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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온가족이 함께한 식도락.

by 그레이스 ~ 2009. 6. 8.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 보는 게 제일 흐뭇하다고 했던가?

남편은 1박 2일 동안 마음껏 먹이는 일로 원풀이를 했나 보다.

 

11시에 집에 도착했다.

김해공항에서 달맞이까지 30분밖에 안 걸렸다니... 휴일 아침시간이어서 전혀 막힘이 없었던 모양.

두 아들 번갈아 그간의 이야기를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세훈이 희망대로 생선회를 먹으러 나섰다.

다금바리 한 마리와 돌돔(이시다이) 한 마리.

무게를 달아보니 1킬로 500, 한 마리는 조금 작은 듯.

준비하는 동안 전복 6마리로 입맛을 돋우고...

 

이런 날이 아니면 거금을 내고 다금바리와 돌돔을 먹을 일이 있겠냐고?

다~~~ 아들 덕분이라고 우스개를 하면서.

남으면 싸 가지고 가자고 했었는데... 과연 청년들이어서 그걸 다 먹네!!

 

돌아오는 길에 소화도 시킬 겸 대형마트로 장 보러 갔었다.

짐꾼 두 명이 확보가 되었으니 마음껏 담아보자고 하면서...

어제 이미 장을 봤었건만, 또!! (남편을 말릴 수가 없도다!)

먹이고 싶은데로 줄줄이 담아서 왔는데,

 

고스란히 그대로 두고 저녁은 해운대 암소갈비집으로.(저 음식재료들은 다 어떡하라구?)

아예~ 작정을 하셨다.

아들 입에 최고로 맛있는 것들을 넣어주자고.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원조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대기손님이 많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

 

한우 1등급 중에서도 최고인, 환상적인 마블링의  1++ 살치살과 안심 그리고 와인 한 병.

고기를 먹고 나서 입가심으로 냉면 한 젓가락이라도 먹자고 했었는데,

냉면은 10시까지라네~

아쉽지만 이미 배가 불렀으니 공깃밥을 먹을 마음은 아니어서 그냥 일어섰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이미 11시가 가까운 시간.

남편은 원풀이를 하듯이 무한정 얘기를 쏟아내고...

효자 아들들은 앞에서 박자를 맞춰 드리고...

이양반 소원풀이하셨네.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자기 전에 소화제 두 알을 또~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 준비를 하려니,

아~무도 밥 먹을 얼굴이... 아니다! (난 한 끼의 밥도 못해봤다)

 

사다 놓은 과일이나 종류별로 깎아서 식탁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반찬삼아 그렇게 아침을 때웠다.

 

 

                아침에...  신이 나서 설명하시는 아버지와 아버지 기분을 맞춰 드리는 명훈이.

 

두 아들 샤워 마치는 걸 기다렸다가 가지고 온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마지막 식사는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마치고 호텔 앞에서 여러 장 사진도 찍고(명훈이 디카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두 아들과 포옹하는 걸로 작별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떠나는 차에 손 흔들고...

 

집으로 와서... 낮잠에 빠졌다가,

어두워진 후에야 일어나서  반신욕을 하고 돌아오니... 이미 10시.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무런... 바라는 게 없다고,

오직 결혼하는 거... 그게 바램이라고 하더만,

난~ 아니라고... 소소하게  바라는 게 많다고...

 

엄마의 바람은 벤츠도 아니고

달마다 주는 용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반갑게 웃는 얼굴로 챙겨주기를,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붕어빵도 사주고, 맛있는 밥도 사주기를,

자주 전화해서 목소리도 들려주기를,

그런... 사소한 기쁨을 많이 바란다고 두 아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에피소드.1

밤중에 한바탕 소동을...

세훈이가 모기한테 여섯 군데나 물렸다고.

버물리를 바르고, 전기 모기향을 꼽고... 그랬다는데 나는 몰랐다.

 

잠 안 들고 아들 보초 섰는지, 뭔 소리가 나니까 후딱 뛰어올라 간 모양.

옆에서 같이 잔 명훈이는 멀쩡하고...

언제나~ 누구와 함께든지~ 꼭 자기가 물린다는 세훈이의 푸념.

 

에피소드. 2

다음 달 런던으로 이삿짐 정리하러 떠날 텐데...

내가 말하기를: "아들이 아니고 딸이었으면 같이 가서 결혼에 필요한 물건을 사줄 텐데"

남편: "같이 가서 필요한 물품을 사줘, 당연히 같이 가야지"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명훈이가 2층에서 내려온다.

 

명훈: "아무것도 살게 없어요, 모든 게 영국이 더 비싸요."

들떠있는 엄마에게 찬물을 끼얹는 소리를 한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들어오는 걸로 결정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며,

잃을뻔한 아들 찾았지 않냐고 내게 말하던 남편은

 

내가 왜 마음 한구석이 섭섭한지 꿈에도 모른다.

아들 핑계로 해마다 런던 놀러 가던 게 이제 끝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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