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10 일만에 마트에 다녀와서
고관절이 뻐근해서 침대에 누웠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취침모드로 켜놓은 전기담요 효과도 있었겠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하면서도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
토요일 오전 서울 아들 집에 도착했을 때
유준이의 첫마디가 하비는?
할아버지는 왜 안 왔냐고 묻는다
부산은 왜?
낚시는 왜? (낚시는 왜 하냐고 묻고 또 묻고)
옆에서 윤지가 물고기 구워 먹으려고(라고 나름의 대답을 한다)
계속되는 질문에 할아버지와 통화하게 해 주고 다음에는 꼭 가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한 차례 감기가 돌고 나서는 연이어 장염으로 고생했단다
윤지가 다니는 유치원 아이들이 장염 걸렸다는 소식이 오고는
윤지를 시작으로 유준이 윤호 유라가 줄줄이 장염 걸려서 설사와 토하면서
입맛이 없어서 먹지도 못 하니 아이들 넷 다 살이 많이 빠졌다
장염에는 우유도 요구르트도 유제품은 다 안 되고 주스도 못 먹게 하니
유준이는 참기 어려워서 우유 달라고 운다
그나마 금요일 이후로 나아져서 토요일에는 간식을 조금 주고 우유도 한 컵 먹기 시작했다
입맛이 돌아오니 쉴 새 없이 먹거리를 들고 와서 할머니에게 포장 비닐을 벗겨 달라고 한다
입주이모보다는 할머니가 만만하다
"이모가 우유는 안 된대 따뜻한 물 마시자~~~그러믄 비스켓 하나 더 주께"
놀이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그림 그리기를 했다
(책상 위는 아무리 닦아도 소용이 없다, 다음 날이면 낙서가 가득해지니까)
유준이 턱선이 가름해졌다
아줌마는 목욕 시켜보면 몸통도 살이 많이 빠졌단다(그냥 눈으로 봐도 알겠다)
바닥에 자동차 다니는 길을 만든다고 테이프 하나를 다 쓸 작정이다
뒤에 보이는 노란색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길이 넓어야 된단다
유준이가 자는 방 커튼을 열어보니 창문에 성애가 하얗게 생겨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신나게 그리다가 점점 번져서 형체가 없어지니
청소하겠다고 수건을 가져 오란다
깨끗이 닦아놓고는 그 게 신나는지 옆 방으로 가서 또 그림을 그리고 그다음에는 수건으로 닦고
물티슈와 마른 수건으로 두 번 세 번 닦아서
어른이 닦은 것처럼 깨끗하게 만들어 놨다
일요일 오후에는 아빠랑 나가서 (옆에 남자는 아빠 아님)
간식도 사 먹고
역사박물관에 갈 거라서 밖에 다니지는 않을 테니 크록스를 신고 가도 괜찮다 하더니
맙소사, 저 차림으로 길거리를 다녔네
저녁 먹고 노는 중에
윤호 유라 윤지는 저녁 8 시가 되면 양치질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조금 더 놀다가
8 시 30 분이 되면 화장실 다녀와서 침대에 누워야 된다
매일 아침 여섯 시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아홉 시에는 잠자리에 들도록 훈련이 되어있다
여섯 시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세수하고 학교에 가려고 현관을 나서는 시간이 7 시 20분이다
학교 수업 시작시간을 물어보니 여덟 시 정각이라네
겨울방학이 없으니 1 월에도 매일 학교 간다
윤지가 다니는 유치원은 8 시 30 분에 아파트 앞에 스쿨버스가 온다
유준이도 그 시간이 같이 나가서 윤지가 버스 타는 거 보고 어린이집으로 가는 게
매일 아침의 모습이다
그러니 저녁 8 시가 되면 큰 아이들은 시간을 지켜서 일어나는데
유준이가 조금만 있다가~ 를 반복하면서 저렇게 버티고 있다
결국 15 분이 넘고도 혼자 버티다가,
내가 불을 끄겠다고 협박(?)을 해서 데리고 나왔다
유준이가 할머니와 놀이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유준이의 행동에 리액션을 잘해주고
지루할 틈이 없도록 놀이를 자주 바꾸니까 새로운 놀이에 흥미로워서 흠뻑 빠지는 듯
토요일보다 일요일에는 더 찰싹 붙어서 까르르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밥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쉬 하고 엉가 하는 것도 전부 할머니와 하겠다면서
잠자는 건 이모와 같이 자겠다고 하네
주말에 이모가 쉬러 가고 없을 때는 할머니와 자겠지만
토요일 일요일 잠자리 배치는
유준이 방에서 유준이와 윤지는 이모와 같이 자고
이층침대에서 자던 윤호가 내려와서 나는 윤호와 유라 가운데 누워서 자고
(밤중에 옆으로 꺼꾸로 몇 바퀴를 도는지 오랜만에 그런 모습을 보니 귀여웠다)
오늘 아침에 이불을 걷고 청소기를 사용하다가
청소하는 아줌마가 오면 다시 청소할 거라고 해서 그냥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