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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개인의 취향

by 그레이스 ~ 2008. 9. 10.

US오픈 5연패를 한 로저 페더러의 뉴스를 보고...

 

작년에는 런던에 30일 있었다.

때마침 윔블던 테니스 경기 중이어서 저녁시간에는 티비로 낮 경기 중계를 몇 번씩 되풀이 보곤 했었다.

(그땐 집에 인터넷 연결하는 선이 없었고,티비 다른 프로는 알아듣지를 못해서 경기 중계밖에 볼 게 없었다.)

 

그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테니스였는데,

전 시합 기간을 다 보고 나니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더라고.

라파엘 나달(스페인)

  

경기규칙도 다 모르시면서 무슨 팬을 하신다고요?

명훈이는 날 놀리기도 했었는데...

나는 막무가내로 "다 몰라도 팬 할 거야~ " 그렇게 웃기곤 했었다.

 

이번에 서울에서 아들을 만났을 때 올림픽 테니스 이야기를 하다가 올해의 그랜드 슬램도 화제에 오르고,

명훈이가 하는 말이 "어머니는 나달을 좋아하실 취향이에요" 그런다.

나달이 죽을힘을 다해 전투를 하듯이 경기를 하는 자세와,

평소의 연습량과 그 노력,

테니스 자체에 전 인생을 거는 듯한 그 마음가짐, 그게 맘에 드시는 거죠?(딱 내 인생관)

맞아!

나는 그 애가 승자가 아니더라도 그것 때문에 앞으로도 나달을 응원할 거야 그랬었다.

 

(만년 2등이라고, 페더러에 가려서 빛을 못 본다고 했는데, 올해 프랑스 오픈, 윔블던 오픈, 베이징 올림픽  모두 일등을 해서

4년 6개월 동안 세계 랭킹 1위였던 로저 페더러가 2위로 밀려났다.)

 

그리고 명훈이는, 난 페더러가 더 좋아요.

페더러의 테니스 자체를 즐기듯이 경기를 하는 여유로움,

테니스가 전부가 아니라, 테니스도 자기 인생의 일부분인 듯한... 그런 게 맘에 들어요.

그렇게 말했었다.

 

어제 나달이 준결승에서 영국의 앤디 머레이(세계 6위) 선수에게 패했다는 소식을 봤었는데,

오늘 페더러가 US 오픈 챔피언이 되어 환호하는 장면을 보면서

지난번 명훈이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생각해본다.

 

어떤 취향이라는 게 살아온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겠구나!!

나같이 특출한 재주를 가지지 못한 평범한 사람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로 죽을힘을 다해 매달릴 수밖에 없으니

언제나 긴장하고, 여유가 없어서 옆을 돌아볼 수도 없었고...

그런 자세로 지금껏 살아왔으니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으로 더 매력을 느끼나 보다.

 

페더러는 남보다(비슷한 프로 선수보다) 특출 난 재능으로 무수히 많은 승리를 했었고,

(전 세계 처음으로 윔블던 5연패, US오픈 5연패 이번으로 그랜드 슬램 13 번째)

그 1위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승자의 여유로,

긴장감이 도는 결승 시합에서도 즐기면서 경기를 하는 듯한 그런 자세가 나오는 거고...

 

 

아마도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나달보다  페더러가 더 매력이 있으리라.

직업도 취미생활을 하듯이 즐기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우리 세대는- 자기 나름으로 성공한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모두 치열하게 살아왔었다.

거의 모두가 가난한 집 며느리였고, (아들이었고)아무것도 없이 막중한 책임만 등이 휘도록 짊어지고 살아왔으니...

 

이제는 그 긴장을 내려놓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법 도한데,

아직도 죽을힘을 다해서 일에 매달리는 젊은이가 더 장해 보이니...

달리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네.

개인의 취향이라고 말할 수밖에.

 

 

  •  
    • 그레이스2008.09.10 09:18

      나~ 간밤에
      빨리 잠들려고
      술을 한잔 마시고 약간은 술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이 글을 썼었는데...
      우린 참...
      투쟁적으로 살았잖아요?

