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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엄마를 부탁해.

by 그레이스 ~ 2009. 1. 9.

내 블로그를 가지기 전 몇년간

어느 아가씨의 블로그를 통해서 날마다 그 이웃들을 섭렵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요즘도 가끔은 궁금해하면서 들려보는데...

 

그 중 한 청년.

오랫동안 글이 뜸 했었는데 얼마전 올려놓은 글에,

한달전에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아직도 혼수상태라는 것.

평소에 혈압도 높지않았고,수영도 열심히 하시는 등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셨기에

그 충격이 더 크다는 것과 애태우는 마음을 절절히 표현하면서,

우연히 보게된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소감을 현재의 자기 마음에 빗대어 소개해 놨길래,

요즘엔 소설종류는 안읽는 편이지만 한번 읽어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사게된 <엄마를 부탁해>

여러번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또 서너번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 감정에 빠져들기도 했다.

 

글을 읽을 때 누구의 시각에서 읽느냐에 따라...

각자의 처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감동이 다 다를텐데,

자식의 입장에서 받아들인 그 청년과는 달리 나는 엄마의 시선이 되더라.

 

그처럼 가난하지도 않았고,힘들게 살지도 않았지만,

아들을 키우면서 가지는 절절한 마음은 꼭 그대로 소설속 엄마의 마음이었는 걸.

내 삶의 원동력이 되는 자식의 자랑스러움,

온갖 정성을 다했던 그 유난함.

그래 나는 참~ 유별났었다.

그래서 주인공 어머니의 잘난 큰아들에 대한 행동이 더 공감이 가더라.

 

내가 실종되면?

혹은 혼수상태의 환자가 되면?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게되면?

별별 가상의 일을 생각하게된다.

 

나로 인해 가족들을 고통속에 빠뜨리지 않을려면,

작은 꼬투리가 큰 질병이 되지않게 내가 나를 돌보는 것.

조심스럽고 신중한 행동으로 사고를 방지하는 것.

그래도 찾아오는 불행이라면 제발~ 짧은 슬픔으로 끝나게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졌으면.

건강하지않게 부자유스럽게,남에게 의지하면서 오래 살고픈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다.

그래서 언제라도  죽을 준비를 하고 산다.

 

훗날,

내 아들들이 나를 추억할 때

혹시나 엄마에게 잘못한 것에 대한 후회나 더 잘 할 껄 하는 미련이 없기를.

나는,

지금 죽는다해도 아쉬울게 없을만큼 너희들과 좋은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으니

나를 떠올릴때는 네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그런 엄마이고 싶다. 

 

  • 잃은 마음2009.01.09 13:26 신고

    진짜로 오랜만이죠?
    새해가 시작한 지 한참이나 되었으니까요.
    짬짬이 언니의 짧은 소식을 접하기는 했지만, 답을 남기기에는 제가 너무 여유가 없었어요.
    큰아드님 일은 잘 극복되고 있는지요?
    언제나 늘 아들편에 서서 큰 지지를 보내주시는 언니를 보며 많이 배웁니다.
    우리집 큰놈이 예비고3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올 한해 더욱 제 정신이 없을 것 같네요.
    학교일도 많은데다, 자칫 아들놈한테 신경을 덜 쓰게 될까봐 걱정도 많이 됩니다.
    간간이 언니의 도움을 요청하게 될지도 몰라요.

    새해에도
    언니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 기도합니다.
    방학동안은 이렇게 짧게나마 제 흔적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아요.
    (물론 매일 출근은 합니다.)
    그럼 언니!
    또 들릴게요.
    건강하세요.

    답글
    • 그레이스2009.01.09 20:56

      궁금해하면서도 전화하기는 그렇더라.
      그냥 잘 있겠거니~~~ 그랬어.

      부모 마음이라는게 다 그럴까?
      아침,저녁으로 궁금하고,어수선하더니,
      가서 직접 보고 오니까 마음이 멀쩡해졌어.

      속이 이상해서 걱정하다가 위 내시경 검사를 받고는 안심을 하는 기분이랄까?
      잘 지낸다고 안심이 되니까
      다녀오고는 아직 전화도 한번 안했네.

      고3 엄마들~
      올 한해 씩씩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잘 넘기라고 덕담을 해야지^^
      잃은 마음,빈티지,깨몽,파리의 제이,해영씨...
      올해 고3 엄마가 정말 많구나!!
      다들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텐데... 화이팅!!!

      위숙씨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 옥쌤2009.01.09 17:12 신고

    저도 그 책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치매로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
    배경이 되는 시골집은 저희 시외갓댁이 자꾸 떠오르고..
    오랫만에 남편이랑 저랑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을 읽었네요..

    답글
    • 그레이스2009.01.09 21:05

      어찌나 세밀하게 묘사를 잘했는지!!

