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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내 탓.남의 탓.

by 그레이스 ~ 2008. 10. 14.

어제저녁엔 남편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과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길 하느라

수영장 물속에서 두 시간이나 걷고 서성이고 했었다.

제조업의 어려움,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는 직원들에 대한 시각,

정부의 여러 정책들,

환율의 피해에 대해서,

그리고 살아가는 살림살이에 대해서...

더러는 동조도 하고,

조금은 다른시각으로 이견을 내기도 하면서...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내 나름의 여러 가지 의견으로  한 편의 글을 쓰고 싶기도 하지만

오늘의 느낌을 간단하게 간추려서 주의사항만 아들에게 들려준다면,

인간관계에서 이익과 손해를 따지기 앞서서 신뢰가 먼저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에서부터,

국가, 기업 만이 아니라 개인까지도,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은 자기의 수입의 한도 안에서 지출 계획을 세워야지

빚이 저축보다 많은 개인이라면,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세워본들 효과가 있을까?

(그 점에선 미국보다 일본 사람의 사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본보기겠다. 생활비를 최저로 줄이는 정도의 절약을 해서라도 저축은 빠뜨리지 않는...)

개인까지도 대출받아서 집 사고,빚이 있으면서도  과외시키고 유학 보내는 생활방식에서는  

약간만 외부 상황이 어려워지면,

집안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항상 좋은 쪽으로만 장래를 예측해서 일을 추진하는 버릇 때문에

이렇게 반대의 상황이 닥쳤을 때는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고...

자기의 대비 못함을 점검하기보다,

 정부의 정책 운영자를, 은행 창구를, 증권회사 담당자를... 나 아닌 남을 원망하느라 사회 전체가 어수선해지는 거지.

 

 

아들에게 전화를 했었다.

미래를 계획할 때 좋은 전망뿐 아니라 실패할 때도 생각하라고...(실패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그리고  최악의 시련도 대비해서

아껴 쓰는 습관, 저축하는 습관을 생활화하라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되풀이 말하는 - 사람과의 믿음과 따뜻한 정을 쌓아가는 것과 함께... 저축의 습관을.

세상이 바뀌어도, 정권이 달라져도, 믿을 건 네 손아귀의 현금뿐이다.

천원도 백원도 아껴 쓰고 저축해서 인생의 디딤돌로 삼아라.

 

  • hyesuk2008.10.14 15:36 신고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유학가서 IMF 겪으면서 끝내는 빚잔치 했지만..
    빚이 있을때의 심정은 정말 영혼을 저당 잡힌것 처럼 힘들었어요..
    취직하고 빚청산하고나니까 날아갈것 같은거있죠..
    지금도 저축은 연금드는게 다고 집도 월세지만..
    이런 세계적인 금융대란속에 빚이 없다는게 이렇게 마음이 편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 그레이스2008.10.14 20:48

      결혼 한달만에 제법 많은 빚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결혼하면서 들고온 비상금까지 털어넣고도 반찬값도 아끼는 초 절약모드로 고생을 했었지요.
      (그 후로도 시동생들 빚은 여러번 갚았었지만)
      그때 결심했던 가장 큰 목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빚지는 일은 안한다는 것!
      오죽하면 지금껏 할부구매를 한번도 안했어요.
      모든 지출은 현금 혹은 일시불 카드로...

      영혼을 저당 잡힌다는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네요.
      얼마나 마음 졸이고... 답답하고...
      내가 쓴적도 없는 돈을 매달 갚을 때의 그 아까운 심정을 어디다가 말하겠어요?

  • 씨클라멘2008.10.14 23:52 신고

    오늘 쓰신 포스트 공감 백배입니다.
    저도 살림하면서 늘 검소하게 중심 잘 잡고 살 수 있는 태도를 몸에 베게 해 주신
    친정 아버지께 참 감사드려요.
    내생활은 검소하되 다른 사람을 위한 나눔에는 넉넉하자~
    그렇게 살려고 해서 가끔 제 스스로를 기특해 합니다...^^

    • 그레이스2008.10.15 14:40

      바쁘게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이제야 컴퓨터를 켜보는...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 중에 최고의 유산이
      <좋은 습관>이라고 유태인 교육서에서 읽은 것 같은데...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보배운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야.
      집안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뜻으로 할아버지께서 자주 쓰시던 말인데
      자기도 모르게 몸에 익숙해지는...가정교육.
      자식들은 이다음에 우리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 까만콩2008.10.15 03:44 신고

    너무도 지당한 말씀인데 많은 사람들은 뒷등으로 들어 버리는 ,,,
    저희도 IMF 때 사무실에서 마이너스 통장 안 만든 두집중의 하나였답니다.
    돈이 없으면 사지 않는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물론 은행에 빚도 없구요.
    정말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아껴 아껴 살림을 하는데도
    이번에 환란에는 저희도 휘청했답니다.
    회사에서 내주는 학비의 80% 말고도 우리가 내야하는 20%를 12월초에 내야 하는데
    환전하려고 보니 근 200만원이나 차이가 나더라구요.

