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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

내친구 차순이.

by 그레이스 ~ 2018. 1. 23.

 

 

명절음식으로 온갖 나물반찬과 갖가지 종류의 전들은,

요즘 젊은시람은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먹을 사람도 없어서,

이제는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가끔 비빔밥이 먹고싶어도,

두사람만 사는 집에서 여러 종류의 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쉽지않다.

다듬고 씻고 데치고 혹은 볶고...좀 손이 많이 가야 말이지.

우리 동창들에게,그 아쉬움을 해소해주는 친구가 있다.

 

차순이는 30대 시절에는 부산에서 큰 경양식집을 운영했었는데,

남편이 위암으로 몇년 고생하다가 돌아가셔서,

혼자서 두 아들 키우면서 지금까지 작은 식당을 한다.

아들이 죽은후에 충격을 받으신 시부모님이 병이 나서 1~2년후 차례로 돌아가셨다.

5년동안 3번의 병수발과 3번의 장례를 치루고나니,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커서 레스토랑을 처분하고,

여러곳으로 이사 다니면서 작은 식당을 해서 두 아들을 키웠다

 

10년 전부터는 매달 동기모임을 여러 식당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게 귀찮으니

차순네 식당에서 만나자고 결정했었다.

들깨 칼국수와 돌솥비빔밥이 주 메뉴이니,

모임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극구 반대를 하는 차순이에게,

1인당 15000원 정도로 다른 메뉴를 만들어 달라고 사정사정했다. 

그리하여,반 강제로 차순이 식당에서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솜씨좋은 차순이는,

사계절 어느 달에나 최소한 5~6 가지의 나물과 김치도 종류별로 익은 것 겉절이 물김치까지,

어릴때 먹던 명절음식 고추부각과 해물찜을 만들어놓고,

삼겹살 수육을 맛있게 삶아준다.

모임에 나온 친구들은,

맛있는 반찬을 먹으려고 빠지지 않고 나온다는 말을 할 정도다.

식후에 나오는 얼음이 얼듯 말듯 식혜도 별미다.

(1인당 2만원 이상의 음식이 나온다.)

 

두 아들이 중학생이 되기전에 혼자가 되었으니

차순이가 살아 온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릿해진다.

오랫동안 우리들의 아지트였던 차순이 식당이

이번 25일(목요일)을 끝으로 식당을 닫는다고 한다.

그날 우리들 모임이 마지막인 셈이다.

추억의 음식을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겠네.

 

5년 계약이 만기가 되어 재계약을 하고싶었지만,

전세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라서 식당을 접기로 했단다.

앞으로 식당은 안할거라고 한다.

당분간은 쉬면서 몸을 추스리고.큰 식당 주방장으로 가게 되는 모양이다.

 

25일, 차순이네 식당에서는 마지막 모임인데,

친구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내마음이 많이 복잡하다.

 

 

 

  • 0002018.01.23 11:03 신고

    며칠 푹 했던 날씨가 어제 오후 비와 눈이 오면서 다시 매서운 겨울 날씨의 서울입니다.
    저희는 4월부터 이주를 하라는데 .9월 제대하는 작은 아들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할까 하는데
    아들 둘은 봉천동은 절대 싫타고 해 걱정입니다.
    남편이 남부법원 일을 주 몇회 출근하는지라 저희는 서울대 역 근처가 편리한데.
    애들이 커가면서 주장이 강해집니다. 해서 어제는 문정동 동부지원 근처의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왔습니다.
    룸이 있는 것으로 구입해서 .재건축으로 소요되는 6년여간 거주하다 나중에 남편 오피스로 쓸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참에 애들만 아니면 전원주택 거주도 좋으련만.뜻대로 안되네요.

    전에 부모 몰래 와이프 벤츠 사주었다던 지인 아들은.
    엄마 몰래 아버지에게 1억 빌려가서 차를 산것이라네요.
    이번 주말 집에 왔길래 아버지가 빌려간 돈 갚아라 하시면서 . 참 며느리 미니 쿠퍼는 잘 타고 있냐고 물으시니.
    그대로 타고 있다고.
    아직까지도 아버지한테 신차 구입을 이야기 안한답니다.
    지인이 아주 황당해하십니다.
    저희 애들 이야기가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추운날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비밀댓글]

    답글
    • 그레이스2018.01.23 13:00

      내일부터 또 많이 추워진다고 하더군요.
      최저기온이 영하 9도나 된다고 하니,올겨울 제일 추운날이 될 것 같아요.

      재건축이 완료되는 6년간 거주하시려면 너무 좁으면 두 아들과 함께 살기에 불편하지 않을까요?
      임시로 지금 집과 비슷한 크기의 전세집으로 옮기는 것도 괜찮을 같기도 합니다만.

      지인의 아들 건에 대해서는,
      부모자식간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엄마가 아들에게,
      나는 다 알고있다, 그러니 내가 아버지께 말하는 것보다 니가 직접 아버지께 사실대로 말씀드려라.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아버지 아시고 노여워하시고 실망하실 꺼 생각하면 밤에 잠이 안온다.
      (설령 아버지께서 알고 계시더라도 모르는척 하셨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아들에게 말하는 게 좋겠어요.

