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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감사한 일이 많아서

by 그레이스 ~ 2022. 7. 21.

남편의 단점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과 내가 존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이익과 손해를 따지지 않고 바른 선택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점.

가족을 위해서는 아무리 귀찮은  일이라도, 밤중에라도 달려 나가는 행동들.

살면서 그런 순간들에 감동받아서...라고, 생각된다.

 

두 아들이 어릴 때,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휴일에 외출하려면 준비과정에서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바쁘다.

우리 집은 두 아들 세수시키고 옷 갈아입히고... 준비과정을, 부지런하고 행동이 빠른 남편이 다 해줬다.

나는 화장하고 내 옷차림만 챙기면 되니까,

항상 깔끔한 차림으로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나들이나 휴가 준비는 모두 남편이 다 챙겼었다.

마님과 머슴이라면서...


명훈이가 3학년 때 한국으로 와서,

그전에 야구를 한 번도 안 해봤으니 1, 2학년 2년간 숙달이 된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가 없었다.

낙심하는 아들을 돕겠다고,

밤마다 동네 공터에서 야구공을 줄에 묶어 철봉대에 매달아 놓고,

치는 연습과 던지는 공을 받는 연습을 한 달 넘게 시키면서,

직원들 회식에도 빠질 정도로 열심히 도와주셨다.


세훈이는 4학년 때인가~

내일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을 잊고 있다가 밤에  책가방을 챙기면서 생각이 나서....

아홉 시가 되었는데,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서부 국민학교 앞 문방구에 없어서

남목 국민학교 앞, 전하 국민학교 앞, 인근의 학교 앞을 가봐도 준비물이 다 떨어졌다고 

방어진까지 가서 기어이 구했던 적이 있었다. 

왜 일찍 챙겨놓지 않았냐고 꾸중을 안 하셨다.

(이미 아이가 걱정하고 낙심해있는데, 야단을 치면 무슨 도움이 되냐고)

그런 순간들이 아들에게 큰 감동을 줬을게다.


처음으로 보조바퀴 없는 자전거를 배울 때,

동네에서는 자동차가 자주 다니고 사람들이 많으니 위험하다고,

일요일에 차 트렁크에 자전거 두 개 싣고,

두 아들과 언양의 한적한 시골길에 가서 아들 둘은 자전거를 타고 앞에서 가고,

그 뒤를 아버지가 천천히 운전하면서 따라가는...

짜장면 사 먹으면서 하루 종일 연습하고 저녁에 왔더라.


명훈이가 중학생이 된 봄에,

아버지와 경주 남산에 가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토요일 오전에 사장님이, 이번 일요일 골프 라운딩 하자고 하시더란다.

갈등이 생겼으나, 아들과 등산하기로 먼저 약속을 했다고 말씀드렸다고 저녁에 와서 얘기하네.

사장님이 같이 나가자고 부탁하시는데 거절하다니~! 당신은 처세술이 빵점이라고 했었다.

휴일에도 계속 출근하는 아버지가

한 달 만에 쉬는 날 아들과의 약속인데 어찌 어기냐고...

두 아들과 남산 갔다가 돌아오면서 목욕탕 들러 목욕하고 저녁 사 먹고 늦게 왔었다.


고등학생 때 슬럼프를 겪을 때도 큰 힘이 되어주셨다.

잠시 공부를 잊고 휴일마다 등산을 하면서 머리를 비워 보자고...


여름휴가를 가는 중에 사고를 당한 사람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싣고 가서 가족이 오도록 돌보고 기다려주느라 우리의 휴가가 하루 소비되었는데,

아들들에게 바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흐뭇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저수지에 빠진 학생을 건져 인공호흡시켰던 일도,

(결국 그 고등학생은 살리지 못했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고 하더라.


노사분규가 극심했던 시기에도,

외국에서 주문받은 배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사무실에서 일을 못하니, 시내에 여관을 정해놓고 직원들과 여관에서 숙식을 하면서, 업무에 매진했었다.

 

정주영 회장님이 대통령 출마를 해서,

중역들이 선거에 동원되었을 때도, 업무에 집중하느라 한 번도 차출을 안 나간 몇 사람 중에 속한다.
출근하기 싫다거나 일하는 게 싫증 난다고 했던 적도 없었다.

이 분야에서는 내가 제일 잘하는 사람이니, 나의 모든 것을 쏟아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고.

 

그렇게 살아온 ,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

아들들의 기억에는 멋진 아버지로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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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이 기억하는 것들 중에,
어릴때는 밤중에 아버지가 방에 들어와서 이불 덮어주고 뺨을 만져주는 게 꿈인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아버지가 직접 해주시는 걸 알았다고.
사춘기시절에도
잠결에 아버지의 온기를 느끼는...그 느낌이 참 좋았다고 하더라.

서너살 아이들을 딴 방에 재우면서,
아무리 늦게 들어오더라도,(술마시고 밤 2시 넘어도)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아이들 방에 들어가서,잠든 아이들 쓰다듬어주고 나오셨어.
대학에 입학해서 집을 떠날 때까지 계속 하셨지.
그런 행동들이
아들에게 큰 영향을 줬을 거야.

아내에게 빚을 진게 많다고 하시는데...
내가 반대하는 일에는 고집을 좀 줄여주셨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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