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에관한 작은 tip

습관 바꾸기

by 그레이스 ~ 2011. 7. 11.

오랫동안 익숙해진 습관은 어떻게 바꾸나?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고쳐야 할 버릇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때마다 구체적인 주제에 따라서 대처해야 하는 방법도 다 다를 테고...

 

그중에서 언어습관에 관해서 한 가지 경험을 소개하자.

36개월 이전의 아기들도 존댓말을 쓰게 하면 그 단어의 쓰임새를 다 이해한다.

맘마 먹자~, 그랬쪄? 라는 식으로 어른들이 유아기의 말로 대화를 하면

아이는 유아의 느낌으로 행동하고,

어른들의 언어로 대화를 유도하면 또 그에 맞는 행동을 한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사고도 행동도 달라진다는 판단에

아빠라는 단어를 언제까지 쓰게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아빠는 어린이들이 쓰는 단어이니 6학년까지만 쓰고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바뀌는 내년 1월 1일부터는, 아빠에서 아버지로 바뀐다고 사전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6학년 1년 동안은 수시로 "내년부터는 청소년이다"라는 이미지 훈련을 시켰다.

 

"청소년이 되면 달라져야 하는 행동과 말"을 마음으로 준비하라고 부탁하고...

두 아이가 한 살 차이니 어느 시점을 택할까 고심하다가 둘째의 나이에 맞춰서 결정했다.

 

모든 행동교정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예고를 하고...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그래야 효과가 있다.

그렇게 10달을 넘기고 1월 1일 아침.

두 녀석이 아침에 일어나서 첫인사를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하더라고.

잠들기 전에 둘이서 단단히 준비했던 모양으로 일어나자마자 첫인사부터 먼저...

 

우스운 일은 같이 마음의 준비를 한 어른들이 더 실수를 많이 했다는 것.

제일 늦게까지 아빠라는 단어를 쓴 사람은 남편이었다.

무의식 중에 "이리 줘봐 아빠가 해줄께" 했다가 , "아참~ 아버지가 해줄께" 라는 식으로...

쓰는 단어가 바뀌니까 아이들이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더라구.

더 의젓해지고, 남자다워지는...

 

나는 사용하는 단어에 따라 사람이 바뀐다고 확신한다.

저속한 단어를 쓰는 사람은 생각도 저속해지고...

요즘은 드라마에서 결혼한 딸이 친정아버지께 아빠라고 부르는 경우도 예사고,

다 큰 대학생 아들이 아빠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경우도 있더라마는.( 그렇게 미성숙시켜서 어쩌자는 건지?)

 

세 살, 네 살 정도의 어린아이도 엄마가 우리 아기야~ 부르면 아기 노릇을 하고,

이제 아기가 아니고 어린이네~ 그러면 성숙한 행동을 하려고 한다.

자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는 엄마의 판단이겠지.

 

일상생활에서 잘못 길들여진 버릇은

고치려 하는 이유와 방법을 아이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고,

그 진행과정은 엄격하게, 못 지켰을 때는 단호하게~!!!

 

사춘기로 넘어가기 전에 한마디.

모든 교육과정에는 어느 집에나 남편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 남편은 매사에 철저한 성격이고

또 맡은 일에 중독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집중하는 편이어서,

아이들과 얼굴 마주 대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할 만큼 드물었다.

그렇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을 여느 아버지들보다 더 (애들에게) 잘 표현하고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시간 없음을 안타까워해서 어쩌다 쉬는 휴일이면 온전히 아이들을 위해서 하루를 쓰는... 아버지였고,

나는 빠지고 두 아들과 셋이서 배낭을 메고 열차를 타고 경주를 다녀오고,

자동차에 두 아들의 자전거를 싣고 멀리 시골로 나가

아버지는 차로 천천히 뒤따르면서 자전거 타기도 시키고... 

 

한밤중에 들어오면 세수, 칫솔, 잠옷 갈아입고(곧바로 가는 걸 애들에게 나쁘다고 잔소리했다)

아들방에 들어가서 이불도 덮어주고, 뺨도 쓰다듬고, 살포시 안아주기도 하고...

