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중에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놀라움과 부러운 마음으로 감탄을 하게 된다
나는 언제 한 번이라도 여름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안 나지만 어렸을 때는 좋아했을 것 같다
냇가에서 목욕하고 참외 수박 먹던 그 시절에는...
20대 초반부터 지극정성으로 화장했었다
정성스레 화장하고 외출복 차려입고 나가는 타입이었으니
결혼해서도 변함없이 매일 화장을 했는데
남편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화장하고 손 씻고 아침밥을 했으니
화장한 얼굴은 사택에서 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신혼생활을 사택에서 시작했는데
그 당시 울산 현대 조선소(현대 중공업 초기 회사명) 사택은
앞 뒷집 옆집과의 사이에 담이 없는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넓은 운동장 같은 곳에 각각의 집이 있고 작은 화단이 있는 형태여서
주택과 주택 사이에 경계가 되는 울타리가 없으니
언제든지 이웃이 올 수 있는 환경이어서 단정한 차림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더구나 신혼 2년간은 아이가 없었으니 더욱 그러했으리라
나중에는 그렇게 사는 게 습관이 되었을 테고)
그러니 여름에는 얼마나 불편하겠나
땀이 나서 얼굴이 번질거릴까 봐 수시로 화장을 고쳐야 하고
옷에 땀이 베이는 것도 무척 신경 쓰이고
또 바람이 불어서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는 것도 거슬리고
그런 이유로 여름을 아주 싫어했다
반대로 남편은 사계절 중에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땀 흘리면서 운동하고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어 수영하고
특히나 요트나 보트를 저어 바다 가운데로 나가는 걸 더 좋아했다
84 년 탬즈강에서
런던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남편이 노르웨이에서 사 왔던
해병대 군인들이 훈련하는 장면에서 자주 보였던 보트와 같은 종류인데
레저용은 군사용과 구분이 되도록 색깔이 노란색이다
군인들이 실전에서 사용하는 보트이니 무척 튼튼한 제품이란다
레저용은 돛과 모터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85 년 9 월 금강에서
85년 휴가 때 남편과 두 아들은 금강 상류에서 하류로 노를 저어서 내려오고
나는 자동차 운전해서 하류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86 년 8 월 동해안에서
86년 여름휴가에는 강릉 해수욕장에서 가까운 바다에서
바람 방향이 좋을 때는 돛을 이용해서 나가고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갈 때는 모터를 사용해서 달렸다
젊은 시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니 따라다녔으나
아이들이 자란 이후에는 남편 혼자서 바다수영하는 걸로 취미가 바뀌었다
해운대로 이사를 간 해는 1999 년 봄인데
여름에 해수욕장 모래밭에 내려 가 본 것이
2013 년 첫돌 된 하윤이가 와서 손녀 데리고 간 게 처음이니
말해서 무엇하랴
해운대 해수욕장은 해마다 저렇게나 사람들이 몰려왔으나
나는 호텔 4 층에서 운동하다가 내려다보는 걸로 만족했다
수십 년간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여름이고
땀이 나서 옷에 베이는 걸 엄청 싫어하는 내가
오늘은 팬티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아침부터 에어컨을 안 켜고 버텨보겠다고 결심하고는 창문을 열어놓고...
그래도 땀이 흐르니
이왕 젖은 거 다림질이나 하자 하고
한낮에 남편 셔츠 여섯 장과 바지 세 장을 다려놓고
옷이 젖었으니 침대 시트 위에 수영장용 큰 타월을 깔고 누워 있었다
이제는 화장을 안 하고 사는 게 몇 년이나 되어
화장이 뭉개질까 봐 신경 쓸 일이 없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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