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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관한 작은 tip

내가 위로가 되고 방패막이 되고자.

by 그레이스 ~ 2020. 8. 9.

"감정 폭발한 아이...." 댓글에 답글을 쓰고는

교육에 그렇게나 열성적이었던  연유를, 옛 글이 생각나서 찾아 봤습니다.

 

2006년도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어느 카페에 썼던 글입니다.

(2009년 내 블로그에 글을 옮겼음)

 

어느 카페에서 드라마가 화제에 올라,

나는 젊은 날 10년 동안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더니

왜냐고?

이해가 안된다고 묻는 질문에 답글로 아래의 글을 썼었습니다

(제목은 그 때 쓴 그대로)

 

 

나는 왜 드라마에 흥미가 없었나?

 

런던 주재원으로 갔었던 때 두 아이는 5살, 6살.

한국에서 유치원 경험도 없었던... 그래서 공동체 생활이 처음이었던 큰 아이.

영국 아이들 속에 동양 애는 오직 자신뿐 -그 두렵고 낯섦이 오죽했으랴?

 

어설프게나마 소통이 되는 엄마는 아이에겐 유일한 의지가 되었을 터.

아이들에겐 엄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맥가이버 같은 존재였었다.

빠른 속도로 영어를 습득하고 엄마보다 더 앞서 나갈 때쯤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들.

 

아무런 준비 없이 겨우 한글만 익혀서 3학년으로 전학이 된 큰 아이는

학교에서는 3학년 수업을 받고

집에 돌아오면 1학년, 2학년 과정을 통합한 엄마의 보충수업을 들었었다.(둘째는 1학년)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 동아전과, 표준전과로 사전 공부를 해둔 엄마는

아이들이 생각하기에는 모르는 게 없는 만물박사였다.

 

그때 아이들에게 엄마의 생각을 설명해주고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아빠가 회사에 가시고 돈을 벌어오는 게 아빠의 의무이고 책임이듯이,

밥하고 빨래하고 너희들 돌보는 것은 엄마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이 모든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 앞으로 파출부를 쓰는 일 없이 내 힘으로 하겠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는 것은 너희들이 해야 하는 의무이고 책임이니,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일은 없이, 너희들 능력 껏 너희 힘으로 해야 한다.

모르는 것은 엄마가 도와주겠다고,

할머니께 매달 생활비를 보내야 하니 과외를 시킬 수 없다는 사정도 설명하고,

그렇게 아이들과 약속을 했었다.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3학년을 마칠 즈음엔 수업을 따라갈 정도가 되었고,

4학년을 마치고는 잘하는 부류에 들었었고,

5학년이 되어서 전과목 수를 받았었다.

 

니가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다고...

나는 참 복이 많은 엄마이라고,

수시로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었다.

5학년이 되면서부터 도움이 필요 없는 수준이 되었지만 엄마에 대한 신뢰는 변하지 않았는지,

담임선생님께서 나에게 전해주신

"저는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보다 우리 어머니를 더 존경합니다"라고 했다는 아이의 말에

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자고 결심했었다.

 

(큰아들은 5학년 때 담임에게 엄마를 존경한다고 했는데,

작은아들은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에게 아버지를 이순신 장군만큼 존경한다고 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첫 시험부터 전교 1등을 하는 아이는 공부 잘하는 한 가지 이유로

엄마의 사십대를 화려하게 만들어 주었지.

혼자서 공부하는 게 익숙해져서 약속대로 과외나 학원에 안 가도 공부 잘하는 방법을 터득한 아이는

집에서 공부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했는데,

그때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텔레비전을 끄고 나도 조용히 책을 읽는 것.

 

그렇게... 둘째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까지

떠들썩하던 모래시계도 그 무엇도 드라마는 한 편도 본 적이 없었다.

억지로 참았던 게 아니라,

무엇에 취한 듯 내가 원해서 그렇게 살아온 사십 대.

내가 위로가 되고 방패막이되고 싶어서 스스로를 무장하느라 그렇게 세뇌되었던 듯.

