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편한 추리닝 바지로 바꿔 입고, 침대에 눕기 전에 커피부터 마셨다
10일 만의 커피
의사나 간호사가 커피 먹지 말라는 주의를 준 것도 아닌데
혹시나 잠자는데 방해가 될까 봐 병원에서는 한 잔도 안 마셨다
남들은 손 가는 게 귀찮아서 장식장 속의 그릇은 꺼내 쓰지 않는다는데
나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알맞은 그릇을 꺼내 쓴다
케이크를 찾으니
카스텔라는 다 드셨고, 파운드 케익은 몇 조각 남았더라
침대에 누워 있으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서 꼼짝하기도 싫은... 그래서 집에 온 소감을 쓸 수가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침 이후 점심 때는 진통제를 안 먹은 거다
저녁이 되었으니 약효가 떨어져서 가만히 있어도 수술 부위도 아프고 한 걸음 떼는 것도 힘들었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저녁 약을 챙겨 먹고 약효가 퍼진 후에는 괜찮았다
11, 12월 두 달 동안 편하게 덮었던 내가 좋아하는 겨울 이불이 무거워서, 가벼우면서 포근한 새 이불로 바꾸었다
겨울 이불은 수술 부위가 이불에 눌려서 아픈 것 같은 놀라운 느낌이었다
새 이불은 큰아들이 한국으로 오면서 가져온 14년이나 된 영국제 이불인데 아직 한 번도 사용을 안 했었다
이번에 이렇게 쓰일 줄이야
잠깐 옆으로 눕고 싶을 때는 다리 사이에 베개를 넣으라는 주의사항을 읽고
맥심커피 행사 사은품으로 받은 쿠션을 갖다 달라고 했다
아이들이 오면 놀이용으로, 요즘은 남편이 다리 올리는 받침으로 썼는데 당분간은 내가 쓰기로 했다
먹는 약 8 가지를,
아침에만 먹는 약, 아침저녁에 먹는 약, 하루에 세 번 먹는 약, 구분해서 빠트리지 않고 남편이 챙겨 주기로 했다
한 달간은 부엌일을 안 하고, 반찬가게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제 저녁꺼리는 4시에 남편이 반찬가게에 가서
육개장, 연포탕, 불고기, 참나물과 숙주나물, 멸치볶음을 사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