술 취한 날에도 말이지.

그렇게 아버지의 정을 표현했었다.(아기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날마다)

 

꼬마였던 어느 날 큰애가 아침에 그러더라구.

꿈에 아빠가 내 뺨에 뽀뽀했다고...

좀 더 자라서는 그게 꿈이 아님을, 잠결에 아버지의 손길을 의식했었고,

아주 훗날(20대에)  그때의 느낌이 포근하고 좋았다며... 추억으로 얘기하고,

성장과정에서 항상 아버지가 함께 하셨다는 착각을 하더라구.

그러므로 자식은 아버지의 냄새를 맡으며 성장해야 한다는 이론이 성립하는 건가?

(그래서 조기유학이나 집 떠나서 공부시키는 것은 결사반대다)

 

남편의 협조. 그 에피소드 하나.

 

명훈이가  5학년이 된 3월인가 4월 어느 일요일 낮이었지?

샤프심 연필을 사고 싶다고 하길래, 내가 안된다고 하면서

깎아 쓰는 연필로 글을 써야, 손목에 힘이 길러지고 나중에 필체가 반듯해진다며

(친정아버지께서 우리를 가르치실 때 하신 말씀)

중학생이 되어야 허락하겠다고 하고, 나는 부엌으로 들어갔는데,

 

그사이 아빠께 "우리 반에서 나만 안 가졌어요." 라며 하소연을 하니

남편이 큰소리로 나를 부르더라구.

그냥 허락하지 그러냐고?

(좀 심하다는 듯이) 너무 깐깐한 게 아니냐며 사줘~! 그런다.

평소에 뭘 부탁하는 일이 거의 없는 큰애가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하니 이양반 감정이 앞섰던 듯.

 

그전에 엄마의 반응을 살피면서 몇 번 그러더라구.

우리 반 애들은 샤프심 연필을 많이 가졌더라~, 안깎아도 되;고 아주 편해~

나는 아들의 심중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엄마들은 왜 그럴까?

국민학교 애들에게 샤프심연필을 사주면 바른 글쓰기 교육이 안되는데 그걸 왜 모를까? 그렇게 답변했었다.

왜 나쁜가를 충분히 설명했기에 나도 사고 싶어요라고 말 못 하고 며칠을 머뭇거리다가

아들에게 마음 약한 아버지의 응원을 기대하고 일요일에 꺼냈던 것

 

남편의 말을 듣고, 거실에 앉은 세 남자를 쳐다보면서...

"당신이 우리 집의 제일 어른이니 허락해라면 허락해야지요"

"하지만 이제 엄마의 말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되어버렸으니 나는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가야겠네요."

하고는 부엌으로 도로 들어가 버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남편이 명훈이에게 하는 말이;

"명훈아~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하믄 샤프심을 포기하자, 아무래도 엄마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 그런다.

그렇게 일단락되었는데,

 

귀여운 반전.

조금 있다가 씽크대쪽으로 다가온 세훈이가 나에게 귓속말로 나직이 하는 말이,

"엄마~ 집 나갈꺼믄 내한테 먼저 말해줘요."

"왜?"

"나도 보따리를 싸야 하니까~ 나는 엄마 따라갈 거예요." 그러고는 얼른 나간다.

 

그날 밤.

내가 남편에게 한 부탁... 나는 안된다고 했으니 아빠가 어린이날 선물로 샤프연필을 사주세요.

나는 교육방침대로 규칙을 지키고, 명훈이는 (선물 받아서) 가지게 되니까요.

 

글을 쓰다 보니까 한 가지 더 생각이 난다.

5학년이 되기 전 겨울이었던가?

어느 토요일 밤 심야영화로 황야의 무법자 비슷한 미국 영화를 티비에서 한다는 예고를 보고,

남편이 그걸 기다리는데,

두 아들은 같이 보고 싶어서 애가 탔고, 남편의 보여주자는 요청에도

너무 늦어서 안된다고 잘 준비를 시켜서 아이방  침대에 누운 걸 보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곧 잠들었다가 뭔가 소리에 설핏 잠이 깼는데, 살짝 방문을 열어보니,

남편이 거실에서 두 아들을 양옆에 끼고는 머리만 내놓고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영화를 보고 있는 거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모르는 척 다시 잠들었다.