 

생각해보면 언제나 즐거운 추억으로 떠올려지는 그 시절

그리고 수많은 에피소드들...

이하 생략.

 

댓글,

 

귀국했던 해가 1985년이고,
작은아들이 대학생이 된 해가 1997년이니 정확하게는 12년간 드라마를 안 봤네요.
내가 원해서 그렇게 결정한 일이어서
떠들썩했던 드라마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엄마는 티비 보면서 너희들은 공부하라고 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거던요.
작은애가 중학생 때인데,
공부하다가 싫증나서 물먹으러 가는척하고 나가서
엄마가 놀고있으면 같이 놀려고 했는데
책보고 있거나 일하고 있어서 그냥 들어가서 공부했다고 하더군요.
엄마의 생활자세가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살았던 10년이었어요.
결과가 좋아서... 그 시절이 즐거운 장면으로 떠오르네요.

 

  • 특별한 그레이스님~
    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우러러 보인다는 말밖에...
    그러고보면 교육이란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답글
      •  
      •  
      • 머무르고 다시 나아가고2020.08.10 16:48 신고

        선생님~아이들을 가르치며 감정조절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그 과정을 선생님은 해내셨네요.
        저는 아이들을 사교육에 휘둘리며 그렇게 키우고 싶지는 않은데...그런데..또 선생님처럼 찬찬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조금은 실천해보고 싶습니다.
        늘 막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저의 삶이 좀 나아질 것이다..그렇게 마음먹었었는데...아이들의 학업에 신경써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니 심적으로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정서적으로 요동치는 상황 속에서~감정조절을 잘 하시는 선생님의 장면 장면을 제가 구체적인 그림으로 잘 기억하고 싶습니다. 귀한 경험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답글
        • 그레이스2020.08.10 17:22

          인내심은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화가나도,그자리에서 화를 내지 않는 분이셨어요.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을 꽉 다물고는 눈을 감으면
          화를 참는 모습이라는 걸 엄마도 우리들도 알아서 잘못된 행동을 멈췄어요.
          자라면서 쭉 봤던 아버지의 감정 절제하시는 모습을
          내가 어른이 되니 그대로 따라 하더라구요.
          일단 한 번 잘 참게 되면
          내 마음의 폭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인내심이랄까, 감정을 절제하는 것도 훈련이더라구요.
          성격이 불같은 남편과 살다보니,
          싸우지 않으려고 더욱 더 인내심이 필요했어요.

        • 그레이스2020.08.10 17:53

          감정 절제에 대한 글이 있을 것 같아서 찾아보니
          차마시는 시간 카테고리에
          '화가 나더라도 요점만 정리해서 말하기' 라는 글이 있네요.
          한 번 읽어보세요.

          그레이스2020.08.09 22:35

          젊은나이에 아이들 데리고 외국 나가서 새로운 문물을 배운 게 특별한 행운이었어요.

          큰애가 대학생일때 걱정스레 물었던 말이 있었어요.
          만약에 내가 엄마가 원하는만큼 성공하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엄마가 많이 실망할 것을 생각하니 걱정된다고 하더군요.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했어요.
          너는 아주 평범한 시민으로 살더라도 인격적으로는 엄마가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 거면 충분하다고 했어요.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아이가 학교에 간 후에 엄마가 전과목 교과서를 전부 읽어보고
      1년동안 배울 내용을 파악했어요.
      다른 과목에 비해 국어가 약했기에
      교과서에 인용되는 소설을 책을 사서 전부 읽어보고 전체 내용은 이러한데
      국어책에는 이 부분만 소개가 되었다 하고,
      학생들이 파악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설명해주고요.
      아들과 엄마가 다양하게 토론을 했습니다.
      수학도 여섯개의 단원중에
      내 아들이 어느 부분이 뛰어나고 어느 부분이 약한지 파악이 되니까
      공부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었어요.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을 다닌다면 엄마가 그런 걸 알 수 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