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웃 데레사님께서 친구모임에 다녀오셨다는 글과 사진에
부산에서 고등학교 3 학년 때 한 반 친구들이 80 세를 훨씬 넘긴 연세에도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계속 모임을 이어 간다는 그 자체가 놀랍고도 부러웠다
나는 부산에서 용인으로 이사 오면서 친구관계가 모두 단절된 상태다
서울에도 고등학교 동창들 또 대학동창들이 모임을 하고 있어서
모임에 나오라는 연락도 받고 따로 만나자는 전화도 받았으나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서 간곡히 사양을 했었다
첫째는 예전의 내 모습이 아니어서 교통사고를 설명해야 하는 그 자체가 싫고
몸이 아픈 내색을 하는 건 더더욱 내키지 않아서 이다
둘째는 20 년 혹은 30 년 만에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 싶은...
그런 망설임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취소하게 되더라
고등학교 동창, 대학동창, 사택 부인들 모임도 사양했으면서
블로그를 통해서 친해진 지인들과는 연락을 하고 반갑게 만남을 약속한다
그 들은 나의 사정을 상세하게 다 알고 있으니
내가 왜 다쳤는지 왜 이렇게 변했는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손주가 몇 명인지도 이름이 무엇인지도 다 안다
그래서 만나면 아주 편하다
오늘은 윤정 씨가 우리 동네로 와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줄게 있다고 만나자는 전화를 내가 먼저 했다
무엇을 줄 건지는 전혀 설명도 안 하고
교통사고 이후 굽이 있는 구두를 신을 수가 없는 처지가 되어
거의 새것에 가까운 구두 두 켤레와 사용감이 좀 있는 여름 구두를 주려고 챙겨 뒀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입원해 있을 때 강력 진통제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였는데
세상에나~ 자식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면서
그렇게나 여러 종류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병실로 가져왔더라고
세월이 지나도 내가 그 걸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예전 글을 찾아보니 사진이 있다
자연산 싱싱한 전복을 주문해서 끓였다는 전복죽과 3 가지 나물
잡채
해물 파전
미역국과 밑반찬
며느리도 여동생도 사이즈가 안 맞아서 내 구두를 신을 수 없는 것도
윤정 씨에게 구두를 주는 이유가 되겠다
내가 받은 선물은
윤정 씨가 직접 방앗간에 가서 국산 참깨로 기름을 짜는 과정을 지켜보고
가져온 참기름과 들기름 그리고 차 종류
식당 옆 베이커리에서 산 빵 종류들 (극구 말려서 몇 개만 담았다)
윤정 씨가 산 오늘 점심
수아를 키우면서
육아와 교육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블로그에 질문을 했던 어느 날을 시작으로
벌써 10 년 가까운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