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아들에게 싫은소리를 했다.
아이들 버릇이 엉망진창이라고
어이구~ 과장이 심하시네요~ 한다.
과장이 아니다.
정리정돈은 하나도 모르고,
일곱살이나 된 아이들이,
매일 해야 하는 일을 알려주는데도 말을 안듣고 징징거리는 게 말이 되느냐 했다.
아들은 엄마의 지적에
혹여 그 말을 며느리에게도 할까봐 아무 말씀도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매일 6시 20분에 일어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날은 시간 전에 먼저 일어나서 나오고,
어떤 날은 깨워서 나오는데
어제는 일어나라고 불렀더니 일어나 앉아서 큰소리로 짜증을 낸다.
보통은 유라가 징징거리고 윤호는 말없이 나오는편인데
어제는 윤호가 싫다고 고함을 질렀다.
깨우는 사람이 엄마나 아줌마였으면 아이를 달래고 기분을 맞춰주었겠으나...
조용한 목소리로...
나는 야단도 안 칠거고
소리 지르는 거 하지마라는 말도 안할거다
니가 한번만 더 고함지르면,
너희 아빠를 때려줄거다
아빠 엄마가 너희들을 이렇게나 잘못 가르쳤으니 아빠가 맞아야지.
아빠를 때리겠다는 할머니의 말에 윤호가 깜짝 놀랐는지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벌떡 일어나서 2층 침대에서 내려온다
그 바람에 평소에 징징거리던 유라도 조용히 나오고
윤지도 분위기 파악이 되는지 언니 따라 나온다.
할머니 서슬에 놀라서
아이 셋 다 식탁에 앉아 투정부리지도 않고 평소보다는 빨리 먹었다.
6시 20분에 일어나서 무슨 밥맛이 있겠냐?
빵이나 우유에 씨리얼, 계란과 과일 조금
차려놓은 음식을 마냥 시간을 끌면서 먹으니
양치질하고 옷갈아 입을 때는 항상 시간이 임박해서 어른들이 옷 입는 것을 도와준다.
아들에게는
일곱살 아이들이 혼자서 옷을 갈아입는 게 정상인데
아침마다 옷을 입혀주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놀고난 후에 장난감을 제자리에 정리해 놓는 건 단 한번도 못봤다고
너는 그 게 정상으로 보이냐고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야단을 쳐 봐야 그때뿐이고 행동교정이 안된다.
목소리를 낮추고 힘있게 그리고 확실하게 의사전달을 하는 게 중요하다.
유라가 울면서 달래주기를 원하는 눈치를 보여도
너를 예뻐하고 좋아하지만 지금은 달래줄 수가 없다고 확실하게 말한다.
울음이 끝날 때까지 아무말도 안하고 기다리겠다고
우리부부의 역활이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다.
감싸고 편들어주느라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어기는 할아버지와
정해 진 시간표대로,
30분 지났으니 아이패드를 반납해라
10분 후에는 놀이시간이 끝난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공손하게 바르게 말해라
제자리에 놓고 정리하자....는 할머니
사탕종류 아이스크림 종류 많이 주지마라,
며느리가 붙여놓은 시간표대로 시간 지켜라,
응석을 다 받아주지 말라
남편하고는 하루에도 몇번씩 다툰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어제 일을 쓰다.
-
그레이스님!
귀여운 손자손녀에게 이렇게 단호하고 확실한 양육태도를 보여 주시는 것이 존경스럽습니다.저도 가까이에 손자들을 두고 사는 지라 늘 갈등을 겪는데 그레이스님처럼 해야겠어요.
고맙게 잘 배웁니다.
답글-
그레이스2021.03.12 07:35
오늘 아침 놀라운 일이 생겼어요.
유라는 6시 15분 전에 일어나서 할아버지를 깨웠고요
세수하고 징징거림없이 식탁에 앉은 게 6시 30분이었어요.
할머니는 지켜보고 있고,
혼자서 옷 갈아입고 학교 갈 준비가 다 끝난 시간이 7시입디다.
시간이 남아서 가방들고 기다리다가 나갔어요.
윤호는 두 번 주의를 받았지만 그런대로 시간 안에 준비 되었고요.
