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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행

아버지 마음

by 그레이스 ~ 2008. 8. 27.

 

 

오늘 좋은데 가셔서 즐겁게 보내세요.

아들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출근을 했건만,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보다 아들을 위해 시간을 쓰고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아는지라...

 

대학을 졸업하고 2003 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후 단 한번도 찾아간적이 없는 남편이다.

대학원 졸업때도.

MBA 졸업때도 항상 나만 참석했다.

그후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워싱턴,

파리,

싱가포르,

어디에도, 단 한번도!!

 

6 년만에 처음 아들이 사는 곳으로 찾아온 아버지.

열심히 사느라 졸업식에도 참석을 못했었는데...어찌 애틋한 마음이 없으랴!!!

그 마음을 알기에... 기꺼이 둘만의 나들이를 포기했었다.

 

조립식 선반,옷걸이,신발장, 

큰거리에 있는 상가에서 물어보고 택시를 타고 멀리까지 가서 (택시비가 얼마냐?)

조립식 가구를 사와서는 열심히 작업을 하는 남편을 보니,

아들을 위하는 그 마음이 눈에 읽힌다.

 

마무리를 해놓고 흐뭇하게 한잔을 하고있는 남편옆에서

나도 와인 한잔에 취해버렸네.

 

 

새벽에 이어쓰기;

아들이 퇴근하고 온 시간은 7시.

그전에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었다.- 어디 계시냐고?(우리가 밖에 나가 있는줄 알고)

집에 있으니 들어와서 같이 저녁먹으러 나가자고 답하는 - 아버지 말씀.

(나는 저녁밥을 해뒀지만 내색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슨음식이 좋겠냐는 아들의 물음에 뭐든지 다 좋다고 해서~

고급식당가와 고급옷집이 즐비한 압구정,청담동 느낌의 첼시로...

막상 이태리 식당을 아들이 택하니까 이태리 코스요리는 일인분이 세사람 먹을 양이라며 난색을 표하신다.

 

다시 택시를 타고 그린파크 쪽으로...아들이 안내한 곳은 일식집.

참 이상한 남편일세!!!

 

나랑은 김치하고 밥이면 된다 해놓고,아들에겐 구색을 다~ 갖춰 정식 코스요리를 먹일려는 저 고집.

디저트까지 마치고는 오늘 계산은 아들이 하더라구.

 

펄쩍뛰는 남편에게 내가 한소리를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아들이 사주는 것도 먹어보자고...

적당히 취한 세사람~

아쉬운 하루가 또 지나갔네.

 

............................................................

 

 

 

               첼시의 이태리 식당앞.

              택시를 타고 올때까지는 아무말 안하시더니만 막상 다 와서는 부담스럽다고 하셔서...

 

 

              그린파크 인근의 일식당  미야마.

              차를 타고가면서 전화로 주문을 했다.(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

              깔끔하고 초밥도 요리도 다 좋았다.

              외국인 가족들도 있었고,일본에서 출장 온듯한 남자손님들도 옆테이블에 있었다.

              남의 시선 의식해서 사진 못찍은 나 - 체면 깎일까봐.

 

              종이 한장도 집에 가져와서 찍은 소심함이라니~

 

 

 

 

  • 까만콩2008.08.27 07:11 신고

    정말이세요 ?
    졸업식에도 ? ,,,, 6년동안 한번도 ?
    대단하시다 ,,, 궁금해서라도 다녀오셨을텐데 ,,,
    그렇게 열심히 사셨으니까 지금의 그 위치까지 오를 수 있으셨을거란 마음도 있어요.
    울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은 야망있는 남자의 상 ,,,, ^0^

    하나 하나 조립하시는 아버지의 그 뒷모습 ,,,
    만일 명훈씨가 보았다면 진정 가슴이 쨘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데 ,,,,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흐르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마음 ,,,
    부러워요 ,,,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매일 신경전 중인 저에게는
    다른세상 얘기 같아요.
    어떻게 키워야 저렇게 넉넉한 마음의 아이들이 될 수 있는지 ,,,,

    답글
    • 그레이스2008.08.27 12:41

      정확하게는 만 5 년.
      얼굴 한번 보자고 돈쓰고 시간 쓰는일 안한다는 고집.
      참 지독하지요?
      그래서 이번에도
      아버지 모시고 오라고 간절히 나에게 부탁했던 까닭이지요.

  • hyesuk2008.08.28 04:21 신고

    저도 아들 열심히 키워서 일식집 코스요리 한 번 얻어 먹어 보고시포요~~~ㅎㅎ
    흐믓하시겠어요~~

    답글
    • 그레이스2008.08.28 11:58

      앞으로 10 년은 기다려야 되겠네~
      어제도 마지막 밤이라고 일찍 퇴근을 했더라구요.
      아쉽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 boss2008.08.29 09:15 신고

    아버지의 사랑이 물씬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아, 휴가받아 한국나들이 하고 왔습니다.ㅎ

    답글
    • 그레이스2008.08.29 14:11

      남편의 아들사랑은... 놀라울지경이예요.(너무 심해서 종종 비위가 상하기도합니다)
      아주 애기때부터...
      아무리 한밤중에 들어와도 세수하고는
      아들방에 들어가 한번 쓰다듬고 안아주고 나오는 걸 유치원때부터 고등학생때 까지도 계속하더라구요

      부모님댁 다녀왔군요.
      반가워하셨을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 깨몽깨몽2008.08.29 17:41 신고

    아들에 대한 아버님의 사랑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네요.
    이렇게 멋지게 자란 아들을 바라보시며 얼마나 든든하고 대견하실까?

    저희 아버님도 남편이 카츄사에 있을 때 월급처럼 매달 용돈을 부쳐 주셨다는데,
    남편은 일에 미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서 그게 늘 불만 ...

    답글
    • 그레이스2008.08.29 22:28

      아이들 어릴때는 아침일찍 출근하고 저녁늦게 퇴근하니까
      얼굴을 볼수가 없어서 일주일만에 아빠를 보는 때도 있었는걸요.
      일에 미친다는게 아내에게는 아쉬운 점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어쩔수없는 현실이잖아요?

      남들보다 일찍 승진하는 바람에(둘째 초등학교 입학하는해 1월 이사승진)
      아마도 두배는 더 열심히... 개인시간도 없이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세훈이는 서울에서 하는 졸업식인데도 노르웨이 출장중이어서 참석을 못했어요.
      그러고보니 의대 입학식,졸업식 다 참석을 못했네요.
      아버지의 마음을 아니까
      아이들도 나도 그러러니 하고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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