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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어이구 속 터져

by 그레이스 ~ 2022. 6. 22.

3시 예약한 미용실에 커트하러 갔다 오니

남편이 부엌에 일을 벌여 놨다 

어제 장 보러 가서 사 온 오이 6 개를 오이소박이 만든다고 잘라서 십자로 칼집을 넣어 

고춧가루, 까나리액젓, 마늘 다진 거, 무 채 썰어 넣고 버무리는 중이다 

대관절 왜 이러실까?

그냥 해달라고 하면 될 것을 왜 왜 벌려놓고 저지레를 하는지

속에서 불이 올라와서 한마디도 안 하고 방에 와서 누웠다 

 

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다 망쳐봐야 만원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하고,

싱크대에 잔뜩 쌓아놓은 큰 대야며 그릇들은

나는 안 할 거니까 전부 직접 설거지를 하시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나중에 치울게 하고는 

그대로 둔 채로 작은 방으로 가시네 

 

 

  • 그레이스님 오랜만에 첫번째로 댓글을 답니다.
    남편분께서 오이 소박이가 잡숫고 싶으신데
    몸이 불편하신 그레이스님 생각을 하셔서
    그러신것 아닐까요?
    저희남편은 그렇게 할줄도 모른답니다.
    십자로 썰으셨으니 양념을 해서 제대로 하셨나요?
    직접 설거지를 하시라고 말씀 하신것은
    잘하셨어요.
    지금쯤은 다 치우시고 괜찮으신거죠?

    답글
    • 그레이스2022.06.23 05:59

      오늘은 작은아들네 손자 하준이 생일이어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어요
      5시 30분에 멀리 산 위로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이는 냉면 먹을 때 채썰어서 고명으로 쓰고 또 생으로 먹으려고 샀어요
      남편은 냉장고에서 오이를 보자
      갑자기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났을 겁니다
      그냥 새로운 도전을 하는 기분으로요
      작년에는 오이와 양파 비트 몇가지 채소로 얼마나 많은 장아찌를 만들었는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새로운 장아찌를 만드는 즐거움에
      김치냉장고 한쪽 칸이 남편이 만든 장아찌로 가득 찾었어요
      그 걸 설마 다 먹었겠어요?
      몇 달이 지나 상해서 버리고 또 만들고...
      그런 사연이 있어서 또 시작이구나~ 하는 심정으로 속에서 불이 올라 옵디다
      어차피 나는 안 먹을 거니까 남편 혼자서 다 먹겠지요 뭐.
      설거지는 한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그냥 둬서 내가 다 치웠습니다

  • 눈꽃2022.06.23 11:03 신고

    아이고,글을 읽으니 저도 속이 터집니다 ㅠㅠ
    하윤이 할아버님의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그레이스님의 일이 많아지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2.06.23 12:05

      상세하게 얘기하자면, 한 페이지로는 부족해요
      며칠 전에도 온갖 것들 넣고 러시안 스프 비슷하게 큰냄비 가득 끓여 놨더라구요
      직접 만들고 싶은데 아내에게 물어보는 게 싫으면
      유투브 레시피를 검색해서 무엇을 얼마나 넣어야 되는지 확인하고 요리를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대충 짐작으로 재료나 양념을 넣으니... 제대로 맛이 나면 기적이지요
      그와중에 가끔은 비슷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만...
      또 양은 어찌나 많은지
      거의 10인분을 한꺼번에 만들어 놔서 ... 할 말은 많으나... 생략입니다
      가스렌지 주변과 벽에까지 더럽혀지고 설거지꺼리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 여름하늘2022.06.24 08:43 신고

    '어이구 속 터져'라는
    제목을 보며 무척 궁금했지만
    어제밤에는 밤이 너무 늦어서 하준이 생일 이야기만 보고 나갔어요 ㅎㅎ
    ㅎㅎ정말 속터지 겠어요
    그런데 가끔씩 주방에 저지레 거리를 만들어
    주셔야 할것 같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2.06.24 09:41

