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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 유라 윤지 유준

윤지와 유준이(5 월 둘째 주말)

by 그레이스 ~ 2023. 5. 15.

토요일 우리가 도착하니 유준이는 달려 나오는데

윤지는 소파에 누워있었다

아파서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소아과 가려고 기다리는 중이라네

금요일 저녁에 어지럽다 못 먹겠다 하는 걸 예사로 들었는데

한 입 먹고는 곧바로 다 토하고 배 아프다 했단다

소아과에는 항상 대기자가 밀려 있어서

일찍 예약을 해놓고 차례가 가까워져야 집에서 출발한다 

 

소아과에서 장염이라고 하더란다 

(금요일 오후에 수영레슨 갔다가 오는 길에 뭘 사 먹었다더니 그게 탈이 난 듯)

계속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기운이 없어서 소파에 눕는다 

할아버지가 밥 먹을래? 물었더니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 한다 

기운이 없어서 유준이 식탁에 앉아서 먹겠다는 윤지에게

먹여주는 할아버지

(닭백숙 국물에 밥을 끓여서 죽을 만들었다)

 

하루 지난 일요일에는 생기를 찾아서 엄마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중이다 

엄마에게 허락받아서 휴대폰을 들고 오더니

암호를 입력해서 잠김을 풀 줄도 안다 

지금 자기 지갑 두 개를 찍는 중 (평소에는 셀카 찍는 걸 좋아한다네)

내가 이 장면을 눈여겨본 이유는 

지난번에 가짜 전화기로 통화하는 동영상을 보니

너는 엄마 전화기 있냐? 나는 엄마 전화기 있다 하는 말이 나오는데 

엄마 전화기가 왜 자랑거리가 되나 궁금했더니

그 이유가 저렇게 자기 맘대로 사진 찍는 것이었구나 뒤늦게 알아챘다 

점심때는 

다 먹었다고 의자에서 내려온 유준이에게  

자기가 나머지를 먹여주겠다고 하더니 

한 숟가락 먹이고는 굳이 미끄럼틀에 가서 타고 오라고 하네

유준이는 누나가 시키는데로 가서 미끄럼틀을 타고 다시 와서 또 받아먹는다

아줌마가 밥 먹이다가 유준이가 산만해지면 미끄럼틀 한번 타고 오라고 시켰던 모양이다 

 

 

오전에 거실에서 윤지와 나 

"할미 화장실에서 뭐 했어?"

"쉬 하고 왔어"

" 왜 오래 있었어?"

(아이구 놀래라) "으응~ 사실은 엉가가 하고 싶었는데 오래 있어도 안 나왔어"

(자기도 경험이 있어서 안다는 표정으로) "그래서 쉬만 나왔구나" 

윤지는

주변의 사소한 것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대화할 때는 상대의 눈을 보고 말을 하고

그 나이에 상대의 감정에 공감을 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 게 참... 볼 때마다 신기하다 

 

점심을 먹고는 엄마 방에 가더니 화장을 하고 와서는 

할미에게 어떤지 묻는다 

예쁘다고 사진 한 장 찍자고 하고 의자에 앉혔다

어찌 된 상황인지 봤더니

유라가 어린이날 선물로 화장품 세트를 받았는데 

언니 화장품을 들고 가서 

엄마 방의 큰 거울을 보고 얼굴에 칠(?)했단다 

 

펼쳐보니 이렇게나 다양하고 화려한 화장품 세트네

아이구야~~

내 평생 이렇게나 많은 종류는 처음 본다야

 

일요일 

아이스하키 레슨을 갔다가 온 오후에 

윤호가 풍선껌을 부는 요령을 아빠에게 배워서

몇 번 연습해 보더니 제대로 풍선이 만들어졌다

그 걸 본 윤지가 또 해 보라고 재촉하고 재촉하고 재촉하고 

관람석 1 열에서 보는 게 아니라

코가 맞닿을 만큼 얼굴을 가까이에 대고 얼른 해 보라고 닦달을 하다가 

시간을 좀 줘야 오빠가 할 것 아니냐고 잠시 기다리라 했더니

저렇게 물러서 기다리고 윤호는 연습 중이다 ㅎㅎ

하필이면 풍선이 만들어졌을 때는 윤지가 못 보고 입술에 터진 후에 봐서 애를 태운다 

 

 

토요일 오전에 윤지가 소아과 가는 그때 

유준이는 할아버지와 뜰에 가서 킥보드 타고 화단에 물도 주고 한 바탕 놀고 와서는

건전지를 넣은 자동차가 제멋대로 돌다가 소파 밑에 들어가서 

그 걸 꺼내보려고 팔을 뻣었다가 다리를 뻣었다가 애쓰는 중이다 

자석을 가지고 노는 유준이에게 할아버지가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면서 

자석이 붙는지 시험해 보자고

나무 문에도 붙여보고 냉장고에도 붙여보고 장난감에도 붙여보고 

부엌 거실 놀이방 눈에 보이는 데로 실험을 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부엌에 있어서 재미있는 표정을 다 놓쳤다 

 

할아버지는 오늘 아침에도 

유준이가 밖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어떤 말을 하고

그 사이 기량이 늘어서 킥보드 타는 폼은 어땠는지 

평소에 다니던 지 씨 마트를 넘어 하이마트에 가서 

상품 하나하나 이름도 알아보고 넓은 내부의 매대를 시찰하듯이 돌다가

마지막으로 유제품 코너에 다시 가서 

요구르트를 샀던 상황도 재미있게 묘사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