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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진단과 처방

by 그레이스 ~ 2022. 6. 25.

올해 처음으로 에어컨을 가동시키려고 전기 코드를 꽂고 켰으나 가동이 안 되니

매뉴얼 책자가 어디에 있느냐부터 실외기 상태 점검하고 왔다 갔다 하더니 

짜증이 폭발하고 말이 거칠어지는... 

사소한 일에 심하게 짜증을 내고 감정이 폭발하는 남편을 보고

뭐라고 대꾸할 수도 없고... 심란하고 기막힌 상황에 안방에 피해 있었다

 

하루 지나 어제 저녁에 

7월부터는 당신 생활을 바꿔 봅시다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바닷가로 가든지 저수지 낚시터로 가든지 

당일 혹은 1박 2일로 다녀오시라고 말을 꺼냈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심하고 말이 거칠어지는 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오래 쌓여서 그런 것 같으니

낚시터라도 가서 기분을 풀고 오는 게 좋겠다 

동해안 바닷가에서 하루 있다가 오면 더 좋겠고

점점 더 심해져서 통제가 안 되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라고 얘기를 했더니,

내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괜찮다며,

앞으로는 주의를 하겠다고 하신다 

 

교통사고 이후로는 

처음 몇 달은 아예 생각도 못했겠으나 

점점 나혼자 움직일 수 있게 된 이후에도

집에 환자를 두고 바닷가에 낚시하러 가는 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싶은 지 

내가 다녀오시라고 해도 거절했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가 결국 한 번도 못 가고, 급하게 용인으로 이사 왔으니...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나는 비행기 타고 가자했으나 자기가 고집 피워서 운전하고 오다가 사고가 났으니 

크게 다친 나에게 미안함이 있어서 가고 싶은 낚시를 참았던 거다

 

취미생활을 2 년 넘도록 한 번도 못했으니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억눌러 왔던 욕구가 점점 짜증과 분노로 변해서

조그만 자극에도 터지는 것 같다는 게 나의 진단이다 

남편 혼자만의 낚시 여행이 필요한 싯점이다

 

 

  • 그레이스님 편히 주무셨어요~
    교통사고 후유증이 그레이스님의 건강과 몸상태도 많이 안좋아지셨지만,
    하윤할아버님의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셨네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레이스님도 조심조심 움직이시고,
    하윤할아버님도 한번씩 바닷바람도 쐬시고 하셔야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하실 것 같네요.
    그레이스님의 사려깊으심에 오늘도 저를 한번 돌아봅니다.

    에어컨 문제도 얼른 해결되어 정상작동하기를 바랍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2.06.25 08:50

      에어컨은 실외기 전기 코드가 뽑아져 있어서
      작동을 안했던 겁니다
      곧 발견했었어요
      지금 서울 가려고 밖에 나와서
      차 타기전 남편 커피 마시는 중에 쓰는 거라서
      나중에 연결해서 더 쓸게요

    • 그레이스2022.06.25 10:51

      서울 와서 유준이와 자석 붙이기하다가
      할아버지와 교대했습니다
      서울 오는 중에 한번 더 얘기했어요
      수 목 금 2박 3 일 동해안으로 다녀 오시라고요
      탁 트인 동해를 보면 기분전환이 될 꺼예요
      서해는 물도 잠잠하고 밋밋해서 싫답니다

  • 키미2022.06.25 12:54 신고

    동해 좀 한적한 곳에서 부둣가에 차박해서 쉬다가 오시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요즘 너무 사람이 많아서 한적한 곳 찾기가 어렵습니다.
    검색하셔서 가시면 좋겠습니다.
    서울 잘 다녀오세요.

