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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조언.

3 월 첫날(공부와 밀당)

by 그레이스 ~ 2023. 3. 1.

둘째 며느리에게서

달력을 보니 내일이 3 월이라며

아이들 데리고 박물관에 갔었던 사진과 3 월이 되기 전 인사가 왔었다

3 월 2 일 이사를 하고 새로운 학교로 첫 등교다 

긴장과 설렘이 동반된 소감은 내일 학교에 다녀온 후 듣고 

포스팅해야겠다 

 

큰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내서 윤호가 기브스를 풀었는지 물었더니

지난주에 풀었다 하고 그래도 2 주는 조심해야 된다고 해서

운동은 2 주 후부터 가능할 듯

 

윤지와 유준이는 요즘 어떤 놀이를 하느냐고 물으니

윤지는 요즘도 숫자공부에 푹 빠졌단다

더하기 빼기 공부하는 걸 놀이처럼 재미있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패드를 펼쳐놓고 숫자공부한다네  

덕분에 아직 두 돌도 안된 유준이도 숫자에 흥미를 느낀다고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도 많이 하는 말에

아이들은 집안 분위기에 따라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가진다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

야구선수 아들은 야구에 축구선수 아들은 축구에

부모가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집 아이들은 그 분야에

일찍부터 자주 접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잘하게 되는...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은 

아이들이 숫자공부를 좋아하는 걸 알고

아빠가 과하게 시킬까봐 조금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는 며느리의 말에

그 게 무슨 뜻인지 얼른 알아 들었다 

 

2 주 전 낮에 

거실에서 놀이를 하다가

윤호에게 47 곱하기 8 은? 물으면 아이가 암산을 해서 대답했다

아빠의 질문은 65 곱하기 7 은? 그런 식으로 이어지고 

윤호는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중에 암산공부를 하는 거다   

여러 번 대답을 하고는 

이제 그만할래요~ 해서 중단되었다

아마도 아빠가 집에 있는 시간에는 종종 그런 일이 있었겠지

윤지에게도 그랬을 거고 

 

그날 아들의 행동을 보면서 아주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었다

영국에서 만 3 년 살다가 돌아와 

1 학년 2 학년 경험도 없는, 겨우 한글만 익힌 명훈이를 3 학년에 입학시켜 놓고 

학교에서는 3 학년 교과서를 배우고 

집에 와서는 엄마가 1 학년 2 학년 통합과정을 가르치고... 그렇게 일 년을 보냈다

배워야 할 내용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니

쪽지시험 방식으로

중요한 내용을 종이에 적어서 들고 수시로 아이에게 질문했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아이에게 문 밖에서 묻고 명훈이는 대답하고 

밥 먹으러 식탁으로 오는 중에 질문을 받기도 하고 

그 당시 나는 시판되는 5 종 수련장을 다 사서 

중요한 내용만 뽑아서 한 장의 문제집을 다시 만들어서 요점 정리를 해 준 셈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의 노력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3 년치 공부를 일 년 만에 끝내고 4 학년에는 최우수 그룹이 되는)

본인이 열의를 가지고 자투리 시간에도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가 부담스러워하거나 싫어했다면 얼마 못 가서 그만뒀을 거고

최고의 과외선생이 가르쳤더라도 좋은 성과가 안 나왔을 거다

 

공부는 가르치는 사람의 열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는 아이의 열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아직 열 살 이전이라서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밀당 - 아이와 밀고 당기는 조절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넌지시 얘기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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