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이 집으로 온 일요일 밤.
행복의 조건에 대해서, 물질적 충족, 정신적 충족, 다양한 삶과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니,
어떤 경우에라도 형과 저는 어머니를 실망 시키는 삶을 살 수가 없어요.
우리는 그렇게 자랐잖아요?
친구들,선후배들과 어울리면서 대단한 재력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고,
물질을 포함한 결혼조건을 염두에 둔 적도 있었다.
적당히 편법으로 사는 길에 흔들리기도 했다.
허영에 물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길이 아닌걸 깨닫게 되더라.
아무리 여러가지 유혹이 있더라도 형과 나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건 어린시절의 어머니 교육 때문이다.
그런 요지의 이야기를 세훈이가 들려준다.
그러면서 잊혀지지않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몇 가지를 얘기하면서 참 소중한 기억이라고 한다.
밖이 깜깜할 때 출근하시는 아버지께 잘 다녀오시라고 현관에서 인사하던 일을 제일 먼저 말하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아냐고 물었더니 기억이 안 난다며 나를 쳐다본다)
자식은 부모를 존경하는데서 부터 교육이 시작되는 것인데,
새벽같이 출근하고 한밤중에 돌아오는 아버지를 일주일씩 못 보는 경우도 생기니까
두 아들이 내게 아빠는 맨날맨날 늦게 오신다는 푸념과 불만을 말하길래,
아빠의 존재감에 대한 강한 인식을 줄려고 이른시간에 출근하는, 남편의 시간에 맞춰서 애들을 깨웠다.
방학중인 애들은 아빠 출근하시고 다시 이불속으로...
"우리들은 이렇게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있는데, 아빠는 우리들 때문에 일하러 나가신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고생하시는 아빠의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녀들 마음에 아버지의 존재를 큰 기둥으로 심어주는 건 남편을 잘 포장하고 다듬는 엄마의 몫.
아이들이 존경과 감사의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면,
아빠도 자신도 모르게 행동이 그렇게 변해가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반복되니까 어느 날부터 아빠 출근 후 아침공부를 시작하더라구.
(아들이 기억하는 다른 에피소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해야지)
나는 6학년 봄의 세훈이를 잊을 수가 없지.
78년생 세훈이가 초등학생일 때는 매달 전교생 시험이 있었다.(도 평가, 시평가를 대비한 학교 시험)
4월 시험 결과가 나온 5월 어느 날.
1등을 한 성적표를 주면서 상으로 2000원짜리 장난감을 사고 싶다고 한다.
무슨 장난감이냐고 물었더니,
뒷바퀴에 태엽이 있어서 뒤로 당겼다가 바닥에 두면 앞으로 달려가는 수입품 미니카란다.
장난감은 나이에 맞게 가져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장난감이 정신연령에 미치는 효과를 말하며)
그건 유치원생이나 1, 2학년한테 어울리는 거라면서 안된다고 거절했다.
크게 낙심한 세훈이 울먹하는 목소리로;
한 달 전부터 친구들이 여러 명 샀었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가 허락을 안 할 것 같아서 말을 못 했어요.
월말고사를 1등 하면 혹시나 엄마가 사주실까 봐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에 1등 했는데...
지금은 너무 속상하고 슬프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지나고 보면 항상 엄마의 판단이 옳았기 때문에... 내가 포기할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손등으로 눈을 쓱 닦고 지 방으로 간다.
그 말을 듣는 나는 얼어붙은 듯, 온몸이 찌릿.
얼른 아들방으로 갔다.
세훈아~ 너는 어쩌면 이렇게 착하고 훌륭한 마음씨를 가졌니?
니 마음이 아름다워서 너는 더 큰 상을 받아야겠다.
나이에 맞는 장난감이 아니라도 너는 그걸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러고는 미니카 값에 용돈을 더 줬었다.
"엄마는, 다른 집 엄마들과는 달라요.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 같아요" -
초등학생 때 내게 최고의 찬사를 해줬었던 큰아들은
지난번에 물어보니 기억에 없다고 딱 잡아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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