엄격한 엄마의 규율을 피해 남편은 나 몰래 한 번씩 아이들을 풀어줬던 것.

엄마에게 비밀로 하자고 쉿~!! 손가락을 입에 대면서...

 

 

 

  • 언어습관은 제가 특히 신경써서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제 나쁜 습관들을 많이 깨닫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게 조심한다고해도 잘 안고쳐지네요. 확실히 습관이란 무서운거에요.
    또 애들은 배우지 말았으면 하는 단점들을 먼저 흡수하는것 같아요.
    해린이가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제 말투나 어휘를 사용하면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조심하고 바꿔주려고 노력할때마다 반성하는데 일단 제 자신이 잘 안고쳐져요.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바른 모습을 보이려면 먼저 나 자신을 많이 다잡아야겠어요.

    이렇게 엄마와 아이가 같이 자라나봐요.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라서 공조가 잘 되어야하는데 해린아빠 역시 육아에 협조적이라 참 다행이에요.
    나서서 하지는 않지만 제가 부탁하고 이야기하면 잘 수긍하고 노력해주거든요. 그것만으로 전 대만족입니다.
    그레이스님의 조언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지요. 해린아빠도 그레이스님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배우려고 하거든요.

    답글
    • 그레이스2011.07.12 10:19

      내가 어찌보면 주변사람에게는 상당히 재수없는 타입인데,
      남편도 좀 어이없었을꺼야
      품위있는척 고상한척 나를 포장할려는 욕구가 강해서 아무리 화가나도 말을 가려쓰는 편이었어.
      처음에는 노력이었는데,세월이 지나니까 그게 일상이고 습관이 되더라.

      아이들이 6살,7살때 운전을 시작했는데, 뒷자석에 아이들을 태웠다는 조심성 때문에
      다른사람의 거친운전이나 위험한 순간이 생겨도 한번도 욕설을 해본적은 없었어.
      내가 하는 제일 나쁜표현은 "아이고야~ 쑨~ 쌍놈이네"
      그러면 아이들도 "엄마~ 쑨 쌍놈이지~! 그치~?" 그러고.
      꽤 오랫동안 양반 못되겠네, 순 상놈이네 가 욕설로 통했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도 아들에게 "놈" 이 들어가는 말도 안해봤고.

      해린이가 조금 더 커서 밖에서 듣고오는 비속어 욕설 그런거 물들지않게 하는데도 꽤 신경이 쓰일꺼야.
      아들과 달리 딸이어서 좀 나을려나? 지켜봐야겠네.
      내 경험으로는 아주 어릴때보다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이 되고난후 교실에서 욕설이 난무했는데 그때 대처를 잘해야 해.
      의외로 귀로는 아무리 많이 들어도 직접 말하기를 하지않으면 습관이 안되더라.

      아이와 엄마가 함께 큰다는 말
      굳이 아이와 연관을 시키지않더라도, 아이와는 별개의 문제가 생겼을때도
      어떤일을 겪으면서 몸과 마음이 깨닫고 단련되고, 반성하고...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끝없는 훈련이더라.
      아이를 교육 시키는 것은 20세 혹은 30세가 되면 끝나는데,
      부모로써 배워야하는 건 죽는날 까지 끝나는게 없으니...

      해린아빠에게 고맙다고 말 전해줘~
      나는 남편이 협조 안하는 집엔 멘토역활 하기싫더라.
      노력한 만큼 효과도 안나고...
      아이가 공부 잘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야 효과가 쑥쑥 있듯이 부모도 마찬가지야.

 

그레이스님 덕분에 제 언어습관을 되돌아 보게됩니다.

열심히 읽고 잘 배워가겠습니다.

그레이스님 블로그를 알게되어서 행복합니다.

댓글에서도 배워갈게 많은 것 같습니다.

슬럼프와 좌절편도 계획중이시라니 정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