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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코미디 부부 (2012년 11월)

by 그레이스 ~ 2022. 7. 22.

어제 오후에, 이번 주말에 별일 없으시냐고~ 선영이가 전화로 묻는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주말에 부산으로 가도 괜찮은지 여쭈어 보려고 스케줄을 물었었다는...

언제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을 하는지 아직 확정적인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기로 의논했단다.

 

아버지와 나는, 언제든지 대 환영이다~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니 확정되면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하고 통화를 마쳤는데,

밤에 남편에게 전했더니, 난리가 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청소 할 목록을 적고... 2박 3일을 걸릴 거라며,

온갖 웃기는 말을 둘이서 주고받고~ 

선영이 오기 전에 자기는 청소하다가 과로로 쓰러질게 분명하단다.

 

지난봄에 선영이가 첫인사 온다는 명훈이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때도 난리도 아니게 대청소를 했었다

외출을 하고 들어왔더니,

뒷베란다를 어찌나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정돈을 잘해놨는지 깜짝 놀랐던 일을,

같이 운동하는 친한 친구에게 우스게로 얘기했었는데...

집에 가서 자기 남편에게 몇 번 말했던 모양~   나는 그 일을 잊어버렸는데,

며칠 전에, 세훈이가  집안일을 잘 도와주더라는 말을 했더니, "아버지를 닮았네요 뭐~" 하면서

자기 남편이,

"베란다 청소하고, 거실 유리창 닦아준 이야기 열두 번도 더 했다 이제 고마해라~ " 하더란다.

 

당신이 남의 남편 스트레스 줬답니다~라고 그 에피소드를 전해줬던 걸 기억하고는,

오늘은 모범남편 실력을 보여주마~! 작정을 한 모양으로. 재활용품부터 정리정돈을 시작한다.

"정리정돈은 당신 업무이고, 내 업무는 밥하고, 빨래하고... 각자 자기 분야는 확실히 합시다~" 내가 한마디 한다.

잘 치워놓을 테니, 제발 며칠만이라도 어질러놓지 말라길래,

"아침에 밥 먹었다고, 저녁에 안 먹나요?, 그것도 마찬가지예요~ " 

말하면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점심 후엔, 언젯적에 떼어놓고, 아직도 그대로 둔 서재와 부엌의 조명등 가리는 창을 오늘 마무리하겠단다.

 

어쩌자고  저런 식으로 만들었을꼬? 내 푸념이 이어진다.

대형 형광등을 4개씩이나 달아놓고,

그 위에 창호지 격자창으로 마감을 했으니... 전력낭비가 오죽하냐고?

형광등 불빛을 창호지로 막아서 은은하게 만든... 

 

가게를 3군데나 돌아다니다 사 왔다며 벽지를 바르기 전에 쓰는 초배지를 사 왔다.

창호지는 왜?

지푸라기가  묻은 듯이 산뜻해 보이지가 않더라나?

 

여기를 잡아라, 저기를 잡아라~ 잘못 자르고 잘못 발라서 한바탕 소동을 하고...

"어쩌자고  온 집안의 불을 간접조명으로 달았어요?"

10년 전에는 그게 유행이었다 했다가, 그때는 전기료가 안 비쌌다고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하더니...

 

"당신~ 나쁜 아내 할래? 좋은 아내 할래?"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잘못 자르고 잘못 발랐어도.. 콕 꼬집어서 잔소리하면 나쁜 아내이고,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하면 좋은 아내란다.

자기가 실수를 할 때마다  좋은 아내 나쁜 아내 타령을 되풀이한다.

웃음이 터져서 일을 제대로 못하겠다.

 

끝마무리를 하고 비스듬히 세워서 말렸더니.... 말짱 다 헛일이 되었다.

그러게~ 창호지로 해야 되는 걸, 초배지가 웬 말이냐고?

툴툴거리면서 확 뜯어놓고는,

나를 바라보며  또 좋은 아내 할 거야? 나쁜아내 할꺼야?  선수를 친다.

 

내일 일거리가 더 늘어났네~

나는 2층의 침대 시트와 이불을 세탁하고 새로 손봐서 꾸미기도 바쁘고, 쓸고 닦는 청소도 해야 하고,

외식하지 말고 집에서 먹이고 싶으니, 무슨 메뉴를 정할까? 

그것도 숙제고... 내  일도 많으니,

나를 조수로 부려먹지 말고, 혼자서 해결하세요~ 했더니,

자기는 선영이 오기 전에 과로로 쓰러지겠다고.....  엄살이다.