    두 녀석 앉혀 놓고 솔직히 얘기 했어요.
    상황이 이래 저래 해서 더 아껴 쓰며 살아야 한다고.
    큰녀석은 궁금한게 많은지 미국의 morgage 에서 시작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 보더라구요.
    각 나라의 환율에 따라 왜 이렇게 되는지도 ,,,

    큰녀석이 얻은 결론
    신용카드는 결국 은행에 빚을 지는것이므로 사용해선 안된다 ,,,,
    ㅎㅎㅎㅎ,,, 어부지리 였지만 괜챦은 교훈을 얻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다행이도 잘 알아들어 줘서 고맙더라구요.
    사실 Fall Break 이라 유로파파크에 가서 하루 놀고 오기로 했는데
    울 녀석들 돈 아껴써야 한다며 안간다네요.
    다음에 가도 된다며 ,,, 고마울 따름이죠.

    제가 요즘 다운모드인것도
    제정신으로 따라 갈 수 없는 한국의 교육현실이 이젠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인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중심잡고 집에서 엄마와 공부하기를 잘 해 왔는데
    그 눔의 선행이 뭔지 ,,, 자꾸 자꾸 옆에서 흔들어 대는 통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힘이 드네요.
    그렇다고 선행이다 학원이다 아이들 뺑뺑이 돌리는 일은 죽어도 못하겠고 ,,,,

    그레이스님이 가까운 곳에 계시면 점심 대접이라도 하면서
    제 맘도 다스리고 ,,, 흔들리는 중심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 그레이스2008.10.15 14:51

      하고싶은 이야기가 무지~~~ 많은데,
      일단 접어두고,
      선행교육 부러워하지말아요.
      구체적인 비교와 그 결과를 설명해줄테니...

      12월에 한국오면 - 혹시나 내가 잊어버리더라도 물어보세요.
      그 상세한 이유와 더 좋은 방법을 말해줄께요.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두 아들이 공부를 잘했기에 과외가 필요없었던게 아니냐고 말을 합니다만,
      과외를 안받고도 공부를 잘 할수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엄마 몫이지요.

    • 까만콩2008.10.15 16:59 신고
      그레이스님의 말씀이
      제 흔들리던 중심을 잡아주는 받침대 역할 같은거 아세요 ?

      맘도 머리도 다 이해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면서 맘으로는 이해를 하지 못해 결국은 이렇게 휘청휘청 했나봐요.

      그레이스님 ,,, 세상을 중심잡고 살아가는 법 ,,,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0^
  • 김정아2008.10.15 23:33 신고

    그런데 우리 민족처럼 아끼고 근검하는 민족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이곳의 멕시칸들, 일주일 주급으로 받아서 토요일,일요일에 파티하고 나면 손에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일주일 일하고 다시 파티하고요.
    내일을 위해 계획하고 저축하는 국민성들이 아니더군요.
    우리도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인 것 같아요.

    • 그레이스2008.10.16 08:27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사는 분들은 대부분
      근검절약해서 초기의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시는데...
      지금 국내에서는...
      소비도, 생활도,남과 비슷하게,
      남의 눈치를 살피고,
      이웃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경쟁심으로
      과소비가 심해졌어요.
      아이들 교육도 그렇고요.
      많은 가정이 감당하기 벅찰만큼 교육비 비중이 높아서 노후나,다른 것들을 신경쓸 여력이 없더라구요.
      자녀의 뒷바라지도...
      자녀들의 실력만큼,
      자신의 경제력만큼,
      균형을 잘 잡아줬으면 좋으련만...

  • 희망2008.10.16 19:04 신고

    대출받아 집사고, 돈 없어도 유학보내고
    ㅠ.ㅠ 저예요 저
    손들고 있어야 겠어요

    • 그레이스2008.10.16 20:13

      내동생도 그래요.
      아이가 서울에서 대학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갔는데,
      환율 때문에 걱정이라는 통화를 했답니다.
      대학교수 월급 빤~한데...

  • 은빛2008.10.22 12:52 신고

    정말 좋으신 말씀이네요....
    자주 (햇살가득한 오후)...에 들어오곤합니다.
    좋으신 말씀...정감가는 말솜씨에 반해서요...
    저는 지금 서울에서 살고있지만.어릴땐 시골에서..정말 시골아이처럼
    자랐거든요...밭일도 해가며 논일도 도와드리며...
    고구마도 케어보고 감자도 케어보고...
    어릴땐 그게 너무 싫었는데 커서보니...정말 좋은추억.제삶에도
    많은 도움이 되네요... 시골에서 자라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살고있어요.날씨가 흐리지만...좋은글들 읽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자신감이랄까 웬지모를...힘이 솟네요... ^^

    • 그레이스2008.10.22 17:36

      ㅎㅎㅎ
      누군가 했더니~ 실장님이네.
      병원에 갈때도 사적인 이야기는 한번도 못했었지?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깊이가 있어요.
      남의 마음을 읽은 시야도 넓은편이고...

      여기도 비가 오락가락 하루종일 그러네요.
      좀 쫙쫙 쏟아지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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