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와 유준이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는 건 언제나 유준이다 

여섯 시 즈음 깨서(혹은 그보다 빨리) 첫 분유를 먹고 밖으로 나오면 

할아버지 혹은 내가 우리가 자는 놀이방으로 데려와서 이불 위에서 노는데

이불을 정리하고 매트를 접어서 치우려고 할아버지가 유준이를 데리고 나간 후 

방 정리가 끝나고 잠시 후에 윤지가 왔다 

 

장난감 박스에서 뭔가를 꺼내려다 그 아래에 있던 초콜릿 통을 봐 버렸네

아이스하키 수업 가면서 

윤호 유라 생일이라고 선물 봉지 20개를 만드느라 사용하고 남은 걸 내가 제대로 치우지 못한 탓이다 

윤지의 표정이 밝게 변하면서 

하미~~ 이게 뭐야? ( 알면서 묻는다)

그거 초코렛이잖아~

먹고 싶어.

엄마가 밥 먹기 전에는 사탕이나 초콜릿 먹으면 안 된다고 했지?

대답이 없다 (이미 말려봐도 소용이 없겠다)

엄마가 안된다고 했으니 할머니가 허락을 할 수가 없다 

꼭 먹고 싶으면 윤지가 가서 초코렛 먹어도 되는지 엄마에게 물어봐라

(그랬더니) 하미가 물어보란다

 

웃음이 터지는 걸 참고 초코렛 통을 들고 부엌에 있는 며느리에게 가서 

윤지가 초코렛 하나 먹어도 되는지 하미가 대신 물어보라 한다 했더니 

며느리도 웃음을 참으면서 

밥 먹기 전이라서 안되지만

할머니가 부탁을 하셨으니 오늘만 하나 먹으라고 허락을 했다 

 

그 소리를 멀리서 들은 윤호와 유라가 달려와서 나도 나도... 

33개월 윤지가 억지 부리지 않고 머리 써서 초콜릿을 얻은 이야기다

 

며느리가 유준이를 데리고 있을 때는 

유준이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넘어가는 듯 밖에 까지 크게 들린다

엄마가 유준이와 노는 모습을 본 윤지가 

엄마 흉내를 내어 유준이와 잘 논다

 

윤지 유라 윤호가 한 번씩 돌아가면서 놀아줘서

유준이가 어른들에게 매달리지 않고 수월하다

 

• Silky2021.11.30 17:59 신고

  현명하신 고부간에 육아 방침 공유하며 아름다운 일화를 만들어 내는 일상!
  흔치 않은 3대가족의 어느 아침 풍경, 저절로 미소 짓게 하네요.
  그런 상황에 처해 지면 나도 자연스레 그리 할 수 있을까???
  힘껏 마음 속에 다짐해 봅니다. 아름다운 일화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11.30 20:30

    항상 좋은 말씀만 해주시는 실키님~^^
    그동안 여러 사람들 사연에서
    손자 손녀를 예뻐하는 마음에 자칫 선을 넘는 경우가 있는 걸 많이 봤습니다
    주 양육자는 며느리(혹은 딸)이니
    아이들에게 엄마의 결정을 할머니도 따라야 한다는 걸 알게 해줘야
    규칙을 지키는 일에 순순히 따르게 됩디다
    
    올해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확실한 선이 없으면 갈등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며느리에게 말했어요
    며느리가 의견을 묻지 않는데
    내가 먼저 교육에 대한 의견을 말하지 않을 거라고요
    참견을 하지 않고 며느리의 육아 방식을 따르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습니다

• 여름하늘2021.12.01 05:48 신고

  형제가 많은집 아이들이 성격도 원만하게 되고
  궂이 친구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외롭지 않다는걸 느끼게 되네요
  행복한 유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답글
  • 그레이스2021.12.01 08:07

    유준이는 누군가 웃는 얼굴로 쳐다보거나
    까꿍만 해도 이미 웃는 얼굴로 반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낯가림도 없이 잘 가고요
    윤호 유라가 쌍둥이어서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 다른 친구가 필요없었어요
    지금도 눈에 안보이면 찾고 챙깁니다

• 산세베리아2021.12.01 12:37 신고

  그래서 형제가 많은 곳에서 자라야 서로 양보도 하고 배려도 하는데
  요즘엔 하나밖에 없으니
  고집도 세고 저 밖에 모르고~~~
  그런 부분이 아쉽고 걱정도 됩니다
  그레이스님댁
  3대의 행복한 아침 풍경이 그려져
  저도 더불어 행복해집니다
  
  

  • 그레이스2021.12.01 12:57

    형제 많은 집 아이들이 눈치도 빠르고요.ㅎㅎ
    윤지가 아직 만 3세가 안되었는데
    상황판단을 하는 능력은 다섯살보다 정확하고 대처가 빠릅니다
    큰애들이 혼나는 거 보고 얼른 제자리에 정리를 한다든지
    언니 오빠는 아직 옷을 다 입기도 전에 코트까지 입고 현관에서 기다린다든지
    뭐든지 빨라요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 나누어 먹어야 되는 줄도 알고요
    
    오늘 오전에 용인 세브란스에 재활치료 다녀왔어요
    나중에 새로운 글 하나 쓸게요

• 키미2021.12.01 20:46 신고

  유준이 웃음소리에 절로 웃음이 나네요. 뭐가 저리 좋을까나..ㅎㅎ
  윤지가 잘 놀아주니 누나 노릇 톡톡히 합니다.
  유준이도 하준이처럼 해피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