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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아버지가 준비한 점심.

by 그레이스 ~ 2016. 6. 19.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결혼식이 있어서 토요일 부산 온다는 건 알고있었지만,

몇시에 오는지 몰라서 문자를 보냈으나 연락이 없어서 전화했더니,

문자를 못봤다고 한다.

아들은 전날 저녁 7시에 카톡으로, 출발 시간을 알려줬는데,

나는 또 카톡은 확인 안했고.

8시 40분 쯤 전화 하니까,

공항이라며 9시 비행기를 탄다고 했다.

결혼식은 오후 5시라 하고,부모님과 점심을 같이 먹겠다고 일찍 온단다.

어디서 먹을지는 김해공항 내려서 택시타고 집에 가는중에 전화 다시 하겠다고 하면서 끊었다.

 

갑자기 멍~ 해지는...

오후 1시쯤 결혼식이 있을꺼고,

아들이 조금 일찍 오면, 우리가 호텔에 가서 기다리다가 얼굴 볼꺼라고 예상했는데...

집에서 밥을 먹이자고 결정하고,

남편과 메뉴부터 의논했다.

(서울에서 내려오기 2~3일 전이었던가~ 남편이 엄청나게 큰 농어를 잡았다고 전화가 왔더랬다.

손질해서 차곡차곡 냉동 시켜놓은,횟감과 탕꺼리들을 집에 오니 꺼내서 보여주셨다.

남편의 휴대폰에 찍힌 사진으로는 94센티.

아마도 평생에 한번 있는 횡재라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렇게 큰 물고기는 못잡을 꺼란다.)

그 농어를 꺼내서 맑은탕을 끓이고,

흰쌀밥을 해서 초밥을 만들고,

포를 뜨서 전을 굽고,

그리고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어서 챱수이를 만들기로 했다.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타면 집에 도착하는 건 대략 11시 쯤 될테니,

서둘러 야채를 꺼내 다듬고,(전날 사둔 미나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집에 과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바쁜중에 동네 마트에 가서 몇가지 사오고,

 

굳이 굳이!! 남편이 요리를 하겠다고 해서,

나는 화장실이 깨끗한가, 현관은 괜찮은가, 점검도 하고,

두시간은 후딱 지나가버렸다.

차막힘이 없었는지 11시 되기전에 도착했다.

 

아침일찍 집에서 나왔으니, 배고플까봐 뭐라도 줄려고 하니까,배가 안고프다고 하네.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생선초밥.

자난달 일본에서 사온 생강절임을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다.

 

 

 

 

생선전은

부침가루 한컵과 카레가루 한컵을 섞어서 채에 내려 부침옷으로 쓰면,나중에 식어서 먹어도 비린맛이 없다.

예전에 고등학생일 때 도시락반찬으로 애용했던 방법이다.

계란 두개 풀어서 소금과 후추 약간 넣고,참기름 한방울 떨어뜨려 저어주면,

참기름 넣은 표시 안나면서 고소한 맛은 더 난다.

(카레가루 때문에 더 노란색이 되었다)

 

 

 

생선회에는 일본 깻잎(시소)를 같이 내놨다.

시소는 일본에서 씨앗을 구해와서 꽃밭에서 키운다.

 

 

생선전은 내가 구웠으나

초밥과 포를 뜬 회,맑은탕까지 모두 남편의 작품이다.

아들이 먹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시는 아버지.

 

식사를 마치고,과일에 곁들여 영국식으로 홍차를 타주신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부모의 최대 관심사 - 아들의 일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5년후 10년후에 대해서도.

 

자기 직업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

어떤 직업이든지,윗자리로 올라가면 책임은 많아지지만,일은 줄어드는데 그 분야만큼은 아니란다.

말하자면,프로 야구선수 비슷하단다.

아무리 유명하다해도,명성만으로 버틸 수 없고,매해마다 연봉에 걸맞는 실적을 내야지,

그렇게 못하면 바로 아웃되는 것 같은 이치라고.

그러면서 또 하나 더, 

했던 걸 계속 연습하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영화감독처럼 계속 새로운 창조를 해야 하는 것이란다.

 

대표가 되어서도 직접 실적을 내야하고, 새로운 일꺼리를 찾아야 하고.

무척 피곤한 직업이라는 거지.

연봉이 어마어마 하다고 다들 놀라지만, 

오래 할 수가 없는 직업이니,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도...

듣는 이야기마다 모두 흥미롭다.

 

호텔로 가서 커피를 마시자는 아들.

화들짝 놀라는 아버지와 엄마.

아이구 애야~ 한잔에 만몇천원 하는 커피를 왜 마시냐고~

집에서 마시자고 펄쩍 뛰신다.

