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전에 친한 이웃으로부터 특별한 초대를 받았었는데
애석하게도 우리 부부는김치랑 밑반찬으로 겨우 밥을 먹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광주가 고향인 그 이웃은
마침 최상품의 홍어가 있어서 그걸 사 가지고 당일로 돌아왔다면서 저녁 초대를 했더랬습니다.
그 이전에 홍어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저는 좋은 생선회쯤으로 생각하고 부푼 마음으로 갔었지요.
상차림은 홍어회,홍어찜,홍어무침,홍어전골...
아~ 냄새가 어찌나 지독하든지!!!
아주 맛있어하면서 열심히 권하는 주인과는 달리
저는 맛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고 숨 쉬는 것도 어려웠었지요.
깜짝 놀랄 만큼 비싼 값으로 사 온 그 음식을 손도 못 대고 돌아왔으니...
후일 들은 얘기에
광주에서는 아주 특별한 손님에게만 최상품의 홍어를 대접한다더군요.
그 이웃은 얼마나 큰 마음먹고 사 왔겠어요?
참 난처하고도 미안한 일이었지요.
선물 때문에 속상해하는 이웃 블로그의 글을 읽고는 옛일이 생각났어요.
선물도, 나누는 마음도,
받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으면 오히려 민망한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남편과 차마 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정치와 사회현상에 바른 가르침을 주는 어른이(나이 많은 어른 말고) 없다는 말을 하다가
요즘은 세상이 흉흉해져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까
일상생활에서도 불의를 보고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며,
얼마 전에 낚시터에서 있었던 사건을 얘기합디다.
자기가 어질러놓은 쓰레기는 가져가라는 사람과 그냥 가려던 사람이 시비가 붙어서
충고하는 사람을 칼로 찌른 사건이었다네요.
순간적인 일이었겠지만 그게 무슨 싸움까지 날 일이라고...
남편 말에 동감하면서 한편으로는 주의를 주는 사람의 까칠함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 목격하는 일인데,
목욕탕에서 물을 틀어놓고 머리를 감는 사람에게,
지하철에서 경로석에 앉은 젊은이에게... 등등.
무언가 부주의한 사람에게 지적할 때
그 사람이 무안하지 않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말해주면 좋을 텐데,
큰소리로 비난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지적을 하니까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고 잘못을 수긍을 하기보다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러다가 살인하는 일도 생겼었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충고.
내 기분에 치우친 친절.
받는 사람의 불편을 읽지 못하는 주는 즐거움만으로 보내는 선물.
행여나 나도 그런 일은 없었는지...
한 해를 보내면서,
내 시각에서가 아닌 상대의 형편을 먼저 헤아려서 행동하는,
어느 누구에게나 따뜻한 덧옷 같은 진정한 배려를 생각해봅니다.
-
미소2008.12.12 23:28 신고
...
답글
주말이면 어김없이 해야하는 일이 있는데도 맘을 잡지 못해 방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면 답이있을것 같은.. 그런 맘으로 왔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제가 힘이들때 여기에 오면 답이 올라와있더라구요^^
예전에 말씀하셨던...그레이스님의 성격.
- 어떤 힘든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답을 찾으신다는.
드라마로 치면 결말과 몇부작인지를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조기종영 되버린 그런 일이 있어 저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합니다.
여행 준비는 다 하셨는지요?^^
준비야 일사천리시겠죠?
저희도 내일 바람도 쐴겸 잠시 떠나는데 이 기분을 빨리 정리해야겠죠? -
그레이스2008.12.22 03:33
희망님
제이님,
왠만해선 답글을 빠뜨리지않는데...
런던으로 오느라고 보지못한 날이었네요.
그리고 오늘 깨몽님~
듣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조언과 충고를 하고있는지?
내 말과 행동이 이웃과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지?
그리고,
내가 배푸는 친절이 때로는 남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조심하는지?
이 모든 것들이 잊지말아야 할 지침인데...
과연 얼마나 지키고있는지는...
참 조심스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