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즐기려는 목적으로 부산 가셨던 남편이
잦은 비 때문에 계획을 앞당겨서
오늘 오후 다섯시 즈음 집에 도착할 거라고 문자가 왔었다
당연히 목요일에 오실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청소도 안 하고 대충 사는 나날이었다가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듯이
어제 수영장 다녀 온 이후에 마트도 갔다오고
오늘은 여섯시 전에 일어나 남편 방과 바깥 화장실 청소부터 먼저 했다
두 시간 연속으로 일을 할 수 없으니 중간에 쉬어가면서
이제 바지 두 개와 셔츠 3 장 다림질하면 급한 일은 끝나는 셈이다
미역국에 밥 말아서 한 그릇 먹고 잠시 쉬는 중에 노트북을 펼쳐
간밤에 다녀 간 흔적을 찾아서 방문통계를 보다가
형제자매 카테고리의 글을 많이 읽었구나 하면서
"귀락당 췌언에 썼던 글"을 클릭했다
내가 쓴 본문보다,
그 아래 댓글로 주고받은 내용에서 동생들을 챙겼던 내 마음과
오늘 아침 7 시에 공항으로 가는 여동생과 통화를 했던 그 순간의 마음이
더해져서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읽고 또 읽었다
실키님은 블로그가 다음에서 티스토리로 옮겨진 이후 블로그를 잠정 중단했는데
다음 해에 졸업하신 대학교 총동창회장을 맡아서 더욱 바빠진 탓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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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친 블로그에 올리신 그레이스님의 성실한 댓글을 보고 건너 건너 들어와서 눈팅만 하고 갈 때 부터 이미,
그레이스 님의 삶의 태도에서 보여지는 합리적 이성의 근원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길래,어떠한 경우에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언을 그리도 다양하고 정의롭게 하 실 수 있을까?
그러한 삶의 철학과 태도가 내재해 있었다 하더라도 현실의 삶에서도 스스로 만족해 하며, 감사할 수 있을 만큼 구현된 삶을 살 수 있게 된 동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러한 삶이 당대의 본인의 내공 만으로도 가능할까 ?
저의 못 말리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 천국차원에서 염치 없이 들락거리다 보니
궁금증 해결의 힌트를 이번에는 남달리 훌륭하신 친정아버님의 금수저 가계에서 찾아보게 되는 군요!
어느 누구도 자신의 부모님을 선택할 수 없는 부모자식관계!
일찍 가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야 평생의 한처럼 남아계시겠지만, 무한한 사랑으로 보듬어 주신 할머님이 대신 충분히 장수하셨고,
참으로 멋진 풍모에 평생을 청년 교육자의 수장으로 건강하게 은퇴하신 친정아버님의 장녀이셨던 그레이스 님의 업이자 복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레이스2021.01.29 10:22
실키님의 댓글을 읽고,
한동안... 옛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19세 여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24세 가을에 결혼했어요.
그당시 제 생각으로는 엄마가 안계시는 집 딸이니,
결혼이 늦어지면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나와 여동생은 25세 이전에 꼭 결혼해야 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연애하던 남자가 아니면 중매로 결혼하더라도 25세는 넘기지 않겠다고요.
여동생 둘 에게도,
우리는 엄마가 안계시니 가장 이뿌고 인기 많을 때 결혼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당부를 하고요.
여러가지 가정상황으로 제가 일찍 철이 들었던 셈이예요.
제가 결혼한 이후에는
여동생의 혼수장만을 위한 계를 들고...
엄마가 딸을 위한 준비를 하듯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대부분의 맏딸들은 동생들을 챙기면서... 부모님을 도우면서... 살 잖아요? -
그레이스2021.01.29 11:44
저와 동생들 결혼을 생각해보니... 여동생도 저의 결혼에 자극 받아서
남편감을 심사숙고해서 연애를 했는데,
총각의 아버지는 일본 유명대학 유학을 하셨고 어머니는 1940년대 초에 숙명여전을 졸업한 인테리 부모셨어요.
형님은 서울공대 수석입학한 재원이고 총각 본인도 서울공대 졸업했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기우는 형편이라서... 스물아홉살 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뜻밖에도 총각의 형님께서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만나 보겠다고...
저를 만나겠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총각의 형님은 남편의 2년 선배가 되고 총각은 저희 남편의 8년 후배가 되고...
그 형님과 이야기가 순조롭게 풀려서 결혼 날짜를 정하게 되었어요.
