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폭우 뒤의 계곡물 같은 것.
사춘기의 혼란과 학교의 불합리한 제도, 사회의 모순에 대한 반항...
반항이 가득 차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다.
아들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걱정하는 엄마의 질문에 답해드립니다.
적당히 속썩이던 아들보다 지금껏 모범생이었던 아들이
짜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내면 더욱 어쩔줄모르겠고 당황하지요.
차분히 생각해봅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들도 그러지 않았던가요?
안 그랬다고 하겠지만,
요즘은 시대가 다르니 표현방법도 옛날보다 훨씬 노골적이 되었겠고,
고생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감정을 안으로 삭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부모들은 자식들 눈에 불쌍해 보일 만큼 고생스러워 보이지도 않으니 부모에 대한 배려가 약할 수밖에요.
반항하고, 감정 절제 못하고, 쉽게 좌절하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얽힌 실타래 풀듯이 조심조심 풀어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어요.
불만을(혹은 불안한 마음을) 다 털어놓아보라고..
어떤 경우에도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들어주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어렴풋이 실마리를 찾아내기도 하니까요.
사춘기 상담을 하면서 나는 종종 그렇게 말합니다.
청소년 시절에 분노하고, 가출하고 싶고, 파괴하고 싶은 일탈을 느끼지 않으면 젊은이가 아니라고...
그러나 그걸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청소년기를 거쳐가는 것은,
폭우 쏟아지고난 후 소용돌이쳐 흘러가는 깊은 계곡의 물을 건너는 것과 같은 것.
부모는...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거나, 상처입지않고
계곡을 잘 건너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특별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심각한 혼란이나 공황상태가 되는 것은
장래에 대한 불안이나 성적이 나쁜 것보다
혹시나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일이 생길까 봐
그것이 더 두려워서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수학, 과학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는 전교 최상위권의 아이가
자신이 정신적인 공황상태라고 친구에게 말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괴로워했다면...
아마도 그 아이의 엄마가 정신적인 쿠션 역할을 못하는 게 아닐지?
엄마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말해주세요.
너무 성적에만 매달려서 집착하지 않는지...
가끔은 공부를 다그치기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한데...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출구가 보여야 정서불안이 안 생기는데)
주전자가 끓기 전에 자주 김을 빼주는 역할을 엄마가 해주어야지요.
그리 고난 후 목표를 다시 보게 하고,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아주 가끔은 심하게 실망시키는 자식에게
자식 하나 없는 셈 치겠다거나 혹은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는데
그건 자식에게 비수를 찌르는 최악의 상처가 아닌가요?
부모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식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부모가 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최악의 경우에도 자식을 부정하는, 버리는 표현은 안 해야지요.
내가 제시하고 싶은 방법은,
(시험을 엉망으로 망쳐서, 부모를 실망시키는 사고를 쳐서)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최고의 약이 되는 것은 위로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
속을 터놓는 대화를 먼저 해보는 것.
인내심을 가지고 화 안 내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
아이의 괴로움에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것.
그리고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에 대해서는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포기해주는 것.
목표를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다시 세우는 것.
잘 생각해보고, 참작하세요.
실제 우리 집에 있었던 일을 소개할게요.
둘째의 고등학교 2학년 봄,
큰애가 서울대 입학한 걸 핑계 삼아, 울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했어요.
1학년 가을, 2학년 봄
3번의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특출한 것에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모험을 했는데,
(본고사 위주로 난도 높은 교육을 시키는 비평준화 학교보다 수능 위주의 공부를 하는 서울 학교가 났겠다 싶어서)
엄청나게 후유증이 커서 적응을 못하고,
방황의 시기가 가을까지 이어졌어요.
전학을 후회하고, 성적은 엉망진창이 되고, 앞이 안 보이는 불안.
(모의고사 전국 350등에서 5000등 밖으로 밀리는)
이러다가 아들 망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듭디다.
사실,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다그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모의 체면치례 때문에,
아들이 일류대학 못 가면 남들을 어떻게 볼까?
서울로 전학까지 와서 실패하면 그 뒷감당을 어찌할꼬?
그런 불안으로 더 다그쳤지요.
그러나 아이가 망가진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성적을 포기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야겠다는 뒤늦은 깨달음에,
아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엄마가 욕심이 많아서 항상 잘하기를 바랐고, 네가 더 열심히 노력해주기를 바랐었다.
그래서 너를 많이 다그쳤고 힘들게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네가 어떤 상태에 있던지,
니가 꼴찌를 하더래도,
최악의 경우엔 니가 죄를 지어서 많은 사람의 지탄을 받더라도,
엄마는 마지막까지 네 편이다
편한 삶을 포기하고 니 옆에 서서 나도 같이 돌팔매를 맞을 각오가 되어있을 만큼 너를 사랑한다.
너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피하지 않겠다.
공부하기 싫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안 하고 1~2년 쉬어라.
니 마음이 정리되어서 공부가 하고 싶어 질 때까지 기다려줄게, 대학은 그 뒤에 가자.
80년 인생 중에 1~2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속을 다 터놓은 위로와 격려로
그렇게 청춘의 방황이 끝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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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1.07.14 09:58
지금이 꼭 필요한 싯점이어서 눈물이 났다는 댓글을 보니까
나도, 도움이 되어서 참 다행이다 싶어.
어떤 사례를 발표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누구 개인에게 도움을 주는 멘토역활은
그 아이의 성장과정,성격,부모의 자세 등등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있어야 가능한 일이라서 구체적인 답변은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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