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할머니의 조언.

어린시절의 기록이 사춘기에도 유익하더라.

by 그레이스 ~ 2012. 11. 30.

엊그제 아침.

거실에서 유리창 밖으로 바다를 쳐다보던 남편이,

"무슨 놈의 바람이 저렇게 부냐?"  거친 파도를 바라보며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낸다.(낚시에 방해가 되니까 )

 

평소에, ~놈, 혹은 ~새끼, 그런 식의 어휘를 아주 싫어하는 내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사람도 아닌 사물에 까지 욕을 하세요?

"세살 된 하윤이가 옆에서 할아버지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도 그렇게 말하실 거예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 된다.

 

얼른 표정을 바꾸어서,

아주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과 아기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바람이 많이 부네~~~ " 한다.

일상생활 곳곳에 손녀가 등장하는...

 

9살 8살 명훈이 세훈이.

식탁에서 싫어하는 음식은 안 먹겠다 하든지,

꼭 해야 할 일을 안 하겠다고 하든지... 그럴 때 내가  했던 말이 있다.

니가 어른이 되었다고 상상을 해봐라~

너를 아빠라고 부르는 서너 살... 조그만 아이가 있다고 상상을 해봐라.

그 아기가 너를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을 해봐라~ 너는 어떤 아빠가 되고 싶냐?

아기는 아빠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할 텐데... 니 아이가 편식을 하고, 말을 안 듣고... 그러면 좋겠어?

 

엄마는 너희들을 좋은 아빠가 되도록 가르칠 의무가 있다,

그래야 이담에 너희들도 자식을 잘 가르칠게 아니냐?

너희들이 귀찮아하고 싫어해도 잘 가르치려고 이렇게 애를 쓴다~ "

 

이제 겨우 학교에 입학한 8살이지만,

어른이 된 상상을 하고,

자기의 아기가 있다는 상상을 하는 건 충격이었고, 긴장이 되는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야단을 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었다.

그때 이후로 다른 용도로도 자주 어른이 되는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찬주에게 전화해서,

그런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하윤이의 행동발달에 대해서 한마디 더 의견을 내놓았다.

이제 곧 뒤집기를 시작할 테고... 그 후로 기는 동작의 준비를 할 것이다.

엄마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텔레파시는 통하니까 옆에서 격려해줘라~

사진도 동영상도 많이 찍고.

 

유아기의 사진들과  녹음해둔 음성들이

(동영상 촬영이 없었으니 테이프에 처음 배우는 말과 노래를 녹음했다)

훗날 중고등학생 때, 요긴하게 쓰이더라.

사춘기 시절에 감정이 격해지고, 거칠어졌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재료가 되더라고.

 

거칠어진 아이를 야단을 치기보다,

말 잘 듣던 시절이 그립다며 엄마가 어린 시절의 흔적들을 보고 있으면,

슬며시 다가와  같이 보더라는 얘기를 해줬다.

자연스레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얘기하게 되고... 마음이 따뜻하게 풀어지는...

 

"여보~~~ 하윤이가 옆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남편을 길들이는 신 무기가 생겼다.

 

지원이가 돌 지났을 무렵에 내게 물을 달라고 할때
' 뚜울뚜울띠까'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생각하니 내말에 나도 자신이 없네요
혹 내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지...
그때 녹음을 해 두는건데 참 잘못했다는 아쉬움이 요즘들어 많이 드는군요.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열심히 사진 만 찍었어요.

  • 그레이스2012.12.05 08:08

    ㅎㅎㅎ 아기들의 첫 발음이 참 엉뚱하죠?
    녹음 테이프를 들어보면 내가 "하나둘 하나둘" 하는데 아이는 따라하는게 "찌따 찌따" 합디다.
    처음 말을 배울때는 이상하고 우스운 표현도 많이 했었지요?
    훗날...몇개의 테이프가 우리를 많이 웃겨줬어요.

 

 

 

 

'할머니의 조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낯가림에 대처하는 법  (0) 2013.01.05
행동발달이 느린 이유는...  (0) 2012.12.17
환경이 바뀔 때.  (0) 2012.12.09
백일 아침에...  (0) 2012.11.23
아들과 며느리에게 바라는... 교육의 기본.  (0) 201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