제가 일찍 결혼해서 잘 사는 모습이 동생들에게 큰 자극이 되고,
동생의 결혼조건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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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방 위의 댓글을 읽으면서 또 다시 뭉클~ 하며 감탄의 한숨이 절로 터 집니다
"나와 여동생은 25세 이전에 꼭 결혼해야 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엄마가 안계시니 가장 이뿌고 인기 많을 때 결혼해야 한다고"
어찌 그 나이에 그리도 현명한 생각을 하실 수 있었는지?
제 경험에 아무리 미추어 보아도 도저히 그레이스 님의 사고의 영역(깊이와 넓이)을 가늠하기 힘들군요.
그리고, 부끄럽지만 저는 딸이 셋이나 되는 딸 부자 엄마인데도 제 딸 결혼을 위한 혼수 준비엔 관심도 없었거든요? 차차 아시게 되겠지만, 제 삶은 제가 생각해보아도, 항상 닥치는 일 해결에 급급하며 살아오다 보니
뭔가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설계를 해서 단계별로 착착 진행되어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레이스 님께 경이에 가까운 탐구심이 발생하는 것도
어찌그리 삶의 모든 방면을 미리 준비하고, 공부하고, 다져서 복습하면서, 게획대로 목표를 달성하시는지 ?
참으로 보기 드물게 삶의 여정을 본인의 의지대로 가꾸어 가고 계신 분의 모범, 더 나아가 전범이라 생각되기 때문 이랍니다.-
그레이스2021.01.30 07:06
이렇게나 칭찬을 하시니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건 갑자기 나빠진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본능 아니었을까요?
일찍 엄마의 죽음을 겪고는,
준비하는 버릇은 더욱 철저해져서...
첫아이 낳으러 병원 가면서,
만약에 경우 집에 못돌아 올 수도 있다고
장농속 옷을 정리해놓고
가계부와 기록들 화장대 위에 챙겨놓고 병원에 갔어요.
그 후로도 외출을 할 때는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고
속옷을 새것으로 갈아입고 나가고요.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다보니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남편과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생활이 되었을 겁니다
30대 이후 나중에는 그게 습관이 되었고요.-
그레이스2021.01.30 07:20
실키님께서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했으니, 요즘 고향에 돌아 온 듯 하시겠어요
큰따님의 비혼이 엄마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으나...
결혼을 안해서... 더욱 빛나게 역량을 발휘하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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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면으로 그나마 위로를 삼기도 하지요.
요즘은 우리 때와 달라 아이들 육아를 사회에서 책임 지는 부문이 많아졌음에도
젊은 부부들이 육아 및 양가의 문화차이로 인한 부부관계 파탄이 어찌 그리 많아지는지?
달라진 여성의 위상의 부작용? 일 수도 있겠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길들여진 우리나라 여성의 특기인 참을성을 굳이 키워주려 하지 않는
어머니들의 훈육법도 한 역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서른이 넘은 둘째 딸이 신랑감을 데려 온다 할 때, 뭐~ "언니도 아직인데, 벌써 뭔 결혼이니? 좀더 직장도 경륜을 쌓고,대학원 논문도 끝내고 해도 되지 않니?" 하며 탐탁치 않아 했었거든요.
저 때도 당시로는 꽤 늦은 올드 미스였고, 대학원 마치고 잘 나가는 외국 직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둘째오빠 따라서, 결혼 보다는 유학 준비에 골몰 하고 있었지요!-
그레이스2021.01.30 17:47
자녀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맏이는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고요.
평소에 자주 하는 대화의 내용과
인생의 목표를 어디에 두는지...
저희 아들들은 부모가 하는 대화의 내용을... 비판하면서도 닮아가더라구요.
배우자를 잘 만나서 화목하고 좋은 가정을 이루는 것이 인생 최대의 성공이라고 하는 아버지의 말씀에
야망이 그렇게 소박하면 어쩌냐고 말도 안된다고 웃던 아이들이
30세가 넘어가고 적령기가 되니까
아버지 말씀을 종종 떠올리게 된다고 하더군요.
중학생이면 그 시기에 필요한 것을 하고
고등학생이면 그 시기에 필요한 것을 해야 하듯이
결혼도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고...
인생 최대의 결정이라고 하면서 채근을 많이 했었거던요.
실키님의 공부에 대한 열망을
큰따님도 무의식중에 닮아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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