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기일에 산소에 다녀왔다
시아버지 돌아가셨던 1963 년에는 망우리가 서울시 밖의 땅이었을 거다
망우리 공동묘지가 있었던 곳의 길 건너 구릉산은 개인 소유 산이라서
묘지가 필요한 사람은 원하는 위치의 땅을 30 평씩 살 수 있었다며
서른여덟에 남편이 돌아가셨으니
그 막막한 중에도 좋은 자리에 묻고 싶었다고
내가 새댁이었을 때 시어머니께서 그때의 일을 말씀하셨다
낙엽이 덮인 비탈길을 올라가면
둘레길 표지가 나오고
둘레길의 오른편 울타리 안쪽에 산소가 있다
엄청나게 큰 포플러 나무가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둘레길에서 들어와서 계단을 내려오면 아주 넓게 터를 잡은 묘지가 있고
시아버지 시어머니 묘지는 아래로 약간 내려와야 된다
추석에 산소 관리인이 벌초를 했었는데
그 사이 잡풀이 많이 자라서 남편은 손으로 다 뜯는 중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양쪽에 소나무가 있어서(둘레길에 있는 포플러 나무도 보인다)
또 낮 기온이 20도 넘게 올라서 소풍 나온 듯 착각이 되네
옆으로는 띄엄띄엄 다른 가족묘가 있고
산소에서 내려와서
아주 오랜만에 양수리로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해서
한정식집을 검색해서
남편은 굴비 정식 (28000 원)
나는 일반 정식에 연잎밥을 시켰다 (20000 + 6000 원인데 일반 정식의 솥밥 3000 원을 빼서 23000 원)
산소 가는 길에
워커힐 앞을 지나는 지점부터 길 양 옆에 태극기가 걸려있는 걸 본 남편이
"태극기는 걸지 말라고 했는데... 내 생일이라고 태극기를 걸었구나" 해서
그 순간 웃음이 터졌다
중학교 다닐 때 물이 맑은 중랑천에서 친구들과 물고기 잡았던 추억이며
대학생 때는 멀리 보이는 불암산을 쉬지 않고 뛰어서 올라갔다는
스무 살의 체력을 자랑하고...
중학교 2학년이면 1960년이고 대학생이라도 56년 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