중에 양말은 짝짝이로 들고와서 할아버지 도움을 받아서 신고

윤호와 유라는 아직 나갈 준비를 안했는데

혼자서 마스크까지 쓰고 부츠 신고 현관에 나가 있는 윤지.

큰애들이 옷 갈아 입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윤지는 한참동안 저 모습으로 (옷이 더워서 현관문 열어놓고 밖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세배는 어찌 됐을까?

 

다섯시가 지나서 밖에서 돌아와서

이왕 손씻는 김에 목욕까지 하자고 했더니

놀다 왔으니 손만 씻겠다고 딱 부러지게 의사표현을 하는 윤지

 

저녁을 먹은 후에 차례대로 목욕을 하고

잠들기 전에 읽는 동화책도 읽어주고...

 

그런데 세배를 못했구나

세뱃돈 줄려고 가져왔는데 세배를 안해서 못주겠다 했더니

윤호가 세뱃돈 받고싶다~,

노란색 돈을 받고싶다.

"파란색만 받아 봤는데 노란색 돈은 못 받아봤어" 한다

 

할아버지가,

그러믄 지금 해라 한복 안입어도 된다  하셔서,

잠옷바람으로 셋이 조르르 서서 세배를 하고 봉투를 받았다.

얼른 봉투속의 돈을 꺼내보고는

노란색이라고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이 거 진짜돈이냐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가짜돈보다 크다 하면서

 

돌아오는 차속에서

윤호가 어찌 노란색 돈을 알았을꼬~

동네 큰형들에게 세뱃돈 이야기를 들었겠지요~

우리의 대화 내용이다.

 

 

  • 여름하늘2021.02.14 10:31 신고

    ㅎ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윤지가 만들어 낸 정말 즐거운 설날풍경이 되었네요
    격식있는 세배받는 풍경은 앞으로도 충분히 이루어 질수 있는것이니
    오늘의 해프님은 영원히 아름다운 해프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라가 동생 앞에는 의젓한 언니역활을 했네요
    다 컸어요 ㅎ

    답글
    • 그레이스2021.02.14 13:54

      윤지가 웃음 제조기 역활을 합니다
      오늘도
      큰아들집에 왔습니다
      아들이 바빠서 휴일에도 출근하는 게 몇주가 되었어요
      이번 명절연휴에도 계속 출근하고요
      일요일이라서 윤호 유라가 집에 있으니
      같이 놀아주려고요
      할아버지와 세계 기후 지도를 보느라 열심입니다
      바다의 파도는 얼마나 센지
      어느나라의 바람의 세기는 어떤지
      비가 오는 곳은 어딘지 그런게 궁금하다네요

  • 키미2021.02.14 14:26 신고

    우와~!!! 윤지 똑 부러지네요. ㅎㅎ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실력이 남다릅니다.
    결국 유라가 지겠네요.
    아이들이 복작하니 명절 풍경 좋습니다.
    할아버지 요즘 기쁘시겠습니다.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21.02.14 15:21

      오늘도 현관에서 작은 공을 들고는
      오빠 도와줘~~~~~ 하면서 윤호를 부릅니다
      무슨 일인가 아줌마랑 내가 나가봤더니
      손에 들고있던 공을 윤호에게 들라고 부른 거예요
      지는 빈손으로 나가겠다고요
      윤호가 이거 안무거운데...
      윤지가 들고 갈수있는데... 하고
      윤지는 모르는척 나갑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는 내 놓으라고 한다네요
      씨끄러울 게 뻔해서 며느리가 작은공 두개를 더 가지고 나갔어요

      할아버지가 밖에 나가서 놀래? 물었더니
      윤지가 안가 하더래요
      왠일로 안간다고 하네 했더니
      알고보니
      엉가하는 중이라서 못간다고...
      이모를 불러서 기저귀 빼고 닦아달라고 하고는
      목욕탕에 가서 씻고 나와서는
      제일 먼저 서둡니다
      엉가 중이라서 못간다고 한 것을 할아버지가 잘못 이해한 것이었어요

      •  
      • 그레이스2021.02.14 20:56

        고맙습니다~
        조금전에 집에 도착해서 아직 세수도 못했어요.
        남은 시간
        푹~ 늘어져 있을 것 같네요.ㅎㅎ

  • 데이지2021.02.14 23:38 신고

    샘 많은 윤지가 참 매력적이네요. ㅎㅎ. 점잖은 윤호에게 공 드는 시중까지 받고요. 지켜보는 내내 재밌으셨겠어요.

    • 그레이스2021.02.15 08:23

      블록을 쌓던 유라가 할머니를 부르는데
      내가 도와주께~하고는 달려가서 웃었어요
      자기가 아주 중요한 사람이고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얼른 고맙다고 인사해야 합니다.ㅎㅎ
      장난감이 어느 통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할머니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윤지의 업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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