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단풍 든 콩잎을 소금물에 삭힌 후, 여러 번 씻어 물기를 꼭 짠 후에
양념한 젓갈을 켜켜이 넣어 김장하듯이 밀봉해서 숙성시킨 콩잎은
우리 형제자매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다
친정할머니께서는 1906 년 생이시다
그러니 1950년대 시절에도 전형적인 시골할머니의 손맛이어서
첫돌 지나고 할머니댁에 가서 밥을 먹기 시작한 오빠와 나는
아기용 음식을 따로 만들기보다 된장국에 밥 말아서 먹이고
무쇠솥에 밥 지을 때 뜸 들이면서 익힌 계란찜과 생선이 중요 반찬이었다
그러다가 곧 어른 반찬을 먹게 되었을 거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반찬을 따라서 잘 먹게 되어 양념콩잎, 미더덕찜은 어른이 되어서도 찾는 반찬이었다
(아니다 할머니 반찬은 전부 다 먹고 싶은 그리운 반찬이다)
우연히 블로그 이웃 데레사님께서,
포항 죽도시장에서 양념콩잎을 주문해서 먹어보니 맛있다는 글을 쓰셨길래
죽도시장 정우네 반찬가게를 검색해서 나도 콩잎 주문을 해서 지난 2 일에 받아놓고 아직 개봉은 못했다
작은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되어 왔는데 안에는 플라스틱통에 들었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 검색했을 때 광고사진이다
아플 때, 입맛 없을 때, 생각나는 김치국밥과 아귀찜처럼 나에게는 콩잎도 그런 음식이다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우리 집에서는 식탁에 오른 적이 없는 사연이 있다
사택이 아닌 시내 아파트 살 때이고 큰아들이 중학생이었으니 1990 년이었던 것 같다
양념 콩잎을 마산에서 가져와서 식탁에 올렸더니 마구간 두엄냄새가 난다면서 당장 치우라고 하네
그 순간 기분 나빴다기보다 무안했다는 게 적당한 표현이겠다
이웃집에 초대 받아 가서 홍어 삭힌 걸 냄새 때문에 못 먹었던 경험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다른 사람은 싫어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이해가 되더라구
남편은 평양시내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사람이니 저걸 어떻게 먹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얼른 부엌 뒷 베란다로 가지고 나갔는데
당장 치우라고 한 말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출근하고 나면 혼자 먹어라는 말을 하고 나가셨다
그날 이후로는 집에서 콩잎을 먹은 적이 없었다
가끔 친구집이나 친척집에 갔을 때 콩잎을 보면 반갑게 먹었지만
33 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집에서 먹어도 되겠지 배짱이 생겨서 주문을 해놓고
닷새가 지났는데도 아직 못 먹고 있다
오늘 점심에는 양해를 구하고 먹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