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김해공항까지는 택시로 한 시간 걸린다.
10시 비행기를 탈려면 혹시나 출근길에 막힐까 봐 8시 10분에는 집에서 나서야 한다.
곧장 택시를 탔었고,운전중에 휴대폰을 받아서는,
손님 모시고 가는 중이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끊는 것을 보고
기사님께 안전을 위해 전화를 끊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잠깐의 이야기 중에
아침 일찍 일어난 중학생 딸이 뭘 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는
일하러 나온 아빠에게 전화해서는
지금 어디있냐며 학교 늦겠다고 태워달라더란다.
화가 나서 큰소리로 야단을 치고는
그래도 집으로 가서 학교 앞에 태워다 주고 오는 길이라는...
딸만 셋인데, 큰애 둘은 스무 살이 넘었고 막내는 중 3이라 했다.
기사님은 말이 없으신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구나 싶었다.
내가 훨씬 나이가 많으니까 살아온 경험을 얘기할게요~ 하고는...
저녁에, 7시에 와야 할 아이가 9시가 넘어서 온다거나,
너무 늦은 시간까지 연락이 없거나 하면
걱정이 되고 화가 나서 속이 뒤집히는 게 부모 맘 아니냐고
그건 어느 누구나 똑같을 거라고...
그런데,
자녀가 들어오면 일단은 화내기 전에 왜 늦었는지 이유나 들어보자 하고
아이에게 해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주는 게 자식과 사이가 좋아지는 방법이다.
늦을만한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고,
또는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도
자녀 입장에서는 자기의 사정을 들어주는
엄마 (아빠)가 고맙고 위안이 되어서 부모가 야단을 쳐도 반감이 안 생긴다.
막무가내로 고함지르고 혼내는 것이 먼저이면,
자기 잘못은 접어두고 반항심이 생기거나
야단맞은 것으로 잘못을 상쇄했다고 생각해서 반성을 안 한다는.
그리고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이유를 듣는 동안 약간의 숨 고르기가 되고...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잘못이라도 화내기 전에 아이의 해명을 들어보는 게 먼저라는 요지의 얘기를 했다.
왜 늦게까지 학교에 안 갔다고 합디까?
친구와 만나서 같이 학교 가기로 약속을 해서 그 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다 되도록 안 왔단다.
혼자 먼저 갈 수가 없었다고 하더란다.
그 나이의 여학생은 친구와의 약속이 중요하지요~
앞으로는 몇 시까지 안 오면 혼자 가겠다고 친구에게 약속을 정하라고 딸에게도 주의를 주고...
영업 중에 있었던 일이나
무례한 손님 때문에 모욕을 당하거나 황당한 일을 겪어도
집에 가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기사님.
"새삼스레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매일매일 노력하셔야 합니다~"
말을 조리 있게 재미있게 하는 것도 훈련이고 습관이에요~
훗날 딸들이 결혼해서 사위가 셋 생기고, 또 손주들이 생기면...
그때는 말하고 싶고 같이 어울리고 싶어도
아버지는 가족과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신다고 인식이 되어 있어서
아예 상대를 안 해줍니다
지금부터 매일 조금씩 하루의 영업 중에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연습하듯이 얘기하세요~
나중에는 위트 있고 조리 있게 말씀하는 멋진 장인어른
멋진 할아버지가 되실 거예요.
화를 참는 것도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말을 조리 있게 재미있게 하는 것도
모든 건 훈련이고 그렇게 훈련하면 습관이 된답니다.
화를 참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냐고 반문하신다.
적어도 5년 이상은 매일매일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노력해야 하고, 10년쯤 되면 습관이 될 겁니다.
유명한 맛집이나, 달인에 나오는 솜씨 좋은 사람들 모두 그 정도 시간은 걸리잖아요?
유치원에 갔다오는 아이에게
오늘은 갔다오는 길에서 무엇을 보았니? 하며 매일 질문을 하여
자연스레 말하는 기술을 키워간다는 어떤 분의 말씀이 생각이 나는군요
말도 자꾸 해야 는다고 하는데...
제가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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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3.07.20 18:48
남편들, 특히나 경상도 남자들은 더욱 더 말솜씨가 없는 편이지요.
바쁘게 살다가 퇴직을 하고나면,그제서야 외로움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면...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은 듣기좋게 말하는 법을 몰라서 가족들,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똑같은 사건도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조리있게 말하고 듣는 사람이 기분좋게 말하는 건 아주 큰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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