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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새해.

by 그레이스 ~ 2015. 1. 2.

티비 3사 방송을 채널을 돌려가며 보고 있다가, 새해를 알리는 시계가 1분 남았다고,

위층에서 외국 프로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얼른 내려오라고, 함께 새해를 맞이하자고 불렀다.

빠르게 내려온 남편을 포옹한 채로,

한해를 잘 보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남편도 와락 안아준다.

 

12시가 지나자마자 울려오는 내 휴대폰 벨 소리... 우리 집의 새해는 그렇게 시작된다.

명훈이의 새해인사,

전화를 바꿔서 아버지께, 며느리가 시아버지께, 그리고 또 나에게... 마무리는 아들과 나.

통화가 끝나자 다시 울리는... 세훈이의 새해인사.

 

새해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전화가 오는 건 대학생 때부터 시작한 두 아들의 새해인사이다.

서울에서 부모와 같이 살던 때(대학 1학년이었던가~) 형제가 같이 보신각 타종행사를 보러 나가서,

그곳에서 종소리와 함께 집으로 전화를 해서 새해인사를 했던 게 시작이었다.

 

부산으로 이사를 온 후로는 두 아들 모두 더 열심이었는데,

계속 서울에서 사는 세훈이는 말할 것도 없고,

명훈이는 외국에 나가 있을 때도 한국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었다.

(어떤 해에는 큰아들이 먼저, 어떤 해에는 작은아들이 먼저.. 혹은 아버지 전화로 와서 양쪽에서 받기도 하고)

 

그래서 아들의 인사를 받고 덕담을 해주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새해를 시작하는 아주 소중한 순간이다.

며느리는 두 아기 때문에 잠들었다고, 조용히 인사를 하는 세훈이.

아침에 작은며느리의 새해인사를 받고, 좀 길게 통화를 했다.

 

나는, 1시가 넘어서 잠들었고,

아침에는 6시 전에 일어나 ,

한 시간 반 동안 새해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월별 행사 그런 것들 글로 적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그리고 나를 다스리는 훈련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면서,

노인이 되면.. 쉽게 삐지고 상처받고 그러니까, 계속 너그러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며느리가 놀란 듯 정색을 해서 말한다.

어머니~ 제가  저도 모르게 잘못 행동하거나 실수하는 일이 생기면 말씀해 주세요~

곧바로 고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최근에 무례한 젊은이를 보고,

그런 경우에도 평점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하며 느낀 점이 있어서 했던 말인데,

며느리는 혹시나~ 

내가 자식들에게 서운한 일이 있어도 참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쉽게 화내지 않고,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는 훈련은,

아주 긴 세월이 필요한 일이라서

30대에 그런 내공을 가지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금 그 나이에는, 가끔 욱~! 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문제점을 알고 고치려 노력하는 그 자체만으로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전날 저녁에,

하윤이와 할아버지의 화상 통화할 때 본 하윤이가, 더 어휘가 늘고 많이 컸더라~고 하니,

뽀로로 공원에 놀러 가서 있었던 일이며,

최근 동생을 챙기고 장난감 양보도 하더라는 얘기를 한다.

 

30개월 전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두뇌에 대해서,

4세~ 5세에 시작하는 사교육과 부모의 자녀교육 불안심리를 이용하는 사교육 마케팅에 대해서,

5세 이전에는 (놀이를 통한 공부 말고) 정식 공부를 시작할 때가 아니라는...

내 말을 귀담아듣고,

나를 신뢰하고 따르는 며느리의 진심이 느껴져서 참으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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