    답글
    • 그레이스2022.06.25 16:43

      다음 주 수요일에는 여동생 집에 갈 꺼니까
      7 월 첫 주나 둘째 주에 다녀 오시라고
      분위기를 만들어야지요
      남편 차는 캠핑카로 개조되어 차박도 가능합니다

  • 데이지2022.06.25 21:31 신고

    그레이스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시네요. 사고 전과 후! 달라진 상황에도 냉철히 하나하나 현명하게 결정하고 실행해 가는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2.06.26 08:23

      사고는 그냥 그날의 나쁜 운수였고
      남편의 잘못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이 상할 때는
      저 고집 때문에 기어이 운전해서 가더니 ... 내가 이 지경이 되었다는 원망이 생겨서
      화를 내는 남편에게 맞서기도 했어요
      남편은 그런 상황이 못견디게 황당했을 거고요
      내가 화를 내면서 따지는 자체가
      남편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겁니다

    • 그레이스2022.06.26 08:50

      아침 여섯시 전에 우리방에 와서 놀던 유준이는
      8 시 정각에 할아버지와 밖으로 나갔고
      윤호와 유라는 아이스하키 시간이 변경되어
      일찍 아침 먹고 아빠와 나갔고
      (유준이가 같이 나가겠다고 현관에 가서 있어서 할아버지와 나갔어요')
      윤지는 엄마와 놀고있어서
      나는 누워서 쉬고 있어요

  • Silky2022.06.26 15:29 신고

    참으로 지혜롭고, 현명하신 그레이스 님!
    많이 많이 존경하고, 따르고 싶습니다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도 있고,
    타고난 DNA 는 더 더욱 못 바뀌니...
    제가 이 나이에 배워서 따라 할 수 있을지? 기대난망 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개선의 노력은 해봐야지... ! 다짐은 해 봅니다. ㅉㅉ...

    답글
    • 그레이스2022.06.26 18:31

      실키님~
      5시 30분에 용인 집에 도착했습니다
      오자마자 잠시 누워있다가 블로그가 궁금해서 노트북을 켰어요

      실키님께서 이렇게나 칭찬을 해 주시니
      다시금 저의 행동을 돌아보게 됩니다

      얼마전에(5월 31일) 남동생이 다녀갔는데
      그 때 들었던 말이 좀 특이했어요
      두 살 아래 동생이어서
      살아 온 행적의 대부분을 알고 있는 사이여서 남동생의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동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와서 커피 마시며 두어 시간 남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식탁에서 일어나면서 나와 남편을 바라보며
      "70 년 살아오면서 많은 부부를 만났었고
      그 중에는 남편을 존경하며 처신을 잘하는 부인도 봤었지만
      누나만큼 남편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이 정도이면 남편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추앙하는 수준입니다." 하는 말에
      "매형은 본인이 그렇게 대접 받고 사는 줄 모른다" 했지요
      내 말을 듣고 남편이 얼른 "나도 잘 알지" 하더군요

      무엇보다 내 동생이 누나를 남편에게 잘하는 부인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고 놀랍고도 신기했어요

    • 그레이스2022.06.26 19:31

      남동생의 표현이 좀 과장된 것 같아 덧붙여 풀이하자면
      젊은시절에는 사랑했겠지요
      점점 나이들어 미운짓 되풀이하는데 뭐가 그리 좋아 보이겠어요?
      그럼에도, 그 속내를 이해하고 대변인이 되어주는 게
      부부사이가 원만해지는 방법이라고 판단되어 내가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아들들에게, 형제자매들에게 남편의 부족한 점이나 실수를 잘 포장해서 설명하는...
      50대 이후 그런 생활을 계속했더니 남동생이 누나를 저렇게 평을 합니다

       
      • 그레이스2022.06.27 07:15

        서로 서운함이 쌓이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면,
        점점 골이 깊어져서 나쁜 상황이 벌어질 꺼라는 건 누구나 예측하는 일이 잖아요
        그런 감정이 쌓이지 않게 대화로 푸는 게 저의 몫이었어요
        젊은시절부터 남편이 화를 냈을 때는 그당시는 듣고만 있다가 하루 이틀 지나서
        무엇이 사실과 다르고 무엇이 지나쳤는지 조목조목 설명을 했습니다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고 심성이 따뜻한데 성격이 급해서 문제다... 등등
        남편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좋은 점을 말해서 풀어주는 것도 동시에 해야
        원만하게 해결이 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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