      저지레를 해놓고 치우는 건 잘 못합니다
      그릇은 설거지를 해도 내 맘에 안들어서 다시 씼어야 되고요
      가스렌지에서 볶거나 굽거나 끓이는 거 하고나면 벽에도 튀고
      주변은 기름자국과 음식물이 굳어 있어서 수세미로 박박 닦아야 됩니다
      다 치우고 나왔는데 부엌이 엉망이 되어 있으면 한 숨이 나오지요
      우리집은 그런 일이 반복되어도 내가 잔소리를 안 하니
      남편은 그냥 일상 생활처럼 넘어 갑니다
      어제 저녁에는 습도가 높아서 에어컨을 켰는데
      처음에 뭐가 잘 못 되었는지 작동을 안하니 실외기도 점검하고 왔다갔다 ...
      짜증이 폭발하는 듯이 어찌나 신경질을 부리던지요
      나는 그런식으로 내색해서 옆에 사람 불편하게 하는 게 너무나 싫어서
      내가 짜증을 내야 하는 순간에는 내색 안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넘어갑니다

  • Silky2022.06.24 12:32 신고

    암튼 전 그레이스 님의 부군께선 제 부러움의 대상이고요!
    그레이스 님은 두분 관계를 큰 소리 안내고 슬기롭게 엮어 가시는 모습이 제 경외심과 존경의 대상이셔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평화롭게는 못 넘길 것이 거든요. ㅉㅉ...)

    답글
    • 그레이스2022.06.24 13:53

      오이소박이 건에 대해서는 잔소리 안했고
      나중에 설거지 안한 것에 대해서도 말 없이 넘어갔지만
      어제 저녁에 에어컨이 작동 안된다고 짜증내고 큰소리로 불평불만 한 것에 대해서는
      오늘 점심 후에 지적했어요

      살다보면 가전제품에 문제가 생길 수도(실외기 쪽 전기 코드가 뽑혀 있었대요)
      계획했던 일이 뜻대로 안 될 수도 있는 건데
      옆에 있는 사람이 듣고 마음이 상할 정도로 신경질을 부리냐고,
      내가 당신 반만 화를 냈더라도 우리는 매일 싸웠을 거라고 했어요
      당신한테 화를 낸 건 아니잖아 합디다
      그 정도 일에 감정절제가 안되는 건
      나 한테 직접 화 내는 것과 같다고 했어요

  • christine2022.06.24 18:30 신고

    오이소박이는 난이도가 좀 있는 종목인데 맛은 우떤지 궁금하네요 ㅎㅎ 부군님께서 하실만한 활동적인 취미를 찾으시면 좋겠네요~ 가까운 곳에 텃밭분양받아 농사짓고하심 정말 잘하실것같아요^^ ㅎ

    답글
    • 그레이스2022.06.24 19:50

      물어보지마~ ㅎㅎ
      순서도 양념도 다 엉터리인데 우찌 맛이 있겠노?
      이런 일을 연거푸 겪으면서 이유를 생각해보니,
      은퇴 이후 12년이 지났는데
      교통사고 이전에는 단 일주일도 무료하게 집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전라도 섬으로 며칠씩 장거리 낚시를 가거나
      집에 있을 때는 밤마다 기장쪽 해변으로 밤낚시를 가고
      낮에는 호텔 가서 운동하고 사우나하고...
      바쁜중에 꽃밭도 돌보느라 무료할 틈이 없었지
      날마다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살았으니
      집안 살림에 대해서는 참견할 시간도 관심도 없었을테고
      내생각에는
      생활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없어서 남편은 속에 울화가 차 있는 상태인 것 같아
      나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내 처지가 불편함과 통증과 싸우는 환자인지라
      너그러워지려고 해도 감정절제가 예전 같지가 않네

  • Silky2022.06.26 15:19 신고

    아무려나~ 그레이스 님의 인간관계에서 생겨나는 여러가지 갈등요소에 대한
    이해력과 분별력은 가히~ Master 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이상의 합당한 단어를 발견하지 못하는 표현력 부족이 아쉬울 뿐이지요.
    전에 교육 분야 이었던가? 혹은 부모 자녀 관계 였던가? 상담사 일을 역임 하셨었다고 기억되긴 합니다만...
    대개의 상담사도 정해진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전문분야에 정형화 되어
    stereo type 적인 해결책을 내 놓기도 하게 되지요?
    개별적인 특수 경우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급기야는 자신의 경우를 더 더욱 비관적인 경우로 생각해 포기해 버리게 까지 되기도 하는...?

    답글
    • 그레이스2022.06.26 19:42
      저를 너무나 높게 평가해주셔서 뭐라고 인사 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깊이 감사드립니다~^^

      실키님의 말씀처럼
      남의 고민을 듣고 그 해답을 찾는 연구를 하다보니
      여러 종류의 아픔을 이해하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저의 시야가 좁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다른 부분도 알게 되어 점점 더 너그러워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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