아들은 웃고.

설탕과 프림이 들어간 커피를 안마시는 아들은 커피가루로 타고,

남편은 설탕만 들어간 커피.

나는 믹스 봉지커피.

 

4시에 다함께 호텔로 가서 우리들은 운동과 목욕을 하고,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는 아들과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6시 40분에 출발하면 8시 30분 비행기를 타는데 적당할 꺼라고.

아들이 알고있었던 5시가 아니라 5시 30분 시작이었고, 예상보다 결혼식이 길어져서

결혼식 도중에 나올 수가 없다고 카톡이 오네.

아버지는 9시 출발 아시아나 좌석을 예약하신다.

7시 20분에 아들을 태워 출발했고,아들은 아시아나 결제하고,대한항공 취소를 하더라.

그런데,왠일로 차가 쑥쑥 잘 달리네.

잘하면 다시 대한항공을 탈 수 있겠다고, 설마 설마 하면서 갔는데,

오마나 세상에~! 8시 5분에 공항에 도착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통화를 했더니,8시 30분 간단다.(아시아나는 카운터에 가서 취소를 했다하고)

 

집에 돌아와 9시가 넘은 시간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서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10시 30분에, 집에 도착했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 강촌2016.06.19 14:19 신고

    멋진 아버님, 그리고 그 아드님,
    세상에서 부모님처럼 적극적인 응원자는 없죠.
    영원한 응원자....

    그레이스님의 행복한 모습 들여다보고 갑니다.
    오늘도 굿 데이~~

    답글
    • 그레이스2016.06.19 15:52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았습니다만,
      아버지가 하루를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싶은지...
      아들이 그걸 다 들어드리는 것도 좋았어요.

      여행이야기도 많이하고,
      아기들 이야기도 많이하고,

      저는 그냥 바라만 봐도 흐뭇하고 좋은 하루였습니다.

  • 달진맘2016.06.19 21:05 신고

    잔잔한 강물처럼
    아들을 기다리고
    아들과 함께 한끼의 식사를준비하시는 모습이 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부자의 대화를 지켜보시는 어머니의 아내의 모습도 아름답구요

    단편소설읽는듯 했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6.06.20 08:52

      아버지는 얼마나 설레는 맘으로 음식을 만들고 또 뿌듯한 맘으로 아들이 먹는 걸 바라봤는지...
      앞으로 살고싶은 집,살고싶은 외국도시,
      이번에 프랑스갔을 때,어디 어디 다녔는지,누구를 만났는지...
      참 좋은 그림이었어요.

      큰아들 작은아들,둘 다 아버지께 참 잘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들과 아버지는 친밀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우리집은 아버지와 아들이 아주 가까워요.
      남편은,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걸 몸으로 말로 다 표현합니다.

    • 달진맘2016.06.20 09:04 신고

      어릴적부터 부자지간에 동성지간에 끈끈한 정이 내리사랑으로 전 해진듯 싶습니다.
      권위적이지 않은어버지와 아들 생각을 들어주는 부성 과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 그레이스2016.06.20 09:51

      말귀를 알아듣는 서너살 때부터,
      바닷가로 숲으로 데리고 다니면서,같이 놀아줘서 그런가봐요.
      텐트치고 밥해먹고
      밖에서 잠들면 업고 오고.
      설악산 지리산 - 산속에서 텐트치고 잠을 자면서 정상에 갔다오기도 하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냈어요.
      많은 추억이 쌓여서,
      서로의 생각과 진심을 다 알고 있는 거지요.

    • 달진맘2016.06.20 10:26 신고

      그래서 훌륭한 아버지 모임에서
      부자지간에 소통할수있는것
      캠핑여행 취미를 어릴적부터
      함케 하라 권하나보아요
      목장에 아빠하구 아이하구 오는 체험에

      대부분아빠들 아이하구놀줄몰라요
      아마 그런거 못해봐서 그런거 같아요

  • 여름하늘2016.06.21 17:12 신고

    아버님의 멋진 요리를 아드님이 먹게되었군요
    윤호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흐믓하셨을까요
    직접 잡아온 생선을 저렇게 맛있게 요리를 하셨으니요

    답글
    • 그레이스2016.06.21 17:49

      아주~~~ 신이 났습디다.
      농어가 얼마나 큰지,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영하 20도 냉동고라도 오래두면 안되니까, 생선초밥을 자주 해먹으려고 해요.

      오늘 큰며느리가 아기들 사진 25장을 보내줘서,윤호 유라의 재미있는 모습을 몇번 되풀이 봤어요.
      유라는 기는 거 생략하고 바로 앉으려는지,무릎을 쫙 펴고 옆드려 뻗쳐 자세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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