-
-
그레이스님이 애들 군기반장 되신거예용?? ㅎㅎ
요즘아이들 부족함없이 자라고 다 받아주고 한께 진짜 룰을 정확히 갈켜야하는건 맞아요~
근데 윤호 유라 셔틀시간 맞출라면 쉽지않을것 같아용~외국인학교는 등교가 빠르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유치원생인데 7시 15분에 셔틀 탈려면 진짜 아침에 바쁠것같아용~
6시 20분에 일나서 좋은 컨디션으로 아침묵고 할려면 무조건 일찍 재워야하겠네용~
답글-
그레이스2021.03.12 09:01
이모들이 (입주아줌마 월수금 오는 청소하는 아줌마 토요일 일요일 오는 아줌마 ) 세사람이나 되니
아이들 기분을 맞춰 주느라 과도한 칭찬과 거슬리는 행동을 하더라
주말 아줌마는 밤에 윤지를 안고 자고,
큰애들 응석 다 받아주고...
그러니 점점... 버릇이 어떻게 되겠어?
잘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를 망치는 행동이라고 따끔하게 말했다
7시 30분에 아파트 맞은 편 경찰청 쪽에 버스가 서니까
집에서는 15분에 나가야 여기서 타는 다른 학생들과 인사도 하고 시간이 적당하더라
저녁에는 8시 이전에 침대에 누워야 되는데,
동화책을 읽어 준 후에도 할아버지 이야기 듣겠다고...
꼭 10분 이상 시간을 어긴다
어제 밤에는 시간을 못지키겠으면 동화책 읽어주는 거 빼겠다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라고 잔소리를 해서 50분에 방으로 들어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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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2021.03.12 10:31 신고
정말 늘 고개숙이고 배우게 되는 아이들 양육과 교육방식입니다.
답글
저도 아이들 키울때 응석을 받아주다가는 제가 받아줄수 없을땐 감정적으로 화를내고, 때론 매도 들었어요.
그레이스님처럼 원칙을 가지고 감정적이지않은 훈육을 하지못한게 아쉽고 후회가 되네요.
십여년전 미국에서 2년간 살동안 미국 백인 부모들이 아이를 훈계하는 방식이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Right now .. now 하는 말에 아이는 행동을 바로 잡고 따르는 모습이 참 멋져보였어요..
저는 참다가 종당엔 꽥 소리를 질러버리고 마는 엉터리 엄마였으니까요.. ㅜㅜ-
그레이스2021.03.12 11:11
어느집에나
어느 엄마나 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후회하고... 그러잖아요.
오늘 아침 윤호는 조금 늦게 일어 날 사정이 있어서 6시 20분에 깨우지않고
30분까지 기다렸어요.
아이가 움직이는 거 본 후에
이제 불을 켜겠다고 먼저 말을 하고 불을 켜놓고 그냥 지켜보고 있었더니
일어나서 앉더군요.
부드럽게 이제 내려올래~? 하고는 또 기다려 주고요.
10분 더 늦었지만 그다음에는 서둘지 않아도 될만큼 밥먹고 칫솔질하고 옷입고... 준비가 잘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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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답글
멋지세요
역시 잘 가르치신 어머님의 지침이
훌륭한 아드님을 두신 거지요
요즘 모두 오냐오냐해서 버릇들이 엉망입니다
울 손녀도 이뻐예뻐만 하니~~~~
아무튼 건강 조심하세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2021.03.12 13:00
사연이 많습니다~ ㅎㅎ
아직 존대말도 할 줄 모르고요
가르쳐야 할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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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차2021.03.12 11:51 신고
아저씨와 손자들 일로 다투신다는 말이 저에게 강하게 다가오네요.
답글
저희 남편이 딸을 키울때 의견이 달라서 많이 부디쳤는데
지금은 손자가 오면 다시 예전 패턴대로 "혼자 먹게 두어라,
먹여주지 말라 등" 참견을 많이 합니다.
각자 따로 아이를 봐야지 같이 있으면 충돌할 일이 생기더군요.
제3자로서 볼 때 님께서 손자들 훈육을 잘 하시는 것 같은데
아드님과 며느리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그레이스2021.03.12 12:57
우리집은 생강차님과 반대입니다.
남편은 먹여주고 챙겨주는 사람이고
저는 혼자 하도록 두라는 방침이고요.
며느리에게는 4일 전에 전화로
이러저러 해서 훈육을 시작할 생각인데 너 의견은 어떠냐고 물었어요
혹시나 걱정할까봐
야단치거나 벌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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