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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어느 시어머니.

by 그레이스 ~ 2013. 9. 12.

 

 

 

 

 

 

새댁시절엔 친정아버지와 할머니의 당부 말씀들을 가계부에 되풀이 적으면서 따르려고 했다면,

 

영국에서 살았던 (32세~34세)시절에는 나에게 멘토역활을 해준,

 

어느 부인을 닮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었다.

 

교양있음과 세련됨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절감했던 시기.

 

특히 기억에 남는,

 

남에게 순진하다~ 솔직하다~는 평을 들었다면,

 

그건 칭찬이 아니라 내가 실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화를 할때 직접적인 평가를 하거나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함이니,

 

간접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을 주셨다.

 

그게 싫으면 영국식의 교양있는 모임(한국부인들 모임이지만)에 참석할 생각을 아예 하지말라는...

 

말하기전에, 말할 내용을 머리속에서 문장으로 만들어 보는 버릇은 그래서 생겼다.

 

이웃에 살면서,나의 사십대는 저렇게 살고싶다고... 자극을 주셨던 분.

 

남편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배여서 귀국하고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 온지도 벌써 14년.

 

매일 만나서 운동하고,휴게실에서 담소하고,목욕탕에서 반신욕하느라 많은 친분이 생겼다.

 

우연히 옆에서 듣게되는 이야기로 남의 사생활도 많이 파악하게 되고.궁금한 사람도 생긴다.

  

이상적인 노후의 삶을 말할 때,사람들의 화제에 많이 오르는 어느 할머니.

 

P 호텔이 부산의 최고호텔이어서 부자들이 많은 건 당연지사.

 

아랫사람의 시중을 드는게 익숙해서 팔십이 넘은 연세 많으신 회원들은 딸이나 며느리가 동행을 하거나,

 

시중 드는 사람이 밖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91세의 연세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반신욕과 목욕을 하시고 정리정돈도 깔끔하시고...

 

아무리 어린 사람에게도 반말을 안하시고,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며,

 

자녀에게 의지하거나 위함을 받을려는 나약함이 없는 꼿꼿한 어른인데,

 

게다가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다고 혼자서 사신단다.

 

지금까지의 건강관리와 강인한 정신력이 부럽다는 말에, 그분이 누구시냐고 물으니,

 

부산에서 동일고무벨트 혹은 김진재 국회의원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김진재씨의 숙모되시는,동일고무벨트 창업주 김도근씨의 제수씨 라고 한다.

 

 

오랫동안 같이 운동을 하다보면 성향이 맞는 사람이 있어서 더 가깝게 지내게 되고

 

그런 사람 몇명이 밖에서 만나 식사도 하고, 한달에 한번씩 우리끼리의 모임이 생겼다.

 

그중에 한 언니,

 

병원에 입원한 시동생에게 몇번이나 죽을 직접 끓여서  들고가는 것을 보고,시동생도 가족이 있는데,

 

이렇게 더운 여름에 맏며느리 소임을 그렇게나 완벽하게 하냐고, 사서 고생이라고 한마디 했었다.

 

자기 가족은 물론이고 친척 대소사까지 다 챙기는...그러니 항상 바쁠밖에.

 

나는 혜신언니가 그 할머니의 며느리인 줄 꿈에도 몰랐다.

 

아무리 친해도 사생활을 안물어보는 내 성격 때문이었겠지만...

 

 

시어머니께서 책을 내셨다는 말에 나도 한 권 달라고 부탁해서,

 

어제 조위란 할머니의 책을 받았다.

 

1923년 생.

 

1941년 경남여고 10회 졸업.

 

경성여자사범학교 졸업.

 

2년 교직생활후 1944년 결혼.

 

1984년에 수필집을 내시고,1993년에 시조집을 내시고, 이번이 3 번째 저서라는...

 

회갑기념으로 그동안의 글들을 모아서 첫번째 책을 내셨던 모양이고

 

10년동안 문학수업을 받아서 시조집을 내셨다 한다.

 

그리고 자녀들이 다 결혼한 후 허전함을 메울려고 시작했다는 서예 솜씨는 나를 감탄하게 만든다.

 

 

책을 다 읽고...

 

내 나이 63세는 아기였구나 싶다.

 

심기일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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