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남편이 선택한 구내식당용 식판은 내가 품격 없다고 구시렁거렸으나
음식을 담아주기가 편하고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성공이었다
하지만 고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트에 담는 것을 묵인한 다른 것들
(아이들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겠다며 식빵과 햄 등등 재료들 우동 재료들)
또 어마무시하게 많은 마트표 아이크림들과 과자들은 어쩔 거냐고?
몇 가지 음식을 만드느라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추석에
굳이 내가 만든 음식들 내비두고
할아버지가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이겠다고 하는 건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했더니
자기 생각에도 심하다 싶은지 샌드위치와 우동은 포기하셨다
그러나 점심을 다 먹기도 전에
머스크메론을 잘라서 나눠주고 복숭아를 깎아서 나눠 주고
마트에서 스무개도 넘게 사 온 아이스크림 하나씩 나눠주고... 신이 나셨다
유준이는 어쩌냐고?
첫 번째 식판은 하영이 것
궁중떡볶이처럼 떡볶이를 프라이팬에 구워 불고기 양념으로 간을 해서
볶아놓은 불고기와 섞어서 내놨는데
그 옆의 가래떡은 프라이팬에 기름으로 구워 꿀에 버무린 것도 해 달라고 해서 두 가지다
닭볶음탕의 고기와 감자 하나 엘에이 갈비 구운 것과 한 통에 다 담았네
물김치는 색깔은 붉은색이 있으나 맵지 않은 어린이용이다
소머리 곰국은 아이들은 안 먹겠다 해서 빼고, 냉채도 빼고
(하윤이네는 급하게 가서 또 내가 계속 부엌에 있어서
아이들 노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없다
제부도 놀러 가서 찍은 사진이 오면 따로 포스팅해야겠다)
사진을 보니
식탁에 고기를 잘라주던 가위도 있고... 어수선하다
큰 집 가족이 오기 전에 먼저 먹다가
큰아빠 가족이 와서 아이들은 거실로 옮겨 갔다
점심때 하윤이 언니가 앉은자리가 멋있어 보였는지
저녁에는 유라가 식판을 들고 그곳에 앉았다
혼자서 꽃밭을 감상하면서 우아하게 먹는 아가씨 ㅎㅎ
낮에
셋이서 목욕탕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는 순간에 윤지가 울면서 드러누웠다
이유는,
오른손 앞에 있는 자기의 헬로키티를 언니가 안 이뿌다 했다네
할머니 눈에는 셋이서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줄 알았더니
누구 것이 더 이쁜가 평가를 하고 있었던 거다
헬로키티가 어떻게 안 이쁠 수가 있냐고
누가 봐도 다 이쁘다 한다고 편을 들어주고 수습했다
유준이는 경찰차와 구급차를 가져와서
할머니에게 자랑(?)하는 중
내가 알아듣지 못해도 경찰차 구급차를 비슷하게 발음한다
서울에서 유준이 우유를 가져오지 않아서 할아버지 우유를 먹었다
일반 우유보다 소화가 잘 되는 거라서
셔츠가 젖어서 갈아입히려는데 멀리 도망을 가서 엄마와 밀당을 하는 중이다
처음에 올 때는 흰 셔츠, 두 번째는 위의 노란색에 무늬 있는 셔츠, 저녁까지 3번 갈아입었다
유라 윤지가 안 보여서 찾았더니
할아버지 방에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긴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고 티비를 보고 있다
침대 옆에는 바구니에 인형을 담아 놓고는 집에 갈 때 가져갈 거라 하네
작은 며느리는 송편을 맞춰서 가져왔고
(그 사진을 안 찍어놔서 4 가지 떡 사진이 없다)
큰며느리는
강정 세트와 유과, 약과 그리고 제과점 애플파이와 아주 큰 배 한 상자를 가져왔다
엘에이 갈비 3 킬로는 작은아들이 맡아서 구웠는데
절반쯤 굽고 남았길래
제부도로 간다는 작은 아들에게 줘서 저녁에 구워 먹어라 했다
파인애플 소스로 버무린 냉채도 싸 주고
큰아들네는 어머니 힘들어서 안 된다고 다섯 시에 가겠다고 하는 걸
지금 가서 언제 저녁 준비하냐고
그냥 여기서 있는 거 덥혀서 저녁 먹고 가라고 강권해서
더 놀다가 7 시 반이 되어 나갔다
윤호 유라는 가기 싫다고
더 있고 싶다 해서 그럼 여기서 자고 내일 데려다주겠다고 했으나
엄마 아빠 다 같이 여기서 자고 내일 갔으면 좋겠다는
아이들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