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변 사람들.

어느 엄마의 편애 - 그 이후.

by 그레이스 ~ 2018. 1. 14.

 

 

11월 6일에 쓴 (어느 엄마의 편애)글의 주인공인 친구와 내일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밤낮없이 전화를 하시는 엄마를 피해서 부산을 떠나 지내느라 통화는 몇번 했지만,

그 날 이후 처음 만나는 거다.

 

사리분별이 바른 어머니께서 그토록 변할 수 있냐고 의아해 했었는데,

가장 예뻐하는 막내딸이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검사결과 치매가 조금 더 진행된 듯 하다고.

사실은 2년전에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고,약물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단다.

어제 일 중에 한두가지 기억 못하는 단기 기억 상실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달 사이에,이제는 제일 신임하는 딸의 말도 안듣고,

자기가 옳다고 억지 부리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네.

 

2014년에 언니에게 준 돈이니 그건 엄마꺼가 아니고 언니꺼가 맞다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고,

한 번 생각이 나면 분이 풀릴때까지 계속 험담을 하신단다.

감히, 딸이 당신을 거역했다는 사실이 괘심해서 밤에 잠이 안온다고...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으니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셔서,찾아 갈 수도 없단다.

이미 판단이 흐려진 어른이니 지인들에게 둘째딸 욕을 하시더라도,

그게 다시 들려오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했다.

 

내일 만나면,전화로 들었던 내용 말고도 상세한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편해지게 다독이는 것 말고는 뭐가 있겠나.

 

90세가 넘게 오래 사는 게 축복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94세 97세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시아버지, 친정엄마 사연도 심란하고,

친구엄마처럼, 몸이 아픈 것보다 뇌가 망가지는 경우는 더욱 심란하다. 

 

어느 남자분이 치매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자살을 했다는, 엊그제 뉴스에 놀라기 보다,

나라도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는 공감이 생긴다.

 

 

  • 키미2018.01.14 18:24 신고

    친구가 97세된 시어머니가 계신데, 여태까지 모시다가 작년에 요양병원 가셨어요.
    이집이 아들 넷에 막내인데도 지금까지 모셨어요.
    친구가 일하는 친구라 시간이 빠듯한데도 매일 전화를 해서는
    안 온다고 불효막심하다고, 반찬도 없다하고, 나를 여기 처박아두고 너희끼리 잘 사냐고,
    친구가 근무중에 계속 시달리다가 결국 전화기를 꺼 놨대요.
    요즘은 병원에서 전화기를 뺐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백 세 시대가 맞는지 주변에 아는 분들 어머님들이
    기본 97세, 96세입니다.

    그러고보면 우리 친정어머닌 왜 그리 빨리 가셨는지..
    74세면 정말 청춘인데 말입니다.
    저도 나중에는 살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안 좋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심란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8.01.14 22:31

      참으로 답답하고 기가 막히는 사연이군요.
      친구의 어머니는 90세에 혼자 사십니다.
      아줌마가 와서 청소와 음식을 만들어 주고요.
      부자할머니라서,거동이 불편하시면 요양병원 안가시고 간병인을 두시겠지요.
      돈이 있는 노인은,
      요양병원에서 영양제를 계속 맞게 해서 억지로 살려놓는 경우도 있습디다.
      그렇게 해서 100세까지 살면 뭐하겠어요?

  • Jacob Song2018.01.15 03:14 신고

    제 어머니도 치매로 10 여년을 아무도 못알아 보시고 요양원에 누워 계셨지요. 얌전 하시고
    공부 많이 하신분들이 치매 환자가 많은것 같더군요. 그런 분들 하고는 굳이 옳다 그르다 하는
    대화는 의미가 없는것 같고,, 요양원에 가되 얼굴은 마주 하지 않는 지혜도 필요 하다고 봅니다.
    장수는 하는데 이런 브레인의 데메지는 아직 치료가 힘든듯 합니다. 우울한 우리의 미래의
    얘기 이기도 하구요. 부산 사시나 봅니다. 좀 따뜻 하지요. 건강 하십시요.

    답글
    • 그레이스2018.01.15 07:59

      본문 글의 친구어머니도 1928년생이신데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80세 넘어서도 동창회 회장을 하시고,사회 봉사활동도 많이 하셨습니다.
      남편의 회사운영과 부를 축적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모양이고요.
      그래서 본인의 판단이 정확하고 옳다고 더 그러시는 가봐요.

      90세 넘은 노인들이 점점 많아지니,
      본인이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워지면 자녀들에게 신세 지기 싫어서
      아프지 않더라도 요양원 가는 걸 기정사실화 하고 준비해야 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되겠지요.

      지난주는 영하 7도까지 내려갔는데,
      이번주 부산 날씨는 최저기온이 영상이라고 합니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하루도 없다고요.
      제가 사는 해운대의 날씨도 주변환경도 좋아합니다.

  • christine2018.01.15 17:23 신고

    ㅠㅠㅠ 지금 저희 친정만해도 엄마치매때문에 지난 몇달간 진짜 다들 느무 고생이였어용!! 요양원에 입원할정도는 심각하진 않으셔셔 작은언니병원 근처 요양원에서 출퇴근하면서 해봤는데 언니 형부가 너무힘들고 주중은 작은언니네 주말은 큰언니네서 기거해보니 본인들 생활패턴도 다 뒤집어지고해서 엄마는 엄마대로 불편하고해서 시골로 가셨어용~ 오히려 시설은 지방이 더 낫고 엄마도 아버지랑 계시는게 더 편하다하시공 9시부터 6시까지 센터에 가계신다하더라구용.
    전 아이땜시 엄마가 서울에 있어도 딱히 하는것도 읍어 언니들한테 미안했는데 언니들이 저보구 엄마는 자기들이 맡을테니 아버지한테 신경좀 쓰라고~~ 하루에 3~4번씩 전화와서 아버지 하소연하는거 들어주는게 요새 저의 주 임무입니당.ㅠㅠ 예전에 알고있던 옴마 아버지기 아니라 진짜 속상해용....흑흑

    답글
    • 그레이스2018.01.15 18:03

      오늘 12시에 친구 만나서 밥먹고 얘기하다가 3시에 헤어졌어요.
      91세 엄마는,
      재산을 받고나니 요즘 엄마에게 소홀하게 대하는 아들의 마음을,
      돈을 좀 더 주면 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다고...(셋째딸이 전해준 내용)
      아무리 생각해도 치매 때문인 것 같다고,
      아들을 편애하지만 저 정도로 분별력이 없지는 않았는데,기가 막힌다고 합디다.
      엄마가 아들에게 증여한 땅을,아들이 지난해 69억 받고 팔았다는데,세금 낸다고 빌려 간 돈도 안갚았대요.
      (땅을 증여하면서 나온 세금을 할머니가 아들에게 빌려주는 형식으로 대신 냈다는)
      그러고도 딸에게 준 돈도 뺏어서 아들 더 주고싶어 하시니...
      어제 그 어머니를 뵙고 인사드렸는데,내가 보기에는 멀쩡하십디다.
      말씀도 잘하시고,아들 딸 자식들 근황도 나에게 설명하시고...

'주변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헌 박사. ILO 고용정책국장으로 승진.  (0) 2018.01.27
내친구 차순이.  (0) 2018.01.23
제네바에서 혜숙이가 와서.  (0) 2017.12.24
올 겨울이 유독 어렵다는 지인들.  (0) 2017.11.28
엄마 마음.  (0) 2017.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