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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관한 작은 tip

행동교정

by 그레이스 ~ 2011. 7. 9.

원칙과 규칙이 안 지켜지는 학교생활의 무질서에,  

충격과 상처받은 아들을 위로하고 이해시키는 일도 큰 숙제였고,

매너가 안통하는 아이들 세계에서 어떻게 처신하라고 가르칠지도 크나큰 문제였다.

 

수업 후 집으로 오는 길에 학교 앞 가게에서 군것질거리 사 먹는 아이들에 대해서 그게 잘못된 일인 줄 알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더라는...

다른 아이들은 다 사먹는데 왜 나만 못하게 하세요?라는 큰애의 질문에,

규칙을 지키는 것.

매너있게 행동하는 것.

길거리에서 군것질을 하지 않는 것.

그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해답을 제시한 엄마.

 

이 방법에 대해서 많은 엄마들이 나에게 항의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나친 엘리트 의식 조장이 아니냐고...

아무튼 나는 아들을 강하게 유혹할 미끼가 필요했고,

그 달콤한 유혹을 던져놓고 선택은 니가 하라고 했다.

 

규칙을 지키는 것,매너있게 행동하는 것, 길거리에서 군것질을 하지 않는 것... 그런 것들.

너도 역시 그것들을 굳이 지킬 필요는 없다, 안해도 된다.

지도자가 되는 건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너희 학교 한 학년에 500명인데 그 500명 중에 한 명만 지키는 아이라면...

아니, 길거리에서 군것질을 안 하는 아이는 전교생 3000명 중에 한 명만 있다면 충분하다.

지도자는 많을 필요가 없으니까~

 

훗날 어른이 되어서 니가 평범한 사람이 될 것인지,

지도자가 될 것인지 그건 니가 선택할 문제구나.

명훈이가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했을지는 뻔한 일.

일본의 유명한 가문에서 아들을 키우던 방법도 인상 깊어서 그 구절만 옮겨 적어서 인용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거나 야구를 한 후 물을 마실 때에도,

지도자가 될 사람은 맨 나중에 마셔야 하고, 뒷정리 까지 모두 살펴야 한다.

새우깡 한봉지라도 들고나가면 모든 아이들과 골고루 나눠 먹어야 한다,

모자라면 너를 뺀 다른 사람만 나눠주라

사람을 따르게 하는 일은 보살피는게 먼저라는...

 

그렇게 지도자 타령을 많이 했었던 이유는,

남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아이의 경쟁심을 이용했던 것.

그냥, 남을 위해서 배려하라고 했으면 ,

또 길거리에서 먹는 게 보기안좋으니까 하지 말라 했으면 그렇게 열심히 지키지 않았을 게다. 

 

또 하나, 색다른 교육방법은...

"니가 아빠라면"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세훈이에게 특히 효과가 있었다)

영국에 있을 때는 먹는 게 다양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어려서 그랬는지

먹기 싫어하는 음식이 시금치, 당근 등

사소한 몇가지여서 먹으면 똑똑해진다,달리기를 잘할 수 있다

별거 아닌 방법으로도 잘 되더만,

아홉 살이 넘으니까 그건 안 통하고...

 

버섯이 싫다고 식탁에서 밀어내 놓길래,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은 너여서,

먹기 싫은 건 먹지 말라고 하고 싶고, 하기 싫은 건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너가 싫은 건 먹지않는 사람으로 컸는데,

만약에 너가 어른이어서 지금 니 옆에 4살짜리 니 아기가 있다면

너를 아빠라고 부르는 그 아이에게 버섯을 먹으라고 가르칠 수 있겠니?

 

나는 너를 훌륭한 아빠로 키워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래서 니가 먹기 싫어하는 음식도 잘 먹도록 타이르고 가르쳐야 한다.

뭔가 하기 싫은 일이 생기면 항상 니 옆에,

먼 훗날의 4살짜리 너의 아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을 해라.

 

그냥 너 자신에게 도움이 되니까 먹어라 했으면

먹기 싫은 건 안 먹고 다른 음식에서 영양 섭취하면 된다고 나름의 자기주장을 내놨을 게다.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이라고 하니까 수긍하고 따르는... 그렇게 행동교정을 했다.

 

음식이 아닌 다른 행동에서도 그 방법은 통했다.

하지 못하게 해서 따르는 방법이었으면 엄마가 안보는 곳에서는 지키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자기가 판단해서 택한 방법은 혼자 있을 때도,

다른 곳에 갔을 때도 지키려고 노력하더라.

 

큰애의 4학년 어느 일요일,

두 아이는 집에서 공부하고,

나는 사택에서 멀리 떨어진 울산시내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장 보러 갔었다.

참기름도 짜고 고춧가루도 빻아서 아마도 3시간이 넘게 걸려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큰애가 짜증이 잔뜩~ 기분이 나빠있었다.

웬일이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돌아오실 때까지 숙제를 끝내 놓고 문제집을 풀 계획이었는데,

세훈이가 숙제 끝내고 티비를 켜길래,

나도 조금만 보고 일어나야지~ 그랬는데,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계속 그러다가 두 시간이 지나버려서

자신한테 화가 나서 짜증이 난 거란다.

