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이 끝나고나니,
토요일 일요일이 티비를 켤 일이없어졌다.
어제도 오전 내내 남편이 켜놓은 클레식 음반으로 한나절을 지내고,
오늘도 바하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두시간을 보냈다.
조용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우아하고 멋스러운 곳에서 파티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클레식 매니아인 남편 덕분에 자주 티비를 끄고 음악을 듣지만,
좋아하는 드라마가 생기면 본방송에 재방송까지 보느라,
한사람은 2층에 한사람은 아랫층에... 그렇게 나눠지는데,
어제는 나도 하루종일 티비를 끄고 지냈다.오늘도 마찬가지...
이제 월요일 부터 일요일 까지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가 하나도 없다.
가장 싫어하는게 최고의 사랑(차승원) 같은... 주인공 남자가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타입일 때.
또는 여인의 향기의 여주인공 (김선아)같은 푼수떼기는 정말 싫다.
(주어진 환경이 나빠도 올곧은 정신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길라임 같은 유형은 애정이 간다)
그러고보니, 좋아했던 드라마는 한결같이 남자주인공이 반듯하고,사려깊고,똑똑하고,순수하고...
반짝반짝 빛나는의 마지막 54회.
갯벌에서의 재회장면을 다들 아쉬워하는데...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말없이 눈빛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김석훈의 그 얼굴,
키스보다 더 느낌이 강렬한 포옹,
말이 없는... 사진 같은 신혼의 장면들.(대화가 생략되어서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는)
내 취향이 남들과는 많이 다르구나~ 깨닫고 있는데,
블로그의 지나간 글을 보니, 2007년 9월 3일에 썼던 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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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9회말 2아웃.
주말 연속극을 보고 있으려니 남편이 옆에와서 같이 지켜보다가
뭔 이런걸 보느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평소에도 드라마를 싫어해서 일부러 피하더니만 )
나는 아직도 저런걸 보믄
설레고,
떨리고,
애잔해져요.
그래서 노골적인 사랑보다
첫사랑 같은
감정이 보일듯 말듯한
느낌이 풋풋한 사랑 얘기가 더 좋아요.
아직도 그래?
기이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데
아직도 이런 감정을 가진 내가 이상한 건가?
그게 첫사랑이었을까 싶은 애매하게 지나간 사랑도 있었고,
남을 아프게한 - 남의 첫사랑으로 작문의 주인공이되어 남자고등학교를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었고,
애태우는 사랑으로 내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기도 했었고...
내 사랑의 색깔도 가지가지로 찬란했구나.
지금쯤이면 자연스레 물어봤을려나?
예전 (30대 시절)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 서로 오가며 차마시고,같이 밥먹고 편한 사이였는데
우연히 그집 남편의 청년시절 사진첩에서 나의 옛사랑을 만난거라!!!
여러장의 사진을 보니 친한 사이인게 확실한데 (고등학교,대학교 모두 다른데도)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고,정신이 아득하던지...
그 이후로도 끝내 아무말도 묻질 못했었는데
설레임이 있는,
표현을 절제하는 젊은 주인공들을 보노라니 옛 생각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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