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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오늘 아침에 읽은 글.

by 그레이스 ~ 2013. 7. 26.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인색과 관련한 두 가지 경계를 들고 있다.

그 중에 인용한 문구...

베풂과 원한의 척도는,

상대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가,

상대가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가에 달려있다는...

 

성호가 예로 든 화원과 자가는 모두 춘추시대 사람들이다.

화원이 어느날 염소를 잡아서 그부하 군사를 먹였는데,공교롭게도그의 마부 양짐이 그 자리에 끼지 못했다.

앙심을 품은 양짐은 화원을 실은 수레를 몰고 적진으로 투항해버렸다.

 

자가도 자공과 함께 임금이 자라탕을 나누어주지 않은 것에 원한을 품고 그 임금을 시해했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않는 일이다.

국 한그릇 같은 사소한 문제 때문에 반역을 한다는 것이 우습기조차하다.

 

그러나 공자도 조정의 음복 고기가 자신에게 배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라를 떠난 적이 있을 정도로

나름 의미가 있는 행위였다.

단순히 음식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중산국 임금도 위의 두 경우 처럼 양고기 국 때문에 나라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호위하며 따라오던 두 병사를 보고 물었다.

"너희는 내가 특별히 은혜를 베푼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왜 끝까지 남아있는 것이냐".

두 병사는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굶어죽어가던 저희 아비에게 밥 한 덩이를 내려 살려주신 적이 있으십니다.

저희는 나라가 위태롭게 되면 목숨을 바치라고 한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임금은 탄식했다.

 

"베풀어주는 것은 그 양의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절박한가에 달렸고,

원한을 사는 것은 그 정도의 깊고 얕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구나".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사업본부장 권경열씨의 글)

 

그시절의 사회상을 봤을 때 그런 점도 있어요.
그것에 더해서,무리(단체)에서의 차별이나 소외를 요즘과는 비교도 안되게 아주 중요시했더군요.
특히나 어떤 행사의 음식이나 제사 후에 나눠주는 음식은 자신이 어떤 대접을 받느냐는 신분과 직결되어있는...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시댁 식구들과 며느리의 관계를 생각했어요.
원한을 사는 것은 그 정도의 깊고 얕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상처를 주는 쪽에서는 대수롭지않게,가볍게 말하고 넘어가는 문제를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오랜 세월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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