  • 키미2018.01.23 12:25 신고

    그래도 일을 하시던 분이라 계속 하시나 봅니다.
    가시는 식당은 대박이네요.
    솜씨 좋으신 분을 모시니 말입니다.
    음식은 맛이 생명이라 식당의 존폐가 주방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아무리 화려한 식당이라도 맛이 없으면 손님이 없습니다.
    쉬시는 김에 푹 쉬시면서 재충전하시면 좋겠네요.
    고생하셨습니다.

    • 그레이스2018.01.23 12:52

      이제는 편하게 쉬었으면 좋으련만,
      놀아도 될만큼 노후준비가 안돼서 계속 일해야 된대요.
      목돈 만들어서 아들 도와줬으니...
      무우청 시레기 삶아서 들깨가루넣고 국물 자박하게 볶아주는 나물은 일품입니다.
      말린호박 말린 가지 아주까리잎으로 만든 나물도 어디가서 먹어보겠어요?
      제철에 나는 재료로 부침게는 또 얼마나 잘 만드는지...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 달진맘2018.01.23 13:30 신고

    솜씨 아무신분이. 계시지요
    가게즵으시드라두
    수시다
    그손맛 전수해주심. 좋겠네요
    한식 보존하는 사업 를 하는대학 같은대서
    이분의 맛을 교정해서 기록해두읬음좋겠네요
    잊쳐져가는. 우리 정통한식의. 맛인데

    많이. 허전히시겠서요
    입맛은 보수적이라
    어릴적먹든음식이. 편하구 좋은데
    말입니다

    • 그레이스2018.01.23 13:40

      본인도 자기가 음식을 맛있게 잘 만드는 줄 알아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순식간에 몇가지를 척척 해내지요.

      친구들이 요즘 반찬을 뭐해야될지 모르겠다 하면,
      우리들에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나무랍니다.
      게으른 여편네라면서요.
      시장에 나가보면,천지 삐까리로 온갖 맛있는 재료가 보이는데,
      너거 눈에는 그게 왜 안보이냐고요.
      뭐는 양념을 어떻게 해서 먹으면 되고,
      또 뭐는 데쳐서 어떻게 무치고,또 뭐는 생으로 양념해서 싱싱하게 먹고...
      값싼 생선 사다가,어떻게 조림하면 맛있다는 둥...
      순식간에 10가지 반찬이 입에서 나옵니다.

  • christine2018.01.23 15:01 신고

    친구분 좋은곳으로 스카웃되셔셔 솜씨발휘 계속하셨음 좋겠네용~~ 형편을 떠나 기술이있어 할일이 있는건 좋은일이잖아용^^
    전 지금 친정에 내려가는중입니당~ 남편이 휴가라 첨엔 해외를 잠시생각하다 요새 난동부리는 딸땜시 생각을 바꾸고 걍 늘 가던 남해로~ ㅎㅎ 부모님 모시고 이박하고 올라오면서 횡성 성우리조트에서 눈구경하면 휴가가 끝날것같네용~~
    언제부턴가 친정에갈땐 연락하지않고 걍 내려갑니당~~ 우리온다하면 쓸고닦고 또 오버해서 음식장만하시공 ㅠㅠ 이제는 벗어나셔야 할듯해서용 ~~ 진주에와서 장 싹보고 어제 언니가 전화로 주문한 떡찾고 (옴마가시는 요양원에 돌릴) 아부지한테 전화해서 한시간이내 도착하고 바로 남해로 갈거니 짐챙겨서 스탠바이 하시라 했네용~ ㅎㅎ

    • 그레이스2018.01.23 19:32

      솜씨가 좋아도,나이가 너무 많아서 좋은 조건으로 가기는 어려울꺼에요.
      그래도 취직을 할 수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요.

      아버지께서는 막내딸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우실까~
      혼자 생활하시는 아버지 찾아뵙고 또 모시고 여행가는 건 큰 효도에요.
      엄마도 많이 좋아하시겠어요.
      부모님과 편안하고 좋은시간 보내고 오세요.

  • 河슬라2018.01.25 14:28 신고

    차순친구분께 화이팅을 전합니다. !!!

    • 그레이스2018.01.25 19:08

      오늘 차순이네 식당에서 마지막 모임을 했어요.
      대구로 이사 간 친구도 왔고,울산 사는 친구 4명도 참석했어요.
      맛있는 음식 해줘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나오면서 인사를 하는데,
      차순이 여동생이 눈이 발갛게 되어 눈물이 그렁그렁합디다.
      형편이 어려운 언니를 돕느라,
      오랫동안 점심시간에 와서 음식 만들고 써빙하는 걸 도와줬어요.
      (차순이와 여동생 그리고 월급받는 아줌마, 셋이서 일했어요)
      여동생의 남편은 대학교수인데,
      언니 일이 아니라면,식당에 와서 그런 일을 할 상상이나 했겠어요?
      한달 두달도 아니고,일년 이년도 아니고...
      바라보는 나도 뭉클해집디다.

  • 여름하늘2018.01.27 11:12 신고

    글을 읽어 내려 가면서
    어머 맛있겠다 ,어머 그래! 이런곳에서 모임을 하면 좋겠다
    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문을 닫는다 하니
    제가 다 아쉬워지네요
    친구분 어딜 가시든
    좀 수월하시고 잘 되셨음 좋겠어요

    • 그레이스2018.01.27 12:40

      30년 넘게 하던 일을 접으니,마음이 찹찹한 모양입디다.
      당분간은 쉰다고 했어요.
      전화를 해보고싶은데, 일주일쯤 후에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