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신날.
지난번에 동생들과 약속한 대로 일찍 출발해서 별 차막 힘 없이 창원에 도착했고,
백합 한묶음을 사들고, 두 여동생과 아버지 산소에 갔었다.
내가 대표해서 큰소리로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절하고...
나는... 참 운이 좋은 아이.
51년 1월 - 전쟁 중에 태어난 여자아이가
50년대 그 어려운 시절에 생일상이라니 어림도 없는 일이지.
하나, 아버지 생신 바로 다음날에 태어난 나는,
설령 그게 전날의 음식일 망정 한 번도 빠짐없이 풍성한 생일상이었고, (오빠도, 누구도 그런 대접은 못 받은)
인사 오신 손님들에게 "내일은 제 생일이에요"애교 덕분에 용돈도 푸짐했었지.
나를 위해 마련한 음식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난 나를 위한 음식이라 생각하고,
내가 복이 많은 아이라고 상상하기를 좋아했었다.
절묘한 날짜 덕분에 형제자매 모두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내 생일.
아버지 생신은, 온갖 추억거리로 나를 상념에 빠지게 한다.
산소에서 내려와 언니 생일밥 사주겠다는 큰 여동생의 성의로 흡족한 밥을 먹고,
또 선물로 책도 받고...
앞으로는 기제사로 아버지를 추모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있는 날까지,
아버지 생신날은 내게 따뜻한 추억일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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