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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서울에서

by 그레이스 ~ 2011. 7. 4.

목요일 오후 늦은시간에 이촌동 도착.

간단하게 집정리하고...

 

이미 퍼석해진 사과 두개와 냉동실의 빵,치즈,커피로 저녁을 해결하고 빨래시작.

빨아놓은 타올들도 냄새가 나는 듯해서 세제를 넣고 푹푹삶아서 세탁기에 돌리고...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었고,답신도 받았는데 명훈이는 12시가 넘어도 안들어 온다. 

 

잠결에 들어오는 소리가 나서 시계를 보니 3시 20분.

에구 밥벌어 먹고 살기가 힘드는 구나.

8시 지나고 일어나서 샤워만 하고 출근.

 

나도 병원에서 알려준 6시간 이상 금식하고 물도 마시지말라는 주의사항을 지켜서 병원에 갔더니,

굶어서 그런지 혈압검사를 하니까 두번 다 85 수준으로 나온다.

평소에 100 정도인데 겨우 한끼 굶었다고 그렇게 표시를 내냐?

초음파검사 - 완두콩처럼 동그란 담석이 3개  1센티와 1.2센티 2년전과 크기가 동일하다는 소견.

통증이 없으면 그냥 지내라는...

 

혹시나 담관이 막혀서 소화가 잘 안되는 건가 의심했다고 했는데 그건 아니란다.

그렇다면 명훈이 때문에 스트레스성인가?

 

금요일밤도 3시가 지나서 들어오는 아들.

토요일 아침.

평소 같으면 토요일엔 출근을 안하니까 한가할텐데 조금 늦게 출근을 할꺼란다.

 

일주일을 계속 밤샘작업이라고 하네.

"너~ 참 장가 가기 힘든 직업이구나." 그 말 한마디 하고,

분위기로 봐서 결혼이야기는 꺼낼 수가 없어서 입도 못떼어봤다.

"오늘은 좀 일찍 들어올 수 있을 꺼예요" 하더니 그것도 밤 11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피곤에 지친 아들을 앉혀놓고 이러니 저러니 주절주절 할 수도 없고...

아주 간단하게 핵심만 물어보고... 들어가서 자라고 했더니, 또 노트북으로 일을 시작한다.

연봉이 놀랄만큼 많은 것도 맞고, 35세 나이에 이사 직급인 것도 놀랄 일인게 맞다.

 

그런데 그게 운이 좋아서 거저 생기는게 아니구나.

1주일,2주일 연속으로 4~5 시간만 자고 일한다는게...

 

집에서 밥을 안먹는 줄 알면서도 시장 봐와서 찌게 뽀글뽀글 끓이고 한상 그득하게 차려서 먹이고 싶었다.

마음만 짠~ 할 뿐.

만들면 다 버릴꺼라서 시작도 못하고...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엄마 데리러 온 세훈이와 함께 밖에서 점심을 먹는 그 시간에 여러가지 잡담을 나눈게 제대로 된 대화의 전부였다.

 

지 생활이 너무 바쁘니 엄마의 투정에도 아무 대응이 없었던 것.

징징거리고 떼쓰는 5살 어린애로 취급하는건가?

"바쁜시간 한숨 돌리고 짬이 나면 장가 갈께요" 그런다.

 

 

  • coco2011.07.04 11:21 신고

    제 가슴이 다 뭉클합니다...ㅠㅠ

    답글
    • 그레이스2011.07.05 08:17

      사실, 큰아들집에는 전기밥솥도 없어요.
      한국에 온지 2년이 되었는데,아직도 밥솥이 없다는게 믿기지않는 일이잖아요?
      런던에서 사용하던 밥솥을 다른 가전제품과 함께 새로 영국에 도착한 사람에게 다 줬다고 하길래,
      3인용짜리 조그만 일제 전기밥솥을 사주고싶었는데,
      필요없다고 사지말라 해서 곧 결혼을 할 줄 알았지요.
      결혼하게되면 모든 걸 새댁의 취향에 맞게 사는게 좋겠다 싶어서 알았다 그러고 안샀더니,
      지금껏 이러구있네요.
      부엌에 냄비 2개 후라이팬 하나,그릇 조금 그게 전부예요.
      그러면서 포도주잔, 양주잔,온갖 유리잔은 종류별로 사놨더라구요.

      음식을 만들려고 해도 그릇도 양념도 아무것도 없어요.

  • 희망2011.07.04 19:44 신고

    에구 인생이 뭔지..
    그럼에도 명훈씨가 뽕갈만한 아가씨가 있다면 좋겠네요
    축복을 빕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1.07.05 08:23

      그런 처지이면서도 눈이 어찌나 높은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능력있는 아가씨는 마님을 보필하는 돌쇠 같은 남편이 필요하고,
      능력있는 남자는 시중 잘 드는 시녀 같은 아내가 필요하고,
      억울해도 그렇게 결혼하는게 합리적이다.
      뭐~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여름하늘2011.07.04 22:08 신고

    한상 그득하게 차려서 먹이고 싶은 그레이스님의 심정
    가슴이 짠해지네요.
    아드님 만나 하실 예기 잔뜩 안고 서울 가셨는데
    아드님하고 예기 나눌 시간도 없고....
    가을엔 꼭 푸른색 한복 입으시고 혼주자리에 앉으시길 바랍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1.07.05 08:28

      그러게나 말이예요.
      가슴속에 가득 담아간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했어요.
      속깊은 말을 다 털어놓지는 못해지만,
      그래도 무언중에 눈빛으로, 행동으로,짧은 문장으로, 엄마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충분이 알았겠지요.

      둘째가 엄마를 많이 위로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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