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연관되어 떠오르는 장면은
뜻밖에도 해운대시절이 아니고 울산 살던 80 년대 중반이 첫째로 생각난다
시누님 가족까지 스무 명이 먹을 음식을 일주일 전부터 매일 만들어서 대형 냉동실에 차곡차곡 쟁였다
시어머니는 나물 한 가지도 탕국 한 솥도 끓여놓지 않으셔서
전부 다 만들어 가야 하니 그 짐이 트렁크에 꽉 차고도 뒷자리에도 싣고 갔었다
맏며느리니까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의무라고 처음부터 길들여져서 불만도 없었나 보다
어느 해였던가
나물꺼리 시금치 한 단도 사놓지 않으셔서
울산에서 어찌 시금치나물까지 무쳐서 와야 하냐고 화를 냈던 적이 있다
차례를 마치고 동서 셋 불러서
앞으로는 8 가지 전 종류 중에 쉬운 3 가지와 나물 3 가지, 탕국은
한 집에 하나씩 맡아서 준비하라고 당부를 했었던 추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끓이는 탕국이 특별해서 결국 내 몫으로 돌아왔지만)
경상도식 탕국은
한 솥 끓일 때 소고기 무 두부는 기본이고 큰 개조개 3 마리,
해녀가 잡아오는 자연산 홍합을 한 줄(10 마리) 넣어서 국물맛이 훨씬 진하고 깊다
명절 전날에 이렇게나 조용하니 옛 생각이 피어오르네
점심에는 샤부샤부 재료로 전골을 끓이려고 손질해 놨다
오징어는 한 마리만 떼어내어 녹이고
전골에는 버섯이 필수로 들어가는데 남편에게 버섯이 금기식품이라서 많이 아쉽다
내일 먹을 전을 부치려고 동태포를 녹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