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할아버지와 놀이터에 간다고 하더니 경희궁으로 갔단다
경희궁의 정문으로 가려면 동네에서 한 참을 돌아서 가야 하지만
토박이로 50년을 그 동네에서 산다는 분이 궁으로 가는 샛길을 알려줘서
윤호 유라가 서너 살 때부터, 과거에는 궁궐의 담이었을 나무가 무성한 언덕을 넘어 다녔다
경희궁 뒤쪽에 넓은 운동장이 있고 그 옆으로 낮으막한 산이 있어서
아이들 식물 관찰 체험장으로 이용되고있다
토요일은 많이 걷고 여러 곳을 다녀서 피곤했는지
저녁에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두드리는 듯하더니 순간적으로 졸다가
건반에 얼굴을 부딪쳐서 왕~ 울음이 터졌다
얼른 품에 안고 달래주는 사이 그대로 잠이 들었네 시계를 보니 7 시 40 분에
윤호는 하룻 밤 남의 집에 가서 자고 온다고 여행 가는 듯이 가방을 싸서
어깨에 메고는 기다리다가 우진이 엄마가 와서 데리고 갔고
엄마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외출하고
유라 윤지뿐이어서 그야말로 조용한 저녁이었다
유준이 방에 내가 같이 잤는데
일찍 자더니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너무 깜깜하다고 조금 더 있다가 나가자고 달래서 침대에서 딩굴거렸다
그래봐야 30 분 버티다가
거실에 나와서 불빛에 눈이 부시다고 해서 얼른 내가 덮었던 이불을 가져와
텐트처럼 만들었다
그 속에서 눈이 적응되도록 놀다가 놀이방으로 옮겨서 자동차로
롤러코스터 타기를 거의 일곱 시가 되도록 자동차로 경주하듯이 놀았다
내려온 자동차를 순서대로 주차시키는 건 할머니 몫, 그러면 다시 또 롤러코스터를 타러 나간다
자동차가 높은 곳에서 내려오면서 가속도가 붙어서 거의 90도 경사 진 구간을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
속력과 크기가 맞지 않으면 추락해서 낙오된다
유라 윤지가 일어나서 놀이방으로 온 시간이 7 시 즈음인데
할머니는 커피 마시고 올 테니 너희들끼리 놀아라 하고
커피 한 잔을 만들어 식탁에 앉아 쉬는 중에,
시계는 7 시 지났으나 느낌은 오전 10 시가 지난 듯 착각이 되었다
거실에서 유라, 윤지가 아이패드를 보면서 춤을 주는 모습을 보고 유준이도 따라하다가
할머니에게 춤 추는 모습 보여준다고
엄마가 다른 아이패드를 방에 켜 줘서 혼자서 추는 중
지난 주말에는 거실에서 아이 넷과 아빠까지 다섯명이 아이돌 춤을 따라 췄었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었으나 어른이 끼어 있어서 차마 공개를 할 수 없었다
일요일 오후
유준이가 거북이에게 기저귀를 입혀 달라고 누나들 인형용 기저귀를 가져왔다
거북이 꼬리가 유준이 눈에는 다르게 보인 거다
(자기와 같이 생각해서) 꼬치가 차갑다고 기저귀를 입힐 거라고 한다
웃음이 터지는 걸 겨우 참고 입혀 줬다
유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애착인형이다
지난달 새것일 때는 하얀 다리가, 바닥에 밀고 다녀서 한 달 만에 회색으로 변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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