  • hyesuk2008.09.10 01:55 신고

    오늘 말씀은 특히 더 와닿습니다..
    저와 제남편 세대만해도 아직 즐기는법을 잘 모르죠..
    우리 애들은 명훈씨처럼 자라게하고 싶은데..
    아직 전 한판 멋지게 인생을 걸어보는 그런 남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네요..ㅎㅎㅎ

    답글
  • 디오2008.09.10 12:05 신고

    저두 위의 혜숙씨 의견에 한 표..
    어제는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했지요..
    조금만 한가해지면
    어디든지 나가자.. 둘이서 여행을 하자..라고..

    너무 투쟁적으로 살았던게 사실이고요..
    아이들은 조금 여유를 만끽하며 살게 했으면 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8.09.10 17:23

      혜숙씨도 디오님도 다 부산이 친정이네.
      오늘 친목모임을 송정 바닷가 횟집에서 먹고 놀다가
      다섯시가 되어서야 헤어졌어요.
      집에 와서 핸드백만 던져놓고 목욕을 가려는 참이예요.
      그사이,
      번개 같은 짬을 내어 블로그 들어왔어요~

  • 화앤문2008.09.10 21:14 신고

    전 그레이스님 팬할래요..^^*

    답글
    • 그레이스2008.09.10 21:23

      이게 왠 일이니?
      방금전에 화앤문,옥쌤네 다녀왔는데~
      동시방문이네요^^

      너무 고지식하게 믿는게 탈이라는 명훈이 말 못 읽었어?
      칭찬하는 말인줄 알고 붕붕 뜬다니깐^^


  • hyesuk2008.09.10 21:15 신고

    어제 잠깐 명훈씨 블로그에 가서 이웃맺고 왓어요..
    그레이스님 에스라인보고 쇼크먹고 말이예요..ㅋㅋ

    답글
    • 그레이스2008.09.10 21:25

      ㅎㅎㅎ 내가 못살아 ㅎㅎㅎ
      못본 사람이 들으면 진짠줄 알겠네~

  • 김정아2008.09.11 07:59 신고

    두 가지 삶이 다 매력있네요.
    열심히 하는 사람대로, 또 즐기면서 하는 사람대로요.
    어느 게 더 매력적인 거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답글
    • 그레이스2008.09.11 08:39

      저렇게 남보다 월등한 능력으로 여유로운 사람은
      경쟁자가 나타나면 또 그 스릴을 즐기더라구요.
      비범하지 못한데 노력으로 승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벼랑끝에 선 기분으로 경쟁을 하고요.
      라파엘 나달을 빌려서 표현했지만
      진심은,
      부족한 능력이면서도 평범하기는 싫은... 비범하고픈
      보통사람(나)의 속마음.
      모짜르트를 부러워하는 살리에르라고 비유할까요?

  • June2008.09.11 08:53 신고

    저도 그레이스님 말씀처럼 무엇인가가 될때까지는 기를 쓰고 매달리는 형이 좋은데......
    페더러라는 선수도 처음부터 그렇치는 않았겠죠?
    몇번 참피온이 되다보니...여유가 생긴것 아닐까요?

    여유작작이 먼저인지 기를쓰는게 먼저인지...헷갈리는데
    나달이나 페더러나 모두가 얼마나 열심히 했기에 세계 챔피온이 되였을까요!
    각자의 성품 나름이고 정말 취향따라서....

    답글
    • 그레이스2008.09.11 09:03

      앗!
      지금 여기 계시군요^^
      엊그제 명훈이가 제게 그럽디다.
      어머니~ 페더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모르고 말씀하시는 군요.
      페더러도 피나는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온 거예요.
      그리고 여유롭게 보이는 건,
      단지 그 조바심을 내색하지않는 감정 콘트롤이 뛰어난 사람이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고요. 라고 하더군요.
      승자가 되고난 후에 여유로움이 생긴 것도 있을테고,
      천성이 유한 성격인 부분도 있을테고...

  • boss2008.09.12 23:54 신고

    아무리 천부적인 운동선수라도 뒤에서는 피눈물나는 연습을하지 않으면
    정상을 지키기 힘들죠...

    우리사회도 노력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8.09.13 09:27

      타이거 우즈가 떠오르죠?

      나는 요즘 사회현상을 보면서,
      70년 대의,
      80년 대의,
      90년 대의,
      그리고 2000년 대의 청년들과 사회여건을 비교하는 시선으로,
      그 노력의 치밀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도 많습니다만...

      당연히,
      성실하고 반듯한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죠.
      노력한 댓가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10년,20년 후에라도 그에 합당한 성과가 따른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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