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카운티 자이 시니어 하우스는 용인 세브란스 병원 바로 옆에 있다
아파트 각 동은 지붕이 있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어서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안 좋은 겨울에도 편리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더라
밥을 직접 해 먹지 않고 식당에서 먹는 것과
집을 청소해 주는 것을 가장 큰 편리함으로 손꼽는데
1인당 최소한 30 끼니는 식당밥을 먹어야 된다 그 이상은 각자 선택이고
그러니까 부부가 30 끼니를 계산해서 54만 원은 관리비와 함께 내야 되는 방식이다
손님이 왔을 때나 별식이 먹고 싶을 때는 다른 음식을 사전 주문할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 다양한 동호회에 가입해서
여러 가지 활동으로 심심할 틈이 없다는 소개도 했었다
살아오면서 집안일을 해주는 가사도우미가 계속 있었던 사람은
노후에 생활하기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겠더라
그런데 나는 왜 그런 생각이 안 들었을까?
첫째는 살아온 환경 탓이다
연년생 두 아들이 두살 세 살 어렸을 때, 매일 지치고 잠이 모자라서
단 하루만이라도 나에게 휴가를 준다면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싶다고 했었다
그 이후 세월이 지나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을 때도
사택에서 이웃들이 집집마다 시간제 파출부를 고용하던 시절에도
예전의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나서 그때에 비하면 편한 생활이라고 파출부를 부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다니던 두 아들에게
엄마는 밥하고 청소 빨래 하는 게 내 의무라서 파출부 도움을 안 받는다
마찬가지로 너희들도 공부하는 게 의무이니
학원이나 과외 도움없이 혼자서 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 감기몸살로 몸이 아플 때도 남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안 했었다
아마도 내 힘으로는 집안 일을 할 수 없겠다 싶을 때
시니어 하우스를 찾아가지 않을까?
둘째, 다양한 동호회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내가 건강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이고
그다음으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이다
나이 칠십이 넘어서 누군가를 사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많아도 모임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30~ 40년 오랜 시간 쌓아온 정으로 계속 만나는 거고
한동안 안 보면 궁금하고 보고 싶은 거지
남편이 죽고 혼자 남은 경우에도 수십 년 만나 온 친구들이 있어서 덜 외로운 거고
나 역시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때 생각나는 사람은 부산에서 만나던 친구들이지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질 외로움이 아니다
셋째, 지금 63평에서 30평이나 25평으로 줄여서 가야 하는데
좋아하는 본챠이나 그릇이며, 애착을 가지는 물건들을 다 포기해야 한다
사실은 그게 제일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시니어 하우스에 다녀온 일요일 오후에
아들과 이야기중에
어머니는 본인이 모르는 (인정 안 하는) 특징이라면서
수더분한 것 같아도 까다롭고, 또 고집이 세다고 했었다
내가 고집이 세다는 건 수긍 못하겠다 하고, 웃고 넘어갔지만
내가 정한 기준에 못 미치면 선을 긋는 타입이라서 까다롭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고집이 세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다음 날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 말에 남편도 놀랐다고 하면서 아들이 그렇게 말했던 뜻은,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상대를 꺾어서 이기려는 고집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원칙과 규율에 대해서 까다롭고, 포기하지 않는 고집을
그렇게 말했을 거라고, 설명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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