평소에 얼마나 엉망으로 살았으면, 며느리 온다고 이리도 난리일까?

 

  • ㅎㅎㅎㅎ 저도 시댁에서 식구들이 온다고 하면, 이불이며, 청소며, 난리가 납니다.
    우리집은 제가 더 난리고, 남편은 자기 집 식구들이라 아무렇게나 해~ 이러는데, 사실 제 입장은 다르지요.
    그래도 그냥 조금 덜 깔끔해도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어쩌다 한 번 오면 사실 다 깨끗하게 보여요.ㅎㅎ

    답글
    •  
    • 그레이스2012.11.07 06:32
      키미님의 남편 입장에서는 자기가족이니까 별로 신경 안쓰겠지요?
      우리도 아들 혼자 온다고 했으면 대~충~~ 넘어갔을겁니다.
      그런데, 며느리는 다르네요, 남편도 나도...
      남편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님이 며느리 둘이랍니다.

      우리집에는 2~3달에 한번씩은 손님이 와야 됩니다.
      그래야, 버릴 물건들 좀 정리하고,대청소도 하지요.
      평소에는 눈에 보이는 곳만 청소하거던요.
  • 달진맘2012.11.06 22:30 신고

    살가운 며느님 사랑법 이시네요...
    시아버님 의 며느리 기다리는 마음이 읽어 집니다.
    행복하셔요...매일 매일

    답글
    • 그레이스2012.11.07 06:44

      남편이 깔끔한 성격이어서 좀 유난을 떱니다.
      저는 느긋한 성격이고요~
      지난주에 서울 아들집에 다녀왔고, 곧 하윤이 백일이어서 또 갈꺼고... 그래도 오겠다는 이유는,
      부모님 찾아뵙는다는... 의미 같아요.
      지난 추석에 결혼후 첫 명절인데, 부산 오지말고 둘이서 여행 가라고 했거던요.
      그래서 아직 부산으로 인사하러 오지못한 미안함 때문 아닐까요?
      아들부부가 온다고 하니까, 기다려지고... 약간 들뜨는 마음이 되는군요.
      남편과 나... 오늘은 또~ 무슨 에피소드가 생길지...

  • 여름하늘2012.11.08 10:26 신고

    하하하하
    글 읽어 내려 가면서 계속 웃었어요.
    과로로 쓰러지신다는 말씀에요.
    우리는 보러 오겠다는 자식들이 이렇게 반가운것이로군요.
    자식이 뭔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해요.
    나쁜아내와 좋은아내
    참 재미있는 말씀이세요.
    두분이서 집안 구석구석 청소하시는 분주한 모습이
    참으로 행복한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2.11.08 10:53

      코미디부부 2탄을 쓰야 할 정도로 사연이 많아졌어요
      댓글로는 부족할 지경으로ᆢ
      어제는 아침부터 내과병원에 갔어요
      감기가 아무래도 신경 이 쓰여서ᆢ.환자가 많아서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서 진찰실에 들어갔는데 "평소 같으면 이정도로 병원에 올 생각도 안했을 텐데 불안해서 왔어요,
      제가요~ 첫손녀 백일이어서 서울 가야하니 그 전에 기침이 꼭 다 나아야 합니다, 선생님~~~ " 했더니,의사도 웃으시더라고요.
      주사 한방 맞고, 약 처방 받아서 왔어요.
      토요일에 오는 큰아들과 며느리에게 옮겨서도 안되잖아요?

      어제 오후에 그전날 실패한 격자창 창호지 마감을 했고, 벽지 떨어진 거 내버려 뒀었는데,
      그것도 벽지 사와서 다시 바르고..
      오늘은 남편은 꽃밭 청소를 하고, 나는 부엌의 찌들고 묵은때를 닦아내다가 지금 차 한잔을 마시는 중입니다.

      딸이 시댁에 인사 간다니까,무엇을 보내면 좋을지... 하면서 전화를 하셨습디다.
      (아이구~ 무슨 말씀을... 신경 쓰시지말라고...하고)
      선영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가 우리집에서 벌어진 일을 얘기 하고는 같이 웃었는데,
      사부인께서 딸에게 말했던 모양입니다.
      저녁에 선영이가 전화 했네요.
      저 때문에 대청소 하신다니... 그냥 그대로 계셔도 괜찮다고... 무리하시지 말라고...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님이란다" 그래서 저러신다~ 했지요.
      오늘은 또 딴소리 하십니다.
      선영이가 무리하지 말랬으니, 조금만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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