      특히나 시골에서 장남으로 자란 40대의 가장들은
      저게 내 이야기구나 싶은게 몇가지는 있을껄?
      맏딸이어도 마찬가지고...

  • 씨클라멘2009.01.10 03:57 신고

    전 이런 언니 글을 읽으면 언니가 참으로 강하고 이성적임에 감탄 합니다.
    늘 자식들 입장에서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자식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자부심...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그건 정말 힘든 부분인데요~~
    물론 자식들이 저 때문에 마음 아파하거나 괴로와 하는 걸 원치는 않지만
    한치의 서운함이나 후회가 없다..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답글
    • 그레이스2009.01.10 10:26

      어제 세훈이의 안부전화를 받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큰 숙제를 하나 받았어.
      밤새 생각하고나니 이제 정리가 좀 되는 듯 하다.
      올 봄에 외제차를 사겠단다.

      이미 재작년과 작년에
      다음에 차를 바꾸게되면 벤츠를 사고싶다고 하길래 (지금 타고있는 차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아버지가 사 주신 것)
      내가 왜 반대를 하는지 -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서 충분히 설명을 했었고,
      세훈이도 엄마의 의도를 알아들었던 터 인데,
      또 그 이야기를 하더라.

      머~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당장에 일어날 일이 아닌데 미리 속을 끓일 필요가 없어서

      "결정해야할 그때 정식으로 의논해라" 그랬어.

      전화를 끊고 내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거지.
      안된다고 생각하는 내 이유를 전부 나열해보고,
      그다음에,
      세훈이의 입장에서 꼭 사고싶어하는 그 마음과 긍정적인 이유를 나열해보고...

      아버지와 엄마가 어떤 사고방식,
      어떤 가치관으로 사는지를 충분히 아는 그 애가
      부모앞에서 자기의 의견을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애의 판단이,
      내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라도 믿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더라.

      이게 내방식의 교육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도 이런식으로 자식의 의견을 들어보고, 내 의견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리고는 중간지점을 찾아가는...
      (어떤 경우에도 내가 단호하게 반대하면 세훈이는 포기하더라.
      그래서 나는 쉽게 반대를 못하겠어 그애의 마음을 헤아릴려고 고민을 많이 하게되고...)

      내가 서운함이나 후회가 없는 진짜 이유는,
      키우는 과정에서 힘들고 고생했지만 그 순간순간 무척 행복하고 뿌듯했으니까
      나는 충분히 보상받았고,
      아들은 내게 빚진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거지.

  • 씨클라멘2009.01.10 04:35 신고

    고 삼 엄마 화이팅 감사해요.
    근데,,,상현인 9월부터 고 삼...여기 학기는 9월이 시작이라서요.
    아마도 상현이는 내년 봄이 지나야 학교 대충 윤곽이 잡히겠지요.

    답글
    • 그레이스2009.01.10 10:33

      외국에 사는 애들은 그렇지?
      그래도 한국식으로 마음은 이미 고3 일껄?

  • June2009.01.10 05:57 신고

    아이들에게 짐이 않되는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또 아이들기억에 후회보다는 미소를 만들게 해주는 엄마로 남아야 할텐데
    그런 생각들이 요사이 제 숙제입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9.01.10 10:45 신고

      제가 제자신을 잘 돌보는 일~

      어머닌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두분은 2주일 감기처럼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고,
      아버지께선 한달 입원하셨다 돌아가셨으니
      딱! 그만큼
      자식들에게 작별인사 할수있는 그 정도의 병치레로 끝내고싶어요.

      좀 잔인한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구차하게 연명되는 경우가 생기면,
      약 한봉지를 구해 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어요.

    • June2009.01.11 04:29 신고

      저도 남편에게 부탁을 했어요.
      기계에 매달려 한달이 넘으면 그냥 다뽑으라고요.
      남편 왈, 난 당신보다 먼저 가고 싶은데....

      아마도 나이가 들면 모두가 걱정하는일이 아닐까요?

      그레이스님 건강하셔요.

  • 그레이스2009.01.11 09:50

    아마도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쓰여서 그랬는지 어제 저녁에 큰애가 전화를 했더군요.
    편안하다고...
    잘 지내고있다고...
    짐짓 우스운 이야기도하고 그렇게 수다떨다가 전화를 끊었어요.

    남과 다르게 늘 죽음을 준비했던 이유는,
    한창나이의 엄마를 사고로 잃어서 생긴 버릇이겠지요.

    새댁시절부터 꽤 오랫동안 외출할때마다
    만약에 사고로 돌아오지못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옷장과 서랍을 정리해놓고
    가계부와 메모지를 챙겨놓고 나가는 버릇이 있었더랬어요.

    그렇게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열심히 더 정성껏 살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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