 

사실... 나는 많이 놀랬었다.

10살짜리가 그런 말을 하다니.

(속으로 어른이 없는, 아이들만 있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면서.)

자기가 판단하고 자기가 통제하는 그런 마음가짐이 훗날 특별히 공부를 잘하게 된 기초가 아니었을까?

그런 형 때문에, 누가 공부하라고 시키지않는데도

지  마음 편하게 놀 수도 없는 나쁜 환경에 태어났다고 푸념하던 세훈이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열 살과 아홉 살.

그때부터 둘째의 키가 큰애를 능가하게 되었고, (큰애는 고등학교부터 팍팍 컸다)

항상 형을 절대적으로 생각하고 따르더니 그때부터 슬슬 따지면서 맞서는 일이 생기더라구.

니가 그랬다는 둥, 아니라는 둥, 억울하다는 둥...

어느 날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한 대씩 치고... 손찌검이 시작되었던 것.

 

아이고~~~ 눈앞이 노~래지는~~~~~~ 침착하자... 마음을 추스르고,

큰소리로 무섭게 중지를 시키고,

아주 무서운 요구를 했다.

 

평소에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엄마가 한번 한다 하면 어떻게 하는 사람인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너희들이 몸으로 싸우는 꼴은 못 본다.

그래도 꼭 싸워야만 하는 일이라면 말리지 않겠다.

그 대신 내 눈앞에서 한 사람이 쓰러질 때까지 싸워라.

누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병원으로 싣고 가겠다.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말로써 해결하라.

엄마가 할 말은 다했으니... 지금 내 눈앞에서 다시 싸움을 시작해라~!!!

 

둘 다 잘못했다고 빌고... 다시는 몸으로 싸우는 일은 없었다.

나는 만약의 사태에는 구급차를 부를 각오를 했었다.

 

3~4세 때부터 남의 집에서 장난감 가지고 싸웠을 때 그 자리에서 조정이 안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경험,

시내 백화점에서 떼쓰고 징징거리다가

모든 일정 포기하고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벌 받은 다섯 살 때 일.

여섯 살 때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

엄마의 단호함을 아이들은 해마다 큰 사건으로 경험해서 그 파장이 어떨지 애들은 알고 있었다

 

그레이스님 교육의 핵심은
스스로 통제하고 자신을 이끌어가는 힘을 길러준다는것!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하다는것을 사회생활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학습할때 중요한것은 두말할것도 없구요.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기본적인 태도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더라구요.
그 능력을 키워주는 육아법을 배우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모자른 저를 잘 이끌어주세요.

답글
  • 수정/삭제
    그레이스2011.07.09 18:33
    해린이 조언을 시작한지 1년 6개월쯤 되었지?
    지금껏 10년이 넘게 상담을 했지만 해린이 처럼 어린 아이는 처음이야.
    그런데 너무나 놀라워.
    어쩜 그리도 쏙쏙 흡수가 되는지...
    아이가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정말 기쁘다.
    이제는 해린이가 이웃 아이들까지 교정 시키네.

    이렇게 효과가 좋은 건 3박자가 잘 맞아서 그래.
    내가 조언하는 것을 해린이 엄마가 정확하게 잘 받아들이고...
    그걸 대충이 아니라 확실하게 아이에게 교육 시키고...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세심히게, 끈기있게 노력하고...
    또 해린이가 또래들 중에서도 똑똑하잖아?
    그래서 분위기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지.
    나도,
    해린이가 표본이 되는 아이로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싶다.
coco2011.07.11 18:38 신고

엘리트 의식... leadership....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사회에선 금기시 되는 단어들입니다.
모두 다 같으며,
같아졌아한다는 잘못된 평등의식만 남은 거 같아서 아쉽고요.
누군가는 leader로서 책임도 져야하고
조직을 이끌어나갈 사람도 필요한 것인데
다른 나라에 비해 이런 교육에 대한 공급도 부족하고
요구도 못하는 실정인 걸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참 걱정돼요.

이런 교육을 한 개인의 어머니로서 실천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거나
이런 총체적인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하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그걸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건 더 놀라운 일이구요!)

아이들을 편하게 키우면, 그 엄마도 그만큼 편한 거고
아이들에게 힘든 길을 가라 교육시키려면
엄마도 그 길을 함께 가야하는 거고...
원칙을 지키고 일관성있게 사고/행동하고
모든 게 앞뒤가 딱딱 들어맞아야 하니
그야말로 "고행"이 따로 없을 거 같은데요?!^^

그래서 대부분의 엄마들은 편한 방법을 선택하고...
그렇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뜻대로 안되거나 통제가 안되면
화부터 내고, 실망하고, 말 안 듣는다 하고...
악순환이겠죠.

답글
  • 그레이스2011.07.11 22:30

    엘리트 육성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습니다.
    자칫 정치적인 발언이 될 수도 있어서 피하려고 합니다만...
    교육이 너무나도 정치에 휘말리는 걸 보면 착찹한 심정이네요.

    중고등학생 엄마들과 상담하다보니,
    이미 잘못 버릇들여진 아이 고치는게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절실하게 느겨져서
    차라리 어린이집 자모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싶은 심정이었어요.
    처음부터 제대로 가르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