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이 대학생이었을 때
함께 운동하는 언니들과 대화 중에
자기 아들이 올해 사십 세가 되었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아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자식도 나이 들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는 게 정상인데
나는 내 아이 나이 들어가는 그 기준에만 맞춰서
더 위쪽은 계산이 안 되는 엄마였었나 보다
시골길을 가다가 군인을 만나는 경우에도 그전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내 아들이 군대에 가는 나이가 되니까 지나가는 군인들이 예사로 안 보여서
차를 세우고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
사양하는 군인을 해운대 입구까지 태워주기도 했다
20 년도 더 전의 그 경험으로
자식이 사십이 넘는다는 걸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나에게
이제는 두 아들은 물론이고 두 며느리도 사십 대가 되었다
얼마 전 작은아들과 통화 중에
사십 대 남자의 고달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고단한 몸으로 퇴근을 해도
집은 쉴 곳이 아니라 또 다른 직장처럼 느껴진다는)
나도 아들의 나이가 46세 47세가 되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다고
벌써 사십 대 중반이 되었나
곧 오십이구나 생각하면
내 나이 들어가는 것보다 더 애달프고 아깝다고 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쉽게 피곤해지는 것만으로도 실감 나겠지
그런데, 남편들이 느끼는 그 피곤을 아내들도 똑같이 겪는다
살림살이와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또 공부를 엄마가 직접 봐주는 집에서는 더욱 남편의 도움을 원할 거다
그러니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고
또 집에 와서는 아내의 수고를 알아줘야 된다
가는 게 있으면 아내도 남편의 수고에 고마움이 생긴다 고, 얘기하고는
사람 사는 게 그렇더라
내가 좀 더 손해 보고 더 베푼다 생각하고 살아야 불만이 없어지더라
힘들고 지칠수록 너그러워지는 훈련을 해야 가치 있는 삶이 된다고
엄마가 사는 모습이 니가 보기에 어떨지 모르겠다 마는
나는 잘 살고 있는지를 매일 점검한다
카메라가 몰래 나를 찍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삶인지
모범이 되는 말과 행동으로 사는지
그 말을 듣고 아들이,
제가 보기에 어머니는 잘하고 계세요~ 한다
사십 대의 아들에게 엄마가 해 줄 말은
나를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수시로 나를 점검하는 게
나중에 보니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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