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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LNG 선 100 척

by 그레이스 ~ 2022. 7. 21.

아침 식탁에서 카타르에서 현대에 LNG선 100척을 주문했다는 뉴스를 화제로 삼았다.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이어서 아직 정식 사인을 한 것은 아니다)

 

남편은, 살아온 세월이 보람 있고 뿌듯하다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배에 다 관여했고, 소신껏 원하는 대로 다 해봤으니

그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서도 행운이었다고... 한다.

 

큰애가 아기 때였으니 1977년이었겠다.

현대자동차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를 운반할 배를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기로 했을 때,

아직은 무리라는 사장단 회의 중론에,

말단 과장이면서 회의에 참석해서 본인이 직접 설계하겠다고 나서서,

1월부터 가을에 배가 완성되기까지

건조기간을 당기기 위해 회사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매달려서

체중이 8킬로나 빠졌던 우리나라 1호 자동차 수출선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그 이후에도 계속 바쁜 남편에게,

사택에 다른 집들은 국경일과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데,

왜 당신만 유독 바빠서 휴일에도 회사 가느냐고 푸념했더니

나는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큰 보탬이 된다는 사명감으로 출근한다는 남편에게... 감동받았었다.

(그런  마음이 점점 쌓여서 존경심으로 변했을 게다)

 

LNG선은,

런던지사에 근무할 80년대 초에 노르웨이에서 LNG선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도 곧 LNG선을 시작해야 된다고...

혼자서 자료를 준비하고 공부를 했었단다.

85년 귀국해서

LNG선이 앞으로 30년 이상 조선소를 먹여 살릴 거라고 강조하면서,

자료 준비가 다 되어 있으니 곧바로 수주 경쟁에 나서자고...

그리하여, 설계책임자가 되었다.

괜히 어려운 일을 맡아서 아랫사람들 고생시킨다고 푸념하는 직원들에게

내가 떠난 이후에도 회사는 몇십 년 LNG선으로 먹고살 것이니

한 사람 한 사람 기술을 축적하라고,

또 이 배들은 우리보다 더 오래 세상에 남아 있을 것이니 잘 만들어 보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LNG선 전담팀이 회사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70대 중반의 나이에,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가 어떠하든 성공한 인생이라고 했다.

 

 

마음이 뿌듯하시겠어요. 후배들이 잘 하겠지요. 대한민국의 더 큰 발전을 기원 합니다.
그리고 그레이스님의 건강도 더 빨리 좋아지시고 편해 지시길 바라구요.

답글
  • 그레이스2020.06.12 13:02
    남편은 외골수라 할 정도로 일에만 몰두해서 처세술은 몰랐어요.
    아닌 건 아니라고 직언하는 성격 때문에
    그 분야에 1인자가 아니었으면 진즉에 잘렸을 거라고 했었대요.

  • 현서2020.06.12 15:18 신고

    남편분 께서 과히 존경할만한 인품이나 명석함이나 열정 다 가지고 계시네요.
    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경제에 일조하신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아들뿐 아니라 손자 손녀에 대한 각별한 사랑도 엿보이고 남편으로서
    아내에 대한 배려도 보이고
    아내로서 어찌 존경하는 마음이 없을까요?
    그레이스 님 마음이 저에게도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군요. ^^*

    답글
    • 그레이스2020.06.12 17:12

      회사에서 인정 받는 사람이어서
      오랫동안 견제와 질투도 심했다고 합디다.
      마음고생 많이 했을 거에요.
      큰 프로젝트가 성공하고나면
      특별보너스를 얼마 받았다더라.
      아파트를 한 채 받았다더라...받은적 없는 소문도 퍼지고요.
      특별한 조건으로 다른 회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고...소문도 나고요.

      젊은시절에는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에
      그 까다로운 성격에 맞추려고 무척 노력하며 살았어요.
      자신에게 철저한 사람은 옆의 사람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거던요.
      뭔가 마음에 안들 때는 눈물이 나도록 야단을 맞았어요.
      대꾸 한마디 못하고요.
      남편이 60세 이후로 아주 많이 너그러워진 겁니다.

  • 여름하늘2020.06.12 22:57 신고

    국가와 사회에 큰 보탬이 된다는 사명감으로
    출근하신다는 말씀에 저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레이스님의 내조도 한몫을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두분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06.13 08:02

      살다보면,
      출근하기 싫은 날도 있고,
      일하는 게 귀찮고 싫은 날도 있어야 정상인데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다음날 중요한 회의가 있거나 기술적인 연구를 할 때는
      단합대회 회식에 가서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잔도 안마시고 있다가 오더라구요.
      맑은 정신이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요.
      자기절제가 철저한 모습을 보니,
      남편이 신기하고 어렵고...존경심이 생기더군요.
      그 수준에 맞춰 사느라고 나도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 하늘2020.06.14 02:16 신고

    저 지금 중학교사회책 한페이지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ㅎ
    세상 모든이들이 각자의 역사를 쓰지만
    사회를 위한 역사가 쓰여지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정말 공부한 기분이에요
    그리고,
    그런 사람 옆에는 또 그 정도의 역량을 갖춘 조력자도 꼭 있구요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20.06.14 07:36

      중학교 3학년이었던 작은아들이
      선생님이 주신 설문조사지에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이순신장군과 우리아버지라고 썼더랍니다.
      담임선생님이 상담시간에
      사춘기에 아버지를 제일 존경한다는 아이는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내와 두 아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으로 살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남자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만큼 자기 일에는 치열하게 또 가족에게도 희생적으로 살았어요.

  • christine2020.06.15 20:23 신고

    제가 요새 암만 바쁘다해도 요런글에는 댓글을 안 달수가없네용~
    지난주에 울산에서 뉴질 해군함 출항식이 있었다고
    들었어용~ 남극까지 갈수있는 최첨단 군함이라고 뉴질정부에서 현중 기술력에 극찬을 한 기사를 보니 제가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 가네용~

    밖에서 살다보면 국가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느끼고 있어용~~ 얼마전 코엑스 광장에 미디어아트 'Wave' 가 로컬신문에 나와서 이곳 지인들과 이웃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당~ 예전에 여기 살때보다 한국차도 많이 보이고 딸아이 학교에 K.Drama에 푹빠진 맘들도 많고... ㅎㅎ 뿌듯할때가 많이 있어용~ 울나라가 최단기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기까지 부군님 세대의 노고가 정말 컸어용^^ 정말 큰 박수를 보냅니당~

    답글
    • 그레이스2020.06.15 22:45

      군함중에 잠수함도 잘만들어요.ㅎㅎ
      배를 완성하고,
      선주측으로 부터 감사인사를 받으면서 특별한 보람을 느낀다고 하더라구.
      정말 많은 나라에서 남편의 기술을 